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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이 당선인, 점점 한쪽으로 쏠린 ‘코드 행보’

등록 2008-01-12 10:26

이명박 당선인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해 김장수 국방부장관(오른쪽 두번째)의 안내를 받고 있다. 맨 오른쪽은 김관진 합참의장.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당선인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해 김장수 국방부장관(오른쪽 두번째)의 안내를 받고 있다. 맨 오른쪽은 김관진 합참의장. 사진공동취재단
경제인 면담 5건-지지모임 참석 4건-민생현장 방문 2건…
33개 공식일정 분석 결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1일 대한상의를 방문해 경제인들과 간담회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을 향한 ‘친기업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맞다, 친기업적이다. 아니다라고 얘기하진 않는다. 대기업·중견기업·소상공인이 모두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친기업’으로 대표되는 그간 행보를 계속할 뜻임을 분명히한 것이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소신껏 움직이는 이 당선인의 이른바 ‘신코드’ 행보는 갈수록 강도가 더해지는 느낌이다. 대선 다음날인 지난달 20일부터의 일정을 분석해 보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20일 국립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11일 현재 23일 동안 모두 33개의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역시 경제살리기 행보였다. 경제단체를 직접 찾아가거나, 경제연구소장들을 만나는 등 모두 5개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경제 5단체 중 벌써 전경련·중소기업중앙회·상공회의소 3곳을 방문했다. 15일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서울-재팬클럽(SJC) 등 주한 외국인 투자기업 신년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지지모임 성격의 행사 참석도 많았다. 지난해 27일 자신이 다니는 소망교회 당선축하 예배 참석과 지난 9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기도회는 종교 행사이기도 하지만, 지지모임의 성격도 함께 띠고 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송년의 밤, 고대 교우회 신년교례회 등까지 하면 모두 네 건이 지지모임에 해당된다. 김수환 추기경 예방(9일)까지를 포함하면 종교 관련 행사는 세 건이다. 모두 기독교 쪽 행사다.

일정이 가장 많았던 것은 역시 외교분야였다. 4개국 특사단 접견,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 접견, 모리 전 일본 총리 일행 접견 등 모두 6건을 소화했다. 하지만 이런 외교 일정은 주로 외교사절 접견 등의 수동적·의전적 일정이었다. 이 밖에 지역당협위원장 연석회의, 강재섭 대표와의 회동 등 당내 일정도 소화했다. 민생현장 방문은 태안 유류오염사고 현장과 이천 화재참사 현장 등 두 건에 불과했다.

경제 살리기 행보에 역점을 두었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기업 쪽 인사들과의 만남 일색이었다. 노동계는 아직까지 손도 잡아보지 못했다. 특정 종교로의 편향 현상도 나타났다. 지지자들과의 만남에 거침이 없었지만, 대선 때 자신을 찍지 않았던 반대자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당선인으로서의 화합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만남에서 소외된 이들의 비판도 불거지고 있다. 기업인들을 주로 만나는 당선인 행보에 노동계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인수위에서 다음 정부가 추진할 노동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당선인은 노동계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노동정책을 만들 셈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불교계도 입이 나와 있다. 조계종의 한 중진 스님은 “이 당선인이 다른 종교는 홀대하고 개신교만 우대하는 인상을 줄 경우 불교는 물론 천주교 등 다른 종교인들이 납득할 수 없어 결국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선인과 상대편의 일정 때문에 기업가들을 먼저 만난 것”이라며 “앞으로 노동계 등 각계각층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정혁준 조현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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