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비비케이(BBK) 연루 의혹과 다스·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 등을 수사해온 정호영 특별검사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검 사무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이명박 특검’ 부실수사 논란
애초부터 ‘김경준 허구성 밝히기’ 수사 초점
애초부터 ‘김경준 허구성 밝히기’ 수사 초점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인을 수사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지만, 부실한 수사와 과도한 ‘몸 사리기’로 국민적 의혹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검 “이병모씨 현금인출뒤 이동안해 당선인과 무관”
위치추적 최근 1년만 하고 “입증” 특검 “이상은씨 젖소 130만~24만원씩 팔아 땅사”
85년 암송아지 값 70만원대 그쳐 특검 “포스코, 도곡동땅 매입 정상적으로 이뤄져”
“김만제씨 지시” 직원 진술 묵살
■ 여전히 남은 의혹
특검팀은 도곡동 땅을 이상은씨의 것으로 판단했지만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특검이 내놓은 근거에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가장 석연찮게 보았던 현금 인출 부분에 대해, 특검팀은 이병모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확인 자료를 근거로 댔다. 이병모씨가 현금을 인출한 뒤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자신의 직장인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근처에 있었음이 확인됐는데, 이는 이씨가 이 당선인에게 그 돈을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팀이 이병모씨의 위치를 추적한 기간은 2006년 8월부터 2007년 7월까지 고작 1년치에 불과했다. 특히 이 당선인이 봉급을 자진 반납해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서울시장 재직 기간 동안은 이병모씨에 대한 위치추적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상은씨가 현금을 선호하기 때문에 거액을 모두 현금으로만 인출한 것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가 △경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경주이씨 문중의 일원이며 △다스 회장으로서 접대비를 주로 현금으로 사용했고 △유흥비, 외국출장 비용, 아들 사업비용 보조, 운전기사 용돈 지급 등 한 달에 현금으로 쓰는 돈만 3천만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상은씨를 병원에서 조사할 당시에도 400만원 정도 현금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1985년 당시 이상은씨가 젖소를 팔고 두부를 수출해 자산을 마련했다는 주장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씨가 제출한 소명자료에는, 1985년 9월 젖소 가격이 한 마리당 130만~240만원으로 기록돼 있다. 특검팀은 “이런 가격으로 100여 마리를 팔아 2억5천만원 상당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아일보> 1985년 4월25일치를 보면, “충북 청원군의 한 농부가 2년 전에 126만원을 주고 암송아지를 샀는데, 가격이 70만원으로 폭락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이 부분을 수사한 차맹기 검사는 “이상은씨가 도곡동 땅을 산 시점은 1985년 5월이고, 그 이전에 소를 팔았다”고 해명했지만,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자신의 감사원 문답서 내용을 전면한 부인한 김만제 전 포항제철 회장의 주장도 그대로 인정됐다. 김 전 회장은 “당시에는 어차피 검찰에서 다시 조사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신중하게 답변하지 않았고, 답변서를 작성하는 직원이 의미를 왜곡시켰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검찰 수사에서 “김만제씨 지시로 도곡동 땅을 샀다”는 박아무개 전 포스코 팀장의 진술도 배척됐다. 당시 매입을 담당한 최아무개씨가 “포스코개발 상무로 재직 중 신상문제로 해임된 박씨가 회사에 대한 악감정으로 허위 진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달 30일 중국으로 출국해 특검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또 1993년 자체적으로 의원들의 재산공개 내역을 검증했던 민주자유당 재산공개 진상파악 특위 위원이나 이를 주도한 청와대 정무수석 등도 조사하지 않았다.
■ 수사 방식 부적절 논란
특검의 수사는 김경준씨 주장의 허구성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특검보는 “김경준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면 이 당선인을 부를 필요성을 못 느낀다. 이 당선인이 공인이기 때문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강배 특검보도 “보통의 수사라면 당선인을 조사하지 않고도 결론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경준씨의 거짓말이 확인될수록, 이 당선인 관련 의혹은 조사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도식’에 빠진 것이다.
그 결과 광운대 동영상과 비비케이 명함 등 이 당선인의 연루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증거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검팀은 동영상 등에 대해 “범죄 혐의 입증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 심텍의 투자 유치에 이 당선인이 관여한 정황에 대해서도 문강배 특검보는 “이 사건 결론을 내리는 데 투자금 유치를 누가 했는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일축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위치추적 최근 1년만 하고 “입증” 특검 “이상은씨 젖소 130만~24만원씩 팔아 땅사”
85년 암송아지 값 70만원대 그쳐 특검 “포스코, 도곡동땅 매입 정상적으로 이뤄져”
“김만제씨 지시” 직원 진술 묵살
이명박 특검 수사일지
1985년 4월25일〈동아일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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