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의원, 대외비 문건 공개
“주요쟁점 기존방침 모두 포기 졸속협상 지시한 주체 밝혀야”
“주요쟁점 기존방침 모두 포기 졸속협상 지시한 주체 밝혀야”
정부가 지난달 11~18일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하면서 ‘소 월령 30개월 미만으로 제한’, ‘등뼈 등 7가지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 모두 제거’, ‘내장은 전체 수입금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기존 방침을 사실상 모두 포기하고 협상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7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쇠고기 협상을 하루 앞둔 지난달 10일 정운천 장관의 결재로 작성한 ‘미국산 쇠고기 관련 협상 추진계획’이라는 대외비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은 미국산 쇠고기 월령 제한을 비롯한 쟁점사안 협상 지침을 담고 있으며, 주요 쟁점사안은 장관 훈령으로, 기타 쟁점사안은 민동석 협상수석대표(농식품부 통상정책관)의 재량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을 담고 있다.
주요 쟁점인 월령 제한 문제의 경우, 농식품부는 2008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미국 쪽의 동물성 사료 금지 강화 ‘이행 시점’에 월령 제한을 푼다는 방침이었으나, 이 문건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농식품부 장관이 ‘공표 시점’으로 변경할 수 있는 재량을 줬다. 이에 따라 결국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될 수 있도록 협상이 타결됐다.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 제거 범위와 관련해서도 협상단은 처음부터 ‘7가지 모두 제거’에서 ‘30개월 미만 소는 2가지만 제거’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바꿔 협상에 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은 또 “정부는 광우병 추가 발생시 우선 잠정 수입중단 조처를 내린 뒤 1998년4월 이후 출생한 소라면 계속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고, 그 이전 출생한 소라면 필요할 경우 현지조사 등 절차를 거쳐 해제한다는 방침이었다”며 “그러나 이 역시 협상 과정에서 관철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 검출시 해당 수출 작업장에서 들어온 물량 전체를 불합격시키고, 해당 작업장 수출승인 취소, 1년간 재승인 보류, 현지 점검 후 승인 등 절차를 취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었다”며 “실제 협상에서는 이런 방침이 모두 후퇴해 같은 공정에서 생산된 제품만 반송·폐기하는 것으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처럼 중대한 정부의 방침 변경을 농식품부 장관이나 협상대표가 단독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이처럼 검역주권까지 포기한 졸속 협상안을 지시한 실제 주체를 찾아내 해임 등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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