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 의원 “박근혜 귀 닫고 원안만 고집”
친박 “인신공격 좌시안할것” 갈등 확산
부처이전 백지화 방안 확정
친박 “인신공격 좌시안할것” 갈등 확산
부처이전 백지화 방안 확정
정부가 세종시로의 행정부처 이전 백지화를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의연하고 당당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론으로 확정돼도 반대할 것”이라며 강경한 수정안 반대 의견을 밝힌 데 개의치 않고, 수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 주류인 이명박계(친이) 쪽도 이날 박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친이-친박의 정면충돌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조찬회동이 끝난 뒤 정몽준 대표와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에 관해서는 정부가 고심해서 안을 만들고 있으니, 나오면 충청도민에게 당이 잘 설명해달라”고 말하면서 의연하고 당당한 추진을 당부했다고 정 대표가 전했다.
친이 직계인 정태근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논의가 시작도 되기 전에 귀를 닫고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것은 지도자의 정치가 아니다”라며 “‘당론이 변경돼도 반대’라고 미리 밝히는 것은 당의 존립과 직결되는 해당적 태도”라고 공격했다. 이에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세종시 본질과 무관하게 박 전 대표를 조직적으로 인신공격하는 것은 가관이요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8차 세종시 민관합동위원회를 열어, 정부 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대신 기업·대학·연구기관 등이 들어설 자족용지를 기존 6.7%(150여만평)에서 20.7%(450여만평)로 대폭 늘리는 내용의 세종시 수정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삼성엘이디(LED)와 삼성전자의 태양전지, 삼성에스디아이(SDI)의 발전용 연료전지 등 차세대 신수종 사업이 세종시에 입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바이오시밀러(바이어 복제약) 분야는 들어오지 않는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강용식 위원(전 행정중심복합도시 자문위원장)은 “자족기능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새로운 것이 없고 구체안만 나온 수준”이라며 정부안 반대 의견을 밝혔다. 정부는 위원들의 의견이 갈리더라도 다수안을 바탕으로 정부 최종안 발표를 11일 강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정부안이 당론으로 확정돼도 반대하겠다고 밝혔고, 민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도 반대 당론을 확정해 수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혁신도시·기업도시 조성 지역의 반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이날 의원간담회를 열고 수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혁신도시건설촉진 국회의원모임(대표 최인기 의원)도 지난 7일 성명을 내어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에 건설중인 혁신도시 10곳의 싹을 잘라 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최혜정 손원제 이유주현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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