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왼쪽)가 9일 오후 야권연대 실현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 등 시민사회 원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이 “지역 40곳 경선, 서울은 후보 자율로” 제안
민주-통합진보, 협상내용 싸고 종일 날선 공방
시민사회, 10일 모임 열고 중재방안 논의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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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협상이 8일에 이어 9일에도 마무리되지 못한 채 10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9일 낮부터 다시 시작된 협상이 온종일 난항을 겪자, 한명숙 대표와 이정희 대표는 이날 밤 11시50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전격적으로 만나 막판 대타협을 시도했다. 이 대표는 이날 협상에서 한 대표에게 서울과 호남, 영남을 제외하고 경기, 충청, 강원, 제주 등 40곳에서 경선을 하고, 서울에서는 후보들 자율적으로 경선을 치르게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양당 대표 회담이 이뤄지기 전까지, 양당은 주로 상대방의 요구 조건과 협상 내용, 전략 등을 둘러싸고 감정 섞인 공방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정희 대표는 이날 밤 10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이 후퇴하고, 내용이 변동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협상 대표가 조정안을 만들어 한명숙 대표에게 보고하면 내용이 바뀌어 협상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한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협상 관계자는 “통합진보당이 요구하는 경선 지역이 전날보다 더 늘어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해 왔다”며 “통합진보당이 당내 정파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한명숙 대표도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지역구를 과감하게 양보하고 경선 요구도 대폭 수용했다”며 “우리도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과 고통으로 결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협상에서 쟁점이 됐던 수도권 경선 지역 최소화 입장에 대해 양보가 쉽지 않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우위영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어젯밤 일방적으로 귀가한 것은 한 대표”라며 “협상은 ‘전권을 갖고 결단하는 방식’으로 타결할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이 과연 그런 자세였는지 되묻고 싶다”고 맞받았다.
이날 양당의 협상이 꼬인 것은 수도권 경선 지역 선정 문제가 풀리지 않은 게 발단이 됐다. 수도권에서 경선도 못해보고 사퇴해야 하는 통합진보당 후보들의 불만이 커지는 등 협상이 진통을 겪자, 전날 자신의 지역구가 무공천 지역으로 확정된 심상정 공동대표(경기 고양 덕양갑)와 노회찬 대변인(서울 노원병)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도 경선을 치르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이 수도권 6개 지역에 무공천을 한 것을 근거로 통합진보당에 무리한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날 무공천 지역 선정이 유력하던 천호선 당 대변인과 이정희 대표마저 같은 이유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통합진보당은 이날 ‘서울에서 민주당 무공천 지역이 없어진 만큼, 원칙적으로 서울의 지역구는 모두 경선을 해야 한다’는 제안을 민주당에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전날 쟁점이 됐던 경선 지역구의 수가 민주당의 의사와는 반대로 크게 늘어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은 심상정, 이정희, 천호선, 노회찬 등 유력한 분들의 지역구는 양보하겠다고 일찌감치 입장을 밝혔고, 이런 이유로 우리 당도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해당 지역구에 공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유력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을 선언한 것만으로 서울 지역구 전체의 경선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경선 지역 선정 외에 후보 단일화를 위한 양당의 경선 방식은 전날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경선은 야당 지지자와 무당파층을 대상으로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오는 17~18일 진행될 예정이다. 여론조사 문항은 ‘경쟁력’과 ‘적합도’를 묻는 방식 가운데 통합진보당이 선호했던 ‘적합도’ 쪽으로 정리됐다.
한편, 전날 양당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그동안 야권연대를 촉구해 왔던 시민사회 인사와 원로들은 이날 오전 3차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오후 6시까지 양당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시민사회가 직접 중재안을 낼 것이며, 양당의 즉각적인 수용을 촉구할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양당의 협상이 성사되지 못함에 따라 10일 다시 모임을 열어 직접 협상테이블을 마련해 중재안을 제시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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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9일 오후 야권연대 실현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박재승 전 대한변협 회장(맨 왼쪽) 등 시민사회 원로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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