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남은 의문점
팀장급이 지휘했다기엔 무리
김씨에 준 수사비도 설명 안돼
보안법 적용 안해 봐주기 논란
‘몰랐다’는 검사들 말 그대로 수용
팀장급이 지휘했다기엔 무리
김씨에 준 수사비도 설명 안돼
보안법 적용 안해 봐주기 논란
‘몰랐다’는 검사들 말 그대로 수용
검찰이 공식 수사에 들어간 지 24일 만에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퍼즐을 대강 맞췄다. 그러나 이번에도 ‘윗선’은 없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유우성(34)씨에게 간첩 혐의를 씌우려고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김아무개 과장(48·일명 ‘김 사장’)과 국정원 협조자 김원하(62)씨가 어떻게 협력했는지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혀냈다. 국가기관으로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밀하고 대범하게 증거조작을 한 혐의가 드러났다. 검찰은 또 언론에 억울함을 호소한 뒤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권아무개 과장을 공모자로 특정했다. 치료를 받느라 아직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권 과장도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렇게 국정원의 ‘작전’이 어떻게 실행됐는지는 파악했지만, ‘작전’을 지시하고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높은 윗선은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대공수사국의 현장 팀장급인 권 과장과 김 과장이 조작을 총지휘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둘은 유씨 간첩 사건 수사팀의 선임자와 후임자 관계로, 특히 권 과장은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1심이 무죄를 선고하자 지난해 말 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로 자리를 옮겨, 현지에서의 증거조작을 관장했다. 실무팀장이 무죄 판결 뒤 중국에서 조작의 허브 구실을 한 선양 총영사관으로 자리를 옮겨 증거마저 조작했다면 그를 현지로 보낸 ‘윗선’이 주문한 내용이 있을 텐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협조자 김씨에게 지급된 수사비 수천만원에 대한 설명도 공백으로 남았다. 실무 책임자 전결로 수천만원에 이르는 수사비가 집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수사비는 국정원 지휘 라인이 이 사건과 관련됐음을 보여주는 근거 가운데 하나다. 남재준 국정원장, 서천호 2차장, 대공수사국장에 대한 봐주기 수사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 배경이다.
국가보안법의 날조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점도 검찰의 엄벌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국가보안법의 날조 혐의는 간첩죄 수준의 형량을 선고할 수 있는 무거운 죄인데, 그 대신 형량이 낮은 혐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국정원 수사 대상자의 ‘모르쇠’ 작전에 수사가 난관에 부딪힌 상황에서 수사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법리 적용을 소극적으로 했다는 점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제 식구에 대해서는 확실한 면죄부를 마련했다. 검찰은 유씨 사건의 공판 담당 검사가 조작된 증거의 진위를 의심하자, 김 과장 등이 추가 조작에 나섰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공문서 조작 사실이 검사한테 들통 날까봐 중국 화룡시 공안국의 ‘발급사실확인서’를 추가 위조했다는 것이다. 국정원 쪽이 상반된 유씨의 출입 기록이 담긴 공문서를 잇따라 검찰에 제출하는 등 충분히 미심쩍은 상황이었음에도, 해당 검사들은 단지 국정원 조작에 속은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됐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검찰 수사는 특검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며 “누가 지시했는지, 왜 기획했는지 등 사건의 실체는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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