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제안에 대해 반대 뜻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제안에 대해 “이번 개헌은 눈덩이처럼 터져 나오는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는 ‘순실 개헌’이자 정권연장 음모”로 규정하며 “진실과 한참 동떨어진 벌거벗은 임금에게 헌법 개정을 맡길 국민이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은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도하는 국민외면 개헌을 구국의 결단처럼 발표했다.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했다. 10월 유신을 연상케 했다”며 “국민과 높은 장벽을 치고 국민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먼저 선결돼야 할 것은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과 민생 예산안 처리이다. 개헌은 그 다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국민의 요구가 아니라 권력의 필요에 의해 제기되는 개헌은 대한민국의 실패를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바로 박정희 정권 시절, 유신헌법 3차 개헌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암흑의 터널에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또 ‘국민주권개헌’을 강조하며 ”국민이 중심이 돼 민주적 토론이 이뤄지는 국민중심개헌, 민주적 개헌이 돼야 한다”며 “국가대계를 위한 개헌이 한 정권의 위기모면과 정권연장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 임기말의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개헌 논의에 빠져 국정과 민생에 전념하며 국회와 여야 정당이 개헌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구조 개편만을 논의하는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반대 뜻도 나타냈다. 그는 “개헌이 진정한 정치개혁과 정치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선 표의 등가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선거구제 개혁 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며 “인권·안전·환경·분권·국민행복 등의 가치를 담는 미래지향적이고 통일지향적인 개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당 안에 ‘개헌연구 자문회의’를 구성하고, 국민과 함께 국민주권개헌 대토론회를 개최하며 국회에서의 질서 있는 논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추 대표는 또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미리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국정농단 의혹 보도와 관련 “(최씨가) 급기야 대통령의 온갖 연설문을 미리 보고받고 밑줄을 그어 수정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왕조시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국정이 이렇게 농단돼도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랄 판”이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최순실 게이트의 의혹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통령 뿐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직접 나서서 책임 규명에 나서야 한다. 최순실씨를 당장 소환해 국가의 기강을 바로 잡는 것이 지금 대통령이 국민에게 해야 할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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