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를 놓고 정치권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비준동의를 통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지만 홍준표 대표는 여전히 정상회담 성과를 폄훼하며 비준동의 사안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정세균 의장은 30일 원내 교섭단체 정례회동을 주재하면서 “남북관계발전법 21조3항을 보면 국회는 남북합의서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국제사회와의 공고한 연대 속에서 남북정상 간 합의사항을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국회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을 이행을 실질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지난달 21일 정상회담준비위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비준을 통해 합의가 영속적으로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이제 국회의 비준으로 제도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상회담 결과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홍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상회담 선언문의 1조 1항은 ‘민족 자주의 원칙을 확인한다’는 내용이다. ‘우리 민족끼리’로 표현되는 ‘민족 자주의 원칙’은 북한의 대표적인 통일전선 전략이자 한국 내 주사파들의 이념적 토대”라며 “남과 북은 평화롭게 잘 지낼 수 있는데 외세 때문에 한반도에 긴장이 온다는 남북 주사파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이어 “국가의 재정적 부담이 생기는 국가간 약속이 비준 대상이다. 여태 남북의 정치적 선언을 비준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국회 비준동의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바른미래당은 비준 동의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조약의 비준은 대통령이 하고 비준동의를 국회가 한다. 판문점 선언은 대통령이 선언했기 때문에 비준까지는 한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비준하고나서 국회에 비준동의 해달라고 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남북관계발전법을 보면 대통령이 남북합의서 비준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기본적 절차도 준수하지 못하는 정부·여당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인 유승민 대표는 북-미 회담 결과를 보고 비준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유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미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 그때 거론할 일”이라며 “비핵화가 과연 제대로 가는지 봐야 한다. 지금 비준을 이야기하는 건 논점을 흐리고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동의 등 협조를 적극 공언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이날, ‘정상회담 결과는 주사파 합의’라는 표현까지 쓴 홍준표 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홍 대표는 판문점 선언에서 ‘한미군사훈련을 포기했다’고 비난하는데, 판문점 선언 어디에도 그런 표현은 없다. 사실을 왜곡해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을 뿐”이라며 “한국당이 아니라 ‘한심당’이라는 국민들의 냉소를 직시하고 한국당과 홍준표 대표는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도 “홍준표 대표가 전국민적인 비판의 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또 다시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먹칠을 하려 달려들었다”며 “얼토당토않은 색깔론과 안보 장사로 명줄을 유지해온 자유한국당이 장사 밑천을 송두리째 날릴 위기에 봉착하니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점은 잘 알겠다. 그러나 계속 이런 식이면 장사 좌판마저 순식간에 날려버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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