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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검찰·법원 적폐 손 못댄 채…사법개혁 1년 내내 ‘헛바퀴’

등록 2018-12-25 21:20수정 2018-12-25 23:12

뜨거웠던 이슈, 방치하는 국회
③ 지체된 사법개혁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혁명 정신’을 바탕으로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권력기관 개혁이 또 해를 넘기게 됐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거치면서 검찰·경찰 등이 정권과 유착해 권력 유지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왔고, 이에 문재인 정부는 이들 기관의 권력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혁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검찰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현재 각각 공수처 설치법과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으로 발의된 상태지만, 이를 논의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여야의 입장이 맞서면서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공수처 신설 등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주된 요인이지만, 이견을 좁히고 설득하는 노력에 소극적이던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시간만 가는 ‘사법개혁 최적기’ 현재 사법개혁 논의의 대전제는 ‘권력기관의 제자리 찾기’다. 검찰이 ‘정치화’되는 것을 막고 중립적·독립적 지위에서 고위공직자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상징적 과제다. 또 기소권, 수사권 등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경찰과 나누도록 한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핵심 쟁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요 국정과제로 전면에 내세우며 개혁 의지를 강조하고 있고, 최근에는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법원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미온적이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와는 달리,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정부 여당의 의지를 고려할 때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개혁의 ‘최적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공수처 도입·검경 수사권 조정 등
한국당 발목 잡자 여당은 무기력
사법농단 밝혀지며 과제 더 늘어

국회로 간 ‘사법개혁’ 해 넘길 판
사개특위 연말 종료 앞둬
다시 연장 논의해야 할 상황

“민주당, 한국당 반발 돌파할
개혁입법연대 방안 세웠어야”

청와대는 지난 1월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경찰 이전 △자치경찰제 시행 등의 내용을 담은 ‘권력기관 개혁안’을 냈고, 6월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함께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어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법원·검찰을 비롯한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독립된 기관이 수사 및 기소할 수 있도록 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대표 발의했고,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은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다. 여기엔 △검사의 송치 전 경찰수사 지휘 폐지 △경찰에 1차 수사권·종결권 부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정치 공방에 묻혀 사개특위는 공전 사법개혁의 ‘공’은 현재 국회로 넘어와 있다. 지난해 말 사법개혁 관련 법을 심사·발의할 수 있는 사개특위 구성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애초 6개월로 정해진 활동시한 대부분은 파행과 공전, 소동으로 채워졌다. 자유한국당은 1월14일 조국 수석이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관심 없이 권력기관의 민주적 개혁은 쉽게 이뤄질 수 없다”고 한 발언에 대해 “사개특위가 구성되자마자 청와대가 민주당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며 간사회의를 몇차례 파행시켰다. 2월23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어렵사리 의사일정이 시작됐지만, 강원랜드 채용 비리 등 정치 공방이 논의를 압도했다.

자유한국당은 사개특위 핵심 소위원회인 검찰개혁소위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포함되는 것도 문제 삼았다. 정의당이 비교섭단체라는 이유에서다. 빈손으로 공전만 이어가던 사개특위는 6·13 지방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4월 이후로는 아예 회의도 열지 못했다. 민주당 사개특위 관계자는 25일 “야당에서 ‘문재인 정부가 사법개혁 성과를 갖고 지방선거를 치르려 한다’는 의심이 커지면서 자유한국당이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고 했다.

■ 발목 잡는 한국당, 전략 없는 민주당 여야는 올해 7월26일 20대 후반기 국회를 구성하면서 사개특위 활동 기간을 올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구성은 민주당 9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1명 등 총 18명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7월23일 노회찬 의원 사망으로 ‘평화와 정의’의 교섭단체 자격이 박탈된 점을 자유한국당이 뒤늦게 문제 삼으면서 위원회 구성을 두고 또다시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석달 뒤인 10월16일 구성이 확정됐고, 사개특위는 11월1일에 첫 회의를 열었다. 사개특위 구성 98일 만에 열린 ‘지각회의’였고 5개월 활동 기간 중 40%를 날려버린 셈이었다. 종료를 앞둔 사개특위는 이제 연장을 논의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개특위를 두차례나 구성하고도 논의가 제자리에 머무는 배경에는 공수처 설치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 공약인데다, 검찰개혁의 ‘요체’로 꼽힌다.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권력화를 막기 위해선 공수처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공수처가 정권의 ‘하명’에 따라 야당을 탄압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사개특위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사법개혁의 요지는 검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 달성인데, 공수처는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사정기관을 안겨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소야대 국회를 돌파할 연정·협치 등 여권의 정치적 전략이 없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다른 야당과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을 묶으면 자유한국당이 반대해도 본회의에서 표결이 가능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 지정이 가능하다”며 “이를 위한 개혁입법연대를 성사시키는 전략이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의 설득 노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고 주요 국정과제인데, 청와대가 국회에만 부담을 넘긴 채 뒷짐을 지고 있다. 참모들이 직접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태규 이경미 기자 dokbul@hani.co.kr

뜨거웠던 이슈, 방치하는 국회

① 미투 관련법
② 5·18 진상규명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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