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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의 “사생활 보호”는 양치기 거짓말?

등록 2019-05-03 21:47수정 2019-05-03 21:48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한겨레 자료사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한겨레 자료사진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저커버그, F8 컨퍼런스 “미래는 사적 영역”
“페이스북 방향 근본적으로 바꿀 것” 거듭강조
‘CJR’, 미디어·기술 전문가 동원해 저커버그 통렬 비판
“기초부터 썩은 집을 페인트로 눈속임하는 짓”
‘공룡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정체성을 바꾸는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용자 22억명의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기반 서비스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회의적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는 지난 4월3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연례개발자 컨퍼런스 F8에서 “미래는 프라이빗이다(future is private)”이라며 프라이버시 보호를 페이스북의 새 화두로 제시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페이스북을 이용자에게 중요한 사람, 커뮤니티와 정교하게 연결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페이스북만이 아니라 사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새 디자인의 모바일앱을 내놓으며 기존 공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그룹 기반의 메시징 기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 직장, 동호인모임 등 이용자커뮤니티 기반의 그룹을 중심으로 흥미에 따른 새 그룹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기능 위주로 재편될 예정이다. 저커버그는 이날 발표에서 ‘사적 영역(프라이빗)’을 강조하고, 그룹 기반의 메시징 서비스와 결제 기능을 앞세웠다. 새로운 페이스북의 메신저앱은 암호화 기술을 채택해 송·수신자 외에는 제3자가 내용을 해독할 수 없으며, 별도 지정한 사용자에게만 암호가 열리는 구조다.

페이스북의 변신 선언은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불거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과 잇단 개인정보 침해, 보안 취약 노출 등으로 인한 비난 여론이 배경이다. ‘프라이버시’를 내건 페이스북의 변신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미국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이 발간하는 언론비평지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JR)>는 저커버그의 발언을 믿기 어려운 ‘사탕발림’이라고 평가했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의 수석기자 매튜 인그램은 2일 기사에서 저커버그의 행보와 발언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비판을 전달했다.

인그램은 저커버그가 인터넷에서 프라이버시 보호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는 상황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했다. 인그램은 “지난 수년간 페이스북이 누구보다 앞장서 온라인 프라이버시 붕괴에 기여해왔기 때문”이라며, 프라이버시 침해 주범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외치는 역설적 상황을 비판했다.

저커버그의 신뢰도는 바닥이다. 이번 개편에 앞서 저커버그는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현재의 공개된 플랫폼보다 프라이버시 위주의 소통플랫폼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프라이버시는 사람들이 그들 자신일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는데 이는 기존에 저커버그의 말과 페이스북 서비스와 정반대다.

<뉴욕타임스> 컬럼니스트 케빈 루스는 저커버그의 2010년을 발언을 상기시켰다. 당시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라며 “지금 페이스북을 창업한다면 가입자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을 기본 기능으로 제공하겠다”라고 언론 인터뷰를 했다.

<뉴욕타임스>의 마이크 아이작도 “다수의 페이스북 임원들이 무대에서 프라이버시가 기업의 목표라고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는 것은 그동안 페이스북이 정반대 주장을 펼쳐온 것을 고려하면 불편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에 암호화 메시징 서비스로의 선회를 강조하면서 페이스북은 이 회사가 보유한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왓츠앱 간의 메시징 서비스 통합을 언급했는데 이는 암호화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는 페이스북이 거대한 세 종류 네트워크 플랫폼의 이용자 데이터를 결합한 서비스를 내놓을텐데 이는 더 강력한 사용자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메시지 내용을 암호화하더라도 인공지능에 의한 새로운 맞춤형 광고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와이어드>의 이시 라파우스키는 “F8 컨퍼런스 발표는 온통 프라이버시에 관한 것이었지만 이는 기초부터 썩어있는 건물을 페인트로 단장하는 것일뿐”이라고 평가했다. 기술비평가 스콧 로젠버그는 “10년 전 페이스북이 프라이버시 보호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을 때 지뢰를 묻은 셈이고 지난 2년간 그 지뢰가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그램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기자는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위치정보 추적을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커버그는 ‘프라이버시 중심’의 페이스북을 내걸고 새 디자인과 강화된 보안의 서비스를 제시했지만, 말이 아닌 저커버그의 행동을 기준으로 삼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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