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비런스가 수집한 9번째 화성 암석 표본.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후반기 활동에 돌입한 화성 로봇탐사차 퍼시비런스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고대 생명체 흔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료를 찾아 수집하는 것이다. 유력한 대상지는 수십억년 전 강물이 흘러내려오면서 형성된 고대 삼각주다.
퍼시비런스가 이 지역에서 첫 시료를 수집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퍼시비런스가 지난 7일(미국 시각 기준) 스키너능선바위(Skinner Ridge rock) 지역에서 9번째 화성 시료를 수집해 용기에 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퍼시비런스가 화성에 도착한 지 490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 3월13일 8번째 시료를 수집하고 다음 목적지인 삼각주를 향해 출발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이번 시료는 화성에서 수집한 첫번째 퇴적암이다. 퇴적암은 강물을 따라 내려온 흙이 쌓여 굳으면서 만들어진 암석이어서 생명체 흔적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시료다. 이전까지 수집한 것들은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화성암으로 나사는 추정한다.
퍼시비런스가 9번째 시료 수집을 위해 판 구멍.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퍼시비런스가 애초 수집하려던 장소가 이곳은 아니었다. 퍼시비런스는 책의 낱장이 차곡차곡 포개진 듯 결이 선명한 퇴적암층 베티스락(Betty's Rock)에서 표본을 수집하려 했다. 그러나 암석층의 결이 매우 들쭉날쭉해 로봇팔로 구멍을 뚫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 이어 다음 차례로 선택한 것이 인근의 스키너능선바위다. 이곳은 베티스락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험하지가 않아 로봇팔이 작업을 하기가 훨씬 쉬웠다.
퍼시비런스가 애초 수집하려다 포기한 퇴적암층 ‘베티스락’.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퍼시비런스 프로젝트팀의 일원인 케이티 스택 모건 박사는 “예제로 충돌구의 삼각주는 퍼시비런스의 주요한 우주생물학 목표”라며 “이곳에서 수집한 암석들은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담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고대 화성의 기후와 이후 변화 과정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퍼시비런스가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삼각주는 퍼시비런스가 착륙한 예제로 충돌구의 북서쪽이다. 강물을 따라 흘러내려와 쌓인 퇴적물이 만든 지형의 높이는 40미터나 된다. 자율적으로 이동해야 하는 퍼시비런스로선 만만찮은 도전이다.
물론 퍼시비런스가 현지에서 곧바로 고대 생명체 흔적을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지구로 가져와 정교한 분석을 거쳐야 한다.
지구로 가져오는 시기 2031년서 2033년으로 늦춰
나사는 유럽우주국과 함께 2020년대 후반 또 다른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 이 표본들을 수거한 뒤 2030년대 초반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따라서 고대 생명체 흔적을 확인하려면 실제 암석 표본을 가져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나사는 애초 유럽우주국과 공동으로 2026년 시료 수거를 위한 우주선과 귀환선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사 시기를 귀환선은 2027년, 수거선은 2028년으로 각각 늦췄다.
이와 함께 수거용 우주선을 수거용과 귀환선 운반용으로 나눠 보내기로 했다. 하나의 우주선에 두가지 기능을 합칠 경우 우주선 무게가 늘어나 화성 착륙시 실패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새로운 계획에 따라 화성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시기도 애초 2031년에서 2033년으로 늦춰졌다.
퍼시비런스가 지난해 9월부터 3월까지 수집한 8개의 시료 사진과 수집 장소. 사진 주석에서 ‘core’가 실제 수집한 시료 사진이며 ‘abrade’는 수집 전에 찍은 시료 채취 부위의 사진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퍼시비런스에는 모두 43개의 시료 용기가 있다. 이 가운데 38개는 시료 수집용이고 나머지는 5개는 순수하게 화성 시료만 들어갔는지를 비교하기 위한 검증용이다. 나사는 30개 이상 수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퍼시비런스는 지난해 8월 시료 수집에 나섰으나 실제로 담긴 것은 화성의 공기뿐이었다. 퍼시비런스가 첫 시료 수집에 성공한 때는 9월6일이었했다. 퍼시비런스는 이후 지난 3월까지 8개의 용기에 화성 암석과 흙을 채워 넣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