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ated’.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 초안에 등장한 낯선 영어 단어다. 맥락상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적용돼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든’의 의미다. ‘abated fossil fuels’(저감된 화석연료) 등으로 쓴다. 총회 의장국이자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는 탄소 포집을 주요 의제로 만들려 했다. 참석자들 사이에 가장 많이 언급된 주제가 ‘탄소 포집’이었다는 보도(지난 7일 미국 뉴스위크)도 있다.
탄소 포집은 화석연료에서 대기로 배출된 탄소를 다시 잡아내 땅속이나 해저에 보관하는 기술이다. 당장 배출 감소가 쉽지 않은 분야에 적용할 실험적 기술인데, 갈수록 이 기술로 탄소중립이 가능하리라 착각하는 이가 많아진다. 급기야 저감된 화석연료는 퇴출 대상이 아니란 취지의 문구가 버젓이 기후총회에 등장한다.
이 기술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너무도 많다. 배출 감소가 쉽지 않은 분야의 전환 노력을 소홀히 만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비용이 매우 비싸 활용도가 떨어진다. 기술 자체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 효과도 그만큼 적다. 고체(석탄)나 액체(석유)를 태워 기체(온실가스)로 만드는 일이 쉬울까, 그 반대가 쉬울까. 이달 초 영국 옥스퍼드대가 낸 보고서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탄소 포집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전기화를 기반으로 한 경로보다 최소 30조달러의 비용이 더 드는, 막대한 손실”이라는 게 요지다.
‘기후책’에서 탄소 포집 기술에 대해 쓴 미국 스탠퍼드대 지구과학자 롭 잭슨은 “솔직히 굳이 필요하지 않은 기술”이라며 “오늘 온실가스가 대기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비용이 내일 대기에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비용보다 당연히 적게 든다”고 썼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도 기후총회 직전 기자회견에서 “탄소 포집만으로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은 순수한 환상”이라고 혹평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석유기업인 아부다비석유공사가 2030년까지 늘리겠다고 한 탄소 포집 설비 용량은 연간 1천만톤 규모다. 비영리단체 ‘글로벌 위트니스’가 계산한, 아부다비석유공사가 2030년까지 배출할 이산화탄소 추정치는 34억2천만톤이다. 아부다비석유공사의 설비로도 이걸 다 포집하려면 340년 이상 걸린다.
박기용 기후변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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