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기술자가 발견 ‘메르센 소수’
이전 기록보다 100만 자릿수 더 큰 수
1억 자릿수 소수 찾기 새 도전 과제로
자릿수가 2323만 9425개나 되는 이 소수를 다 적으려면, 6000 자릿수를 한 페이지에 빼곡하게 담더라도 무려 875페이지나 필요하다. 유투브 화면 갈무리 https://youtu.be/WK2gDgi4158
‘가장 큰 소수’의 기록이 경신됐다.
숫자 2를 무려 7723만 번 하고도 2917번을 거듭해 제곱한 다음에 1을 뺀 수가 소수임이 최근 확인됐다.
소수는 2, 3, 5, 7, 11…처럼 1과 자신 외에 다른 수로는 나누어지지 않는 정수를 가리키는데, 이 가운데 특히 2의 거듭제곱에서 1을 뺀 수가 소수일 때 이를 ‘메르센 소수’라 부른다. 예컨대 3, 7, 31, 127… 등이 메르센 소수다. 17세기 프랑스 수도자이자 수학자인 마랭 메르센이 이런 소수의 정리를 체계화하면서 메르센 소수로 불렸는데, 이번에 발견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50개가 발견돼 왔다.
50번째 메르센 소수, 그림 댄 호건( Dan Hogan), 사이언스데일리닷컴
메르센 소수를 찾는 사람들의 공동프로젝트인 김프스(GIMPS; Great Internet Mersenne Prime Search)는 지난 3일 이 단체의 공식 사이트(www.mersenne.org)에서 “2를 77,232,917번 거듭제곱 하고서 1을 뺀 수가 50번째 메르센 소수로 발견됐다”면서 “49번째 소수와 비교해 자릿수가 거의 100만 개나 더 많은, 자릿수 2324만 9425인 수”라고 밝혔다. 이 소수엔 ‘엠(M)77232917’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에 앞서 49번째 메르센 소수는 2016년 1월 발견됐으며 2를 74,207,281번 거듭 제곱하고서 1을 뺀 수이다(M74207281).
1996년에 설립된 단체인 김프스는 소수 찾기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 공개하고서 자발적 참여자들이 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자신의 컴퓨터를 이용해 자발적으로 소수를 찾도록 해왔다. 이 단체에서는 설립 이후에 16개의 소수를 새로 발견됐다.
이번 50번째 소수의 발견자는 이 공동프로젝트에 참여해 14년 동안 더 큰 소수를 찾아온 미국 전기기술자 조너선 페이스(51)로, 이번 발견으로 이 단체에서 상금 3000달러를 받게 됐다. 공식적인 발견 선언 이전에 여러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 숫자가 소수임이 틀림없는지를 컴퓨터 연산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을 꼬박 엿새 동안 거쳤다고 한다.
50번째 메르센 소수의 자릿수는 무려 2323만 9425개나 되어, 그 수를 모두 다 적는 데에도 큰 공간이 필요하다. 6000개 자릿수를 한 페이지에 빼곡하게 담더라도, 이 숫자를 다 기록하려면 무려 3875페이지나 필요하다. 380쪽짜리 책이라면 이 수를 기록하는 데 10권이 필요하다. 다음의 유투브 동영상은 50번째 메르센 소수가 얼마나 큰 수인지를 보여준다.
김프스 프로젝트는 이번 발견자는 조너선 페이스이지만, 공식 발견자 이름에는 페이스만이 아니라 소수 찾기 소프트웨어의 개발자, 그리고 소수 찾기에 나선 다른 자발적 참여자들도 기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 목표는 1억 자릿수의 소수가 될까? 1억 자릿수의 메르센 소수를 찾는 데엔 15만 달러의 상금이 걸렸다고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뉴스에서 메르센 소수 찾기 사이트를 운영하는 크리스 콜드웰 테네스대학 교수(수학)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빠르게 50번째 소수가 발견돼 놀랐다”면서 “메르센 소수에 관심이 둔 사람들에겐 흥미진진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메르센 소수가 뭐기에 사람들은 이것을 찾으려고 이리도 애를 쓸까?
김프스 프로젝트는 사이트에서 이런 물음에 대해, 무엇보다도 “희귀 물건을 수집하는 활동”이나 “어떤 경연대회에서 우승하고자 하는 노력”과 같은 것이 이런 소수 찾기의 중요한 동기라고 말한다. 콜드웰 교수는 “(왜 소수 찾기에 관심을 두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왜 산에 오르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프스 사이트에 보태진 설명을 보면, 이와 함께 이런 소수 찾기의 관심은 기원전 350년 유클리드 이래로 이어졌으며 특히 17세기 수학자 메르센 이후에는 ‘메르센 소수’ 찾기가 일종의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실용적인 쓰임새도 없지 않다. 최근에는 소수가 기반이 되는 암호기술이 발전하면서 소수 찾기에는 또 다른 의미도 생겨났으며,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달 탐사 우주 기술이 나중에 일상의 여러 기술로 파생했듯이 더 큰 소수를 찾는 과정에서 관련 기술이 유용하게 파생될 수도 있다고 이 프로젝트는 설명했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