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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민들레 씨앗의 특별한 비행…공기 소용돌이 덕분”

등록 2018-10-26 16:42수정 2018-10-28 20:31

영 연구진, 민들레 비행의 유체역학 실험
갓털 사이 빈 공간 지나는 공기흐름으로
갓털 위쪽엔 분리된 소용돌이 고리 생성
씨앗 낙하 늦춰주는 항력의 증강 효과
“에너지비용 최소화하는 자연의 비행법”
민들레 씨는 바람이 불면 쉽게 떠올라 멀리 비행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민들레 씨는 바람이 불면 쉽게 떠올라 멀리 비행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민들레 씨앗은 쾌청하고 솔솔 바람이 잘 부는 날엔 심지어 몇 킬로미터까지도 날아가는 특별한 비행 비법을 지니고 있다. 이런 비행 비법은 씨앗을 매단 갓 모양 털들 주변의 독특한 소용돌이 덕분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민들레 씨앗은 단풍나무 씨앗처럼 날개 구조를 지니지 않으면서도 멀리 안정적으로 날아가, 그 비행 비법이 연구자들의 관심 대상이 되어왔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의 유체역학 연구진은 민들레 씨앗에 붙은 갓 또는 우산이나 낙하산 모양의 머리 부분에 있는 90~110개 가닥의 강모(갓털/관모, pappus) 사이 빈 공간을 지나는 공기 흐름이 만들어내는 소용돌이 덕분에 씨가 쉽게 낙하하지 않은 채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그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민들레 홀씨. 위쪽의 갓 모양 강모들(갓털, pappus)이 맨 아래 씨앗을 매달고 날아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민들레 홀씨. 위쪽의 갓 모양 강모들(갓털, pappus)이 맨 아래 씨앗을 매달고 날아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논문과 <네이처> 뉴스 보도를 보면, 공기 흐름이 갓털들 사이를 통과해 지나면서 갓털 아래쪽과 위쪽 간에는 압력 차이가 생기고, 그로 인해 갓털 위쪽엔 고리 모양의 작은 소용돌이가 안정적으로 생성되어, 민들레 씨앗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늦춰주는 항력의 증강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눈에 보이지 않은 공기 흐름을 어떻게 관찰했을까? 그 방법은 연구진이 만든 특별한 실험관측 장치에 있었다. 연구진은 먼저 수직 방향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풍동을 마련하고서 민들레 씨앗을 일정한 높이에 떠 있도록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 하기 위해선, 공기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떠다니는 미세입자들을 허공에 뿌려 떠다니게 했다. 그러고서 레이저를 이용해 떠다니는 미세입자들을 비추어 공기 흐름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미세입자들이 보여주는 역동적인 공기 흐름은 고속촬영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게 관찰해 보니, 민들레 씨앗의 비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갓 모양을 이룬 털(갓털)들 덕분이라는 게 밝혀졌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막으로 공기 흐름을 막는 낙하산과 달리 민들레 씨앗은 갓털들 사이로 공기가 숭숭 지나갈 수 있는 구조를 지니지만, 90~110개 정도의 갓털들은 공기가 그 사이를 지날 때 갓털 위쪽과 아래쪽에 압력차를 만드는 효과를 냈다. 이런 압력차로 인해 갓털 위쪽에 고리 형태의 소용돌이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런 소용돌이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민들레 씨앗의 낙하를 막아주는 항력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그 소용돌이가 독특했다. 보통 곤충이나 새가 날개짓을 하며 비행할 때에도 역동적인 소용돌이가 형성되는데 이때에 흔히 소용돌이는 날개와 밀착해 날개짓과 뒤섞여 있게 마련이었다(아래 동영상은 벌새의 날개짓과 소용돌이 형성을 보여준다).

민들레 씨앗 위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생성된 소용돌이들(왼쪽 사진 둘). 갓털들 사이의 빈 공간을 지나는 공기 흐름이 이런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데, 소용돌이들이 민들레가 하강 하는 것을 늦춰주는 항력을 증강시킨다. 오른쪽 사진 둘은 빈 공간을 갖춘 민들레 씨앗 갓털의 구조를 모방해 구멍들을 뚤은 원반을 이용해, 원반 위쪽에 비슷한 소용돌이가 생성됨을 보여주는 실험 장면. 출처: 네이처, 영국 에딘버러대학 연구진
민들레 씨앗 위쪽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생성된 소용돌이들(왼쪽 사진 둘). 갓털들 사이의 빈 공간을 지나는 공기 흐름이 이런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데, 소용돌이들이 민들레가 하강 하는 것을 늦춰주는 항력을 증강시킨다. 오른쪽 사진 둘은 빈 공간을 갖춘 민들레 씨앗 갓털의 구조를 모방해 구멍들을 뚤은 원반을 이용해, 원반 위쪽에 비슷한 소용돌이가 생성됨을 보여주는 실험 장면. 출처: 네이처, 영국 에딘버러대학 연구진
이와는 달리 민들레 씨앗 갓털 위쪽의 소용돌이는 갓털에서 조금 떨어진 채 ‘분리된 소용돌이 고리(separated vortex ring)’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또한 그 소용돌이 고리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연구진은 이처럼 새롭게 발견된 ‘분리된 소용돌이 고리’는 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비행의 방식이라고 보고했다.

“이번 연구는 공기가 갓털들 사이를 지나 흐르면서 고리 모양의 공기 소용돌이가 생성되며, 그것이 씨앗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늦춰주는 항력을 증강해줌을 밝혀냈다. 새롭게 발견된 ‘소용돌이 고리’는 갓털들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진 채 형성되며, 그 소용돌이는 갓털들 사이를 지나가는 공기 흐름에 의해 안정성을 얻는다. 갓털들 사이를 지나는 일정한 공기의 양이 비행 중인 씨앗 바로 위쪽에 소용돌이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때의 공기 양은 갓털들이 정밀하게 얼마나 거리를 유지하느냐에 의해 제어된다.”(에든버러대학 보도자료)

민들레 씨앗 주변의 소용돌이 생성에서 갓털 간의 간격이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갓털처럼 공기가 지나갈 수 있는 열린 공간들을 갖춘 원반 구조물을 만들고서, 풍동 실험을 벌여 원반 위쪽에 민들레 씨앗의 경우와 비슷한 소용돌이 고리가 생성되는지를 관찰했다. 이 실험에서는 민들레 갓털의 간격에 따라 지나가는 공기의 양을 가장 비슷하게 구현한 원반에서 소용돌이 고리가 생성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다음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민들레 씨앗 비행법의 연구결과를 전하며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다.)

일부 날벌레들도 강모로 이뤄진 날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민들레 갓털 같은 강모 구조는 자연의 비행법에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에딘버러대학 연구진은 말했다. 그림은 삽주벌레(Thrips).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민들레 씨앗의 비행에 도움을 주는 이런 ‘분리된 소용돌이 고리’는 이전에 주목받지 못한 새로운 발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에든버러대학 보도자료에서 “민들레 씨앗의 비행처럼 자연에 있는 독창적 구조물을 면밀하게 살피다보면 새로운 통찰을 얻곤 한다”면서 “우리는 재료와 에너지의 비용을 최소화 하는 자연의 비행 해법을 발견했으며 이것은 지속가능한 기술의 공학에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위쪽에 소용돌이 고리를 만들면서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의 방법은 자연에서 진화해온 진귀한 비행법이면서 또한 전력 소모를 최소화 한 소형 드론 같은 비행체에 응용될 수 있는 자연모방공학의 방법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연구진은 기대한다.

논문 초록 (우리말 번역)

바람에 의해 퍼지는 식물은 그 씨앗을 띄우는 독창적인 방법을 발전시켜왔다. 일반적인 민들레는 항력을 증강시켜 씨앗이 높게 뜨도록 돕는 강모(갓털, pappus)를 이용한다. 이런 수동 비행의 메커니즘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놀라울 정도로 먼 거리까지 씨앗을 퍼뜨릴 수 있다. 그렇지만 갓털이 매개하는 비행을 뒷받침할 만한 물리학은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우리 연구진은 민들레 씨앗 주변의 공기 흐름을 시각화하여 특별한 유형의 소용돌이(vortex)를 발견했다. 이 소용돌이는 재순환 하는 유체의 고리 형태를 띠는데, 그것은 갓털들을 통과하는 공기 흐름 때문에 민들레 씨앗과는 분리된다. 우리는 ‘분리된 소용돌이 고리’(separated vortex ring)를 만드는 핵심적인 디자인 특성이 원반 모양의 기하학 구조와 갓털의 다공성(porosity)에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미세제작 된 원반을 사용하여 다공성 차이를 조사했으며, 민들레 씨앗의 다공성과 비슷한 다공성을 갖춘 원반이 갓털의 공기 흐름 거동을 재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민들레 갓털의 다공성은, 항공역학적 부하를 최대화하며 재료의 요구사항을 최소화하면서, 소용돌이를 안정화하는 데에 정밀하게 조율되는 것으로 보인다. ‘분리된 소용돌이 고리’의 발견은 유체가 스며드는 물체 주변에서 생성되는 새로운 종류의 유체 거동 존재를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이런 거동은 생물학인 구조와 인공적인 구조에서 나타나는 이동, 무게 감소, 입자 유지의 토대가 될 수 있다.

[Nature(2018),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18-0604-2]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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