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김지환 교수-최신현 박사 등 연구진
신경세포간 시냅스처럼 아날로그식 연산
기계학습와 빅데이터 처리 강한 칩 목표
″필적식별 성능테스트 정확도 95% 보여″
신경세포간 시냅스처럼 아날로그식 연산
기계학습와 빅데이터 처리 강한 칩 목표
″필적식별 성능테스트 정확도 95% 보여″
뇌 신경세포(뉴런) 연결망을 보여주는 현미경 사진(왼쪽)과 뇌의 신경망을 모방한 뉴로모픽 칩 소자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은과 실리콘의 두 전도층이 중첩돼 소자 역할을 하는 부분의 넓이는 25나노미터 x 25나노미터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MIT 제공
[일문일답] 제1저자 최신현 박사연구원
문: < MIT 뉴스 >를 보면, 뉴런(신경세포) 간에 신호물질을 주고받는 연결부(시냅스)에서 신호로서 이온화한 물질들(ions)을 주고받듯이 뉴로칩에서는 전류 세기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생체 시냅스를 모방했다는 설명이 나오는군요. 2개의 전도층 사이에 스위치를 켜고 끄는 매개물(시냅스 기능)을 배치한 것이 주요한 아이디어 같습니다
답: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뉴로모픽 칩(neuromorphic chip)에서는 2개 전도층 중 한쪽엔 전도도가 매우 높은 실리콘(Si)을 이용하고 다른 한쪽엔 은(Ag)을 이용했습니다. 매개물은 저항이 매우 높은 상태의 실리콘-게르마늄(SiGe)을 이용했습니다. 은(Ag)이 전도층에서 실리콘-게르마늄 안으로 들어가서 필라멘트를 형성하여 전도도를 조절합니다.
문: 먼저 생체 시냅스와 컴퓨팅 방식을 비교하면서 뉴로칩의 원리를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해주십시오.
답: 기존 컴퓨터 방식은 중앙처리연산장치(CPU), 메모리 같은 각 부품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데이터를 처리합니다. 그리고 인풋(input, 입력) 값을 차례로 처리합니다. 하지만 생체 시냅스는 뉴런간의 신호 세기를 조절하면서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즉 메모리 역할을 하는 부분이 데이터 처리도 담당합니다(사실 뇌에서 신호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 데이터가 처리되는지 명확히 이해해하려면 밝혀져야 할 것이 아직 많습니다). 이 뉴로모픽 컴퓨팅 칩을 이용하면, 생체 시냅스와 마찬가지로 메모리에서 컴퓨팅을 같이 할 수 있어 매우 빠른 컴퓨팅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인풋을 병렬적으로(동시다발로) 넣을 수 있어서 빅데이터에서 결과 값을 효율적으로 바로 뽑을 수 있습니다.
문: 이런 칩은 수치연산처럼 양을 정확히 계산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을 듯합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설명도 있네요. 필적 식별 테스트에서 95퍼센트 정확도를 보였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시냅스를 모방한 이런 칩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수치연산보다는 확률 연산과 평가 같은 데 더 어울릴 법합니다. 인공적인 시냅스 칩은 주로 어떤 용도로 쓰이는 하드웨어일까요?
답: 네 그렇습니다. 이 뉴로모픽 칩은 사칙연산을 하는 데에 특화된 하드웨어는 아닙니다. 뉴로모픽 칩은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계학습이나 심화학습에 쓰기에 적합한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존 CPU는 차례대로 연산을 수행하는 사칙연산에 특화된 방법이지 빅데이터 처리에 효율적인 구조가 아니거든요.
문: 이런 하드웨어를 돌리는 소프트웨어도 필요하겠지요?
답: 모든 하드웨어에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뉴로모픽 컴퓨팅을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어떤 알고리즘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하는 역할이 달라지겠지요.
문: ‘휴대용’ 인공지능 칩을 구현하는 것이 연구개발의 큰 목표 같습니다. 휴대용 인공지능 칩의 연구개발 분야에서 요즘 어떤 주제들이 경쟁적으로 연구되고 있는지요?
답: 아시다시피, 구글의 알파고나 아이비엠(IBM)의 트루노스(TrueNorth)를 보면 엄청난 수의 CPU와 GPU를 쓰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큰 공간에서 사실상 슈퍼컴퓨터로 연산하는 것입니다. 이를 손톱 만한 칩 하나로 대체하는 것이 이 분야의 목표입니다. 그만큼 에너지도 적게 소모하겠지요. 현재 인공지능 칩은 다양한 방면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안정적인 트랜지스터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칩도 개발 중에 있고, 우리처럼 새로운 소자를 개발하여 더 간단한 구조로 복잡성을 낮춘 칩을 개발하는 분야도 있습니다. 트랜지스터와 새로운 소자를 결합하고 결점을 보완하여 칩을 만들고 있는 분야도 있습니다. 현재 빅데이터는 아니더라도 적은 데이터를 인풋으로 넣어서 아웃풋(output)이 얼마나 정확하게 나오는지에 대한 실험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대용량의 뉴로모픽 칩을 만드는 것이 공통된 목표입니다.
문: 이번에 개발한 칩은 어떤 것인지 그 사양과 성능을 간략히 설명해주십시오.
답: 우리 연구는 인공지능 시냅스 역할을 하는 소자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소자 하나가 시냅스 하나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은과 실리콘의 두 전도층이 중첩돼 소자 역할을 하는 부분의 넓이는 25나노미터 x 25나노미터에 불과합니다. 현재 25나노미터까지 축소해도 소자가 정상 동작함을 증명하였고 기존 디바이스들의 한계였던 시냅스 전도도 차이의 미흡한 수준을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디바이스간 성능 차이가 없어 균일하게 시냅스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존에 있던 디바이스들의 성능(많이 쓰고 지울 수 있고, 시냅스 전도도 차이를 크게 만들 수 있고, 한번 쓰면 오래 가고, 기타 등등)보다 월등한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는 2만 개 정도의 시냅스를 가진 칩의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꾸준히 그런 목표를 향해 향상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뉴로모픽 칩의 연구개발자들. 김지환 교수(가운데)와 최신현 박사후연구원(오른쪽), 스콧 탄 석사과정 학생(왼쪽). MIT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