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입체안경 쓴 사마귀’ 이색실험…우리와 다르게 3D 본다

등록 2018-02-14 15:44수정 2018-02-14 15:47

작은 신경계로 먹잇감 포착 효율
해상도 낮지만 '변화' 지각에 강점
"소형로봇 3D시각 기술에 쓰임새"
사마귀의 입체시 능력 실험에 등장한 입체안경 쓴 사마귀. 영국 뉴캐슬대학 제공
사마귀의 입체시 능력 실험에 등장한 입체안경 쓴 사마귀. 영국 뉴캐슬대학 제공
고글 쓴 앵무새의 비행 실험이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6년 새의 날갯짓이 공중에 몸을 띄우는 ‘양력(lift)’을 얼마나 어떻게 만드는지를 관찰하려고 앵무새의 비행 실험을 했던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진의 이야기다(사이언스온, “비행실험 앵무새도 안전제일…고글 쓰고 레이저속 비행”). 연구진은 ‘양력’을 계산하는 데 쓰이는 몇몇 방정식이 실제 상황에 얼마나 들어맞는지를 검증하고자 했다.

실험 공간엔 앵무새가 이쪽에서 저쪽의 횃대로 날아가는 동안에 그 날갯짓을 초고속으로 촬영하는 카메라들이 이곳저곳에 설치됐다. 날갯짓 할 때 일어나는 역동적인 공기 소용돌이를 볼 수 있도록 안개입자를 허공에 뿌리고 레이저를 비행 구간에 비추었다. 고글은 이런 레이저 실험 환경에서 비행하는 앵무새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3차원 프린터로 제작한 것이었다. 고글 쓴 앵무새의 이색적인 비행 장면은 당시에 여러 과학매체들에서 화제성 기사로 다뤄졌다.

고글 쓴, 실험실의 앵무새. 스탠포드대학 제공(2016)
고글 쓴, 실험실의 앵무새. 스탠포드대학 제공(2016)
최근엔 입체 색안경을 쓴 사마귀가 실험실에 등장했다.

영국 뉴캐슬대학교 신경과학연구소 소속 연구진은 먹잇감의 거리를 추산하는 입체시 능력을 지닌 사마귀를 대상으로 실험하면서 3차원 영화를 볼 때 흔히 쓰는 '입체안경'을 사마귀의 두 눈에 씌었다. 복잡한 신경계를 갖추고서 대상물을 입체 시각으로 지각하는 사람이나 새, 그리고 다른 척추동물과 달리, 사마귀는 아주 단순한 신경계를 지니면서도 먹잇감의 거리를 입체시로 추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척추동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입체 색안경을 쓴 사마귀가 바라보는 벽에다 단순한, 그리고 복잡한 색깔들을 배경으로 비슷한 색깔의 대상물이 움직이는 영상을 보여주며 사마귀의 시각과 행동 반응을 살폈다. 연구진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사마귀 입체시는 사마귀가 바라보는 장면의 세세한 특징을 지각하지는 못하지만 움직임에는 매우 뛰어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심지어 사람의 입체시 능력으로는 지각하기 힘든 복잡한 색깔 배경의 장면에서도 사마귀 입체시는 움직임을 쉽고도 정확히 포착해냈다. 매우 단순한 신경계의 자원을 가지고서도 먹이 사냥에 필요한 단출한 능력만은 효율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풀이했다. 연구결과는 최근 생물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사마귀 입체시각(입체시, stereopsis)는 척추동물의 입체시보다 단순하다고 추정되지만, 그 기반이 되는 연산에 대해서는 현재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사마귀 입체시가 척추동물 입체시와 근본적으로 다른 연산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사마귀 입체시는 두 눈에 비친 이미지에서 휘도를 직접 비교하기보다는 이미지에서 휘도가 ‘변화하는’ 부분을 찾아낸다. 그러므로 사마귀 입체시가 정적인 이미지를 다루며 작동한다는 증거는 없다 해도, 그것은 질감 측면에서 표적이 배경과 잘 구분이 되지 않아 완벽히 위장되는 시각적으로 복잡한 장면에서도 움직이는 표적의 거리를 성공적으로 포착해낸다. 이 곤충은 두 눈에 비친 휘도 패턴이 일치하지 않을 때 입체적인 거리를 판단하는 그런 능력에서는 인간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논문 요약에서)

단출한 신경계로 작동하는 사마귀 입체시는 그런 단출함 덕분에 나름의 장점을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만일 사람이나 다른 포유동물 수준의 비교적 정교한 입체시를 로봇에다 구현하면 상당한 컴퓨터 자원과 복잡한 알고리즘이 필요하겠지만, 아주 작고도 단순한 소형 로봇이나 기계에다 입체 시각 능력을 구현할 때에는 사마귀 입체시 같은 단출한 입체시 방식을 구현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뇌는 850억 개(최근 추산에 의하면)의 뉴런을 지니지만 사마귀는 100만 개보다 적은 뉴런을 지니면서도 독특하고 단출한 방식으로 자기 생존에 필요한 입체시 지각 능력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입체 색안경 쓴, 실험실의 사마귀. 뉴캐슬대학 제공
입체 색안경 쓴, 실험실의 사마귀. 뉴캐슬대학 제공
연구진은 뉴캐슬대학 보도자료에서 “많은 로봇이 길을 찾아갈 때 입체시를 사용하는데 그 기술은 대부분 인간 입체시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곤충 뇌는 매우 작기 때문에 곤충 입체시 방식에는 많은 컴퓨터 처리가 필요하지 않고, 그래서 곤충 입체시는 사용전력이 적을 수밖에 없는 자동 로봇에 유용하게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요약 (우리말 번역)

입체시(stereopsis)는 두 눈에 비치는 서로 다른 장면들을 바탕으로 거리를 추산하는 능력이다. 그것은 신경과학과 기계시각(machine vision)의 주요 분야에서 중요한 모델이 되는 지각 시스템이다. 포유류, 조류, 그리고 거의 모든 기계의 입체시 알고리즘은 두 눈에 비친, 휘도(밝기)에 따른 이미지들 간 유사점을 찾아내어, 일련의 연산(computation)을 거쳐 장면 전체에서 깊이가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지도를 생성해낸다. 입체시는 무척추동물에선 적어도 하나, 즉 사마귀에서도 진화했다. 사마귀 입체시는 척추동물의 입체시보다 단순하다고 추정되지만, 그 기반이 되는 연산에 대해서는 현재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사마귀 입체시가 척추동물 입체시와 근본적으로 다른 연산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사마귀 입체시는 두 눈에 비친 이미지에서 휘도를 직접 비교하기보다는 이미지에서 휘도가 ‘변화하는’ 부분을 찾아낸다. 그러므로 사마귀 입체시가 정적인 이미지를 다루며 작동한다는 증거는 없다 해도, 그것은 질감 측면에서 표적이 배경과 잘 구분이 되지 않아 완벽히 위장되는 시각적으로 복잡한 장면에서도 움직이는 표적의 거리를 성공적으로 포착해낸다. 이 곤충은 두 눈에 비친 휘도 패턴이 일치하지 않을 때 입체적인 거리를 판단하는 그런 능력에서는 인간보다 월등하게 뛰어나다. 이렇게 곤충 입체시는 낮은 이미지 해상도에서도 두 눈 간의 휘도 패턴 불일치에 강한 능력을 보여주면서 (입체시의) 연산에서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 Current Biology (2018), https://doi.org/10.1016/j.cub.2018.01.012 ]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100년 전에 상상한 2025년…얼마나 현실이 됐을까 1.

100년 전에 상상한 2025년…얼마나 현실이 됐을까

나는 폐 노화자일까 심장 노화자일까…장기별 노화 시기 다르다 2.

나는 폐 노화자일까 심장 노화자일까…장기별 노화 시기 다르다

태양 극대기와 만난 오로라…“지난 500년 중 가장 강렬” 3.

태양 극대기와 만난 오로라…“지난 500년 중 가장 강렬”

머스크와 베이조스, 같은 날 신형 로켓 발사 ‘자존심 대결’ 4.

머스크와 베이조스, 같은 날 신형 로켓 발사 ‘자존심 대결’

지구와 태양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오늘 밤 10시28분 5.

지구와 태양이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오늘 밤 10시28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