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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외계인 같은’ 몸뼈의 정체, 게놈분석 해보니

등록 2018-03-23 15:25수정 2018-03-23 15:55

길쭉한 머리, 6인치 크기 ‘기이한 형상’
“외계인” 논란에 정체규명 나선 연구진
2013년 DNA 판독 ‘사람뼈’ 규명 이후
다시 게놈 전체 해독, 유전변이 분석
“뼈 질환 관련 7개 유전자변이 찾아”
‘뼈 노화 빠른 왜소증 태아’일 가능성
15센티미터의 인간 `아타‘. 기이한 형상을 해 ‘외계인’ 논란을 빚었던 몸 뼈(별칭 ‘아타’)가 실은 여러 뼈 질환을 앓았던 사람의 뼈인 것으로 유전자 분석 결과에서 나타났다. 이 몸 뼈의 주인은 뼈 노화를 겪은 태아였을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이 대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스탠포드대학 의대 연구진,
15센티미터의 인간 `아타‘. 기이한 형상을 해 ‘외계인’ 논란을 빚었던 몸 뼈(별칭 ‘아타’)가 실은 여러 뼈 질환을 앓았던 사람의 뼈인 것으로 유전자 분석 결과에서 나타났다. 이 몸 뼈의 주인은 뼈 노화를 겪은 태아였을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이 대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 스탠포드대학 의대 연구진,
길쭉한 머리뼈에, 움푹 들어가고 치켜 올라간 눈구멍, 정상보다 2개 적은 10개의 갈비뼈, 게다가 인간 몸을 하고는 있지만 전체 키는 고작 14~15센티미터….

이런 기이한 형상의 몸 뼈가 지난 2003년 칠레 아타카마 지역의 어느 버려진 탄광마을에서 발견된 이후에, 이 몸 뼈는 그 크기나 형상의 기이함 때문에 ‘외계인’ 논란에 휩싸였다. 몸 뼈에는 ‘아타(Ata)’라는 별칭이 붙었는데, 그 정체의 윤곽이 드러낸 것은 발견 10년 만이었다.

2013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의과대학의 미생물-면역학자인 개리 놀란(Garry Nolan) 교수 연구진이 몸 뼈에서 추출한 디엔에이(DNA)를 분석해보니 인간의 것으로 확인됐다는 중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디엔에이로 볼 때 몸 뼈 주인은 원시인류나 고대인의 것이 아니라 수십 년 전, 대략 40년 전에 사망한 최근의 인간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도 논란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당시에 놀란 교수는 뼈의 나이가 6-8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는데, 15센티미터 크기의 몸 뼈가 6~8살 아이의 것으로는 도무지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기 뼈라고 보기 어렵고 임신 14-16주 정도의 태아의 뼈일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면서 논란은 이어졌다.

최근 개리 놀란 교수와 연구진이 이후 5년 동안 진행한 몸 뼈의 유전체(게놈) 분석 결과를 과학저널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에 발표했다. 왜 이런 기이한 형상이 만들어졌는지, 그 요인이 되는 유전자들을 찾기 위한 전체 유전체의 염기서열 분석 연구였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게놈 분석 결과로 볼 때 “아타가 인간 여성임을 입증하며 칠레인의 후손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이 몸 뼈의 주인이 상당히 희귀한 뼈 질환을 앓았음을 보여주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근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인간 참조표준 게놈과 비교할 때, 총 335만 6569개의 단일염기변이(SNV)가 발견됐으며, 51만 8365개의 삽입/결실(indel) 그리고 1047개의 구조변이(SV)가 검출됐다“면서 또한 ”그 유전체에 왜소발육증, 갈비뼈 변형, 머리뼈 기형, 미성숙 관절융합, 연골형성 장애 등 질환(골격형성장애)과 연관되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존재함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아타’의 엑스 선 영상(왼쪽), 그리고 아타의 크기를 보여주는 사진들. 사진 출처: 미국 스탠포드대학 의대 연구진,
‘아타’의 엑스 선 영상(왼쪽), 그리고 아타의 크기를 보여주는 사진들. 사진 출처: 미국 스탠포드대학 의대 연구진,
연구진은 이 몸 뼈 주인의 사망 당시 나이를 6~8살로 확정하는 데에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영어권 온라인 매체인 <기즈모도(Gizmodo)>의 보도에서, 개리 놀란은 몸 뼈 상태를 볼 때 뼈의 나이를 6~8살로 볼 수는 있지만, 여러 뼈 질환 유전자들을 고려할 때 몸 뼈 주인의 나이가 6~8살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기즈모도>에 보낸 메일에서 “그 점에 대해서는 내가 크게 잘못했거나 내 말이 잘못 인용됐다‘면서 ”나는 예전에 몸 뼈 표본이 (인간이라면) 뼈 밀도와 성숙 상태로 볼 때에 6~8살은 되어 ’보인다(appear)‘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는 ”추정해볼 때 아타의 '뼈 나이'는 사망 당시에 6~8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런 뼈 나이는 심각한 왜소발육증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뼈의 빠른 노화로 ’일찍 진행된 뼈 나이‘를 지닌 태아일 가능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뼈 관련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아타는 태아이긴 하지만 그 뼈는 일찍 노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게놈 분석은, 매우 희귀한 몸 뼈 형상, 또는 몸 뼈 질환이 어떤 유전자들의 돌연변이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지를 탐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진은 <기즈모도> 보도에서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뼈 질환 관련 유전자 후보도 발굴됐다.

연구진은 “우리는 지금까지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 중에서 보지 못했던 희귀 돌연변이들을 찾고자 했다”면서 아타 특유의 기형을 일으키는 데 적어도 7개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여했음을 밝혔으며 그중에는 이미 알려진 것도 있지만 뼈 질환과 관련해 알려지지 않은 유전자들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보면, 놀라움을 줄 정도로 기이한 아타의 몸 뼈는 어쩌면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인간 희귀 질환의 사례를 제공하면서 그런 희귀 질환을 연구하는 과학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한계와 관련해서는 게놈 분석 결과로 볼 때에 이런 유전자 변이가 아타의 희귀한 증상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뿐이며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자 변이와 질환 간의 실제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논문 초록 (우리말 번역)

10여 년 전[2003년]에 '아타카마 인간형 골격'(약칭 ‘아타[Ata]’)이 칠레의 아타카마 지역에서 발견됐다. 아타 표본은 이상한 표현형, 즉 6인치 크기, 정상보다 적은 갈비뼈, 길쭉한 머리뼈, 가속화한 뼈 노화의 표현형을 지녔다. 이로 인해 이 골격이 인간 아닌 영장류 동물의 것, 또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인간 태아, 또는 심지어 외계인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전에 우리는 디엔에이(DNA) 분석을 거쳐 아타가 인간이었며, 뼈의 나이는 사망 당시에 대략 6-8년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관찰된 형태를 만들어낸 가능한 유전적 동인을 찾기 위해, 표본의 디엔에이를 일루미나 하이시크(Illumina HiSeq) 플랫폼을 사용해 전체 유전체(게놈)의 염기서열을 해독했다(평균 101 염기쌍의 11.5배 커버리지 방식으로 분석). 인간 참조기준 게놈과 비교할 때, 총 335만 6569개의 단일염기변이(SNV)가 발견됐으며, 51만 8365개의 삽입/결실(indel) 그리고 1047개의 구조변이(SV)가 검출됐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자세한 게놈 전체 분석 결과를 제시하여, 아타가 인간 여성임을 입증하며 칠레인의 후손일 가능성이 있고 그 게놈에 왜소발육증, 갈비뼈 변형, 머리뼈 기형, 미성숙 관절융합, 연골형성 장애 등 질환(골격형성장애)과 연관되는 것으로 알려진 여러 유전자들(COL1A1, COL2A1, KMT2D, FLNB, ATR, TRIP11, PCNT)의 돌연변이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발견은 아타 특유의 표현형에 대한 분자적 규명을 제공하는데, 아타 특유의 표현형은 뼈 발달과 골화에 영향을 준다고 밝혀졌거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후보 유전자들의 변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Genome Research (2018), http://www.genome.org/cgi/doi/10.1101/gr.223693.117]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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