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한 원뿔형 모양을 한 나노 다이아몬드 구조물이 위쪽에서 눌리자 구부러지는 모습.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제공
다이아몬드는 천연광물 중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경도가 가장 크다). 그래서 다이아몬드에 흠을 낼 수 있는 건 다이아몬드밖에 없다는 말은 널리 알려져 있다. 딱딱한 다이아몬드는 깨지거나 부서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다. 그런데 그 크기가 점점 작아져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척도 수준으로 작아지면 다이아몬드의 경도 특성에는 다이아몬드답잖은 변화가 나타난다. 다이아몬드가 수백 나노미터 이하의 작은 나노 구조물이 되면 구부러지고 탄성도 지니는 것으로 처음 관찰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싱가포르 난양공대, 한국 울산과기원(UNIST) 등 소속 공동연구진은 실리콘 기판 위에다 고압 상태에서 탄소 증기를 뿜어 나노 다이아몬드를 성장시키는 ‘화학증착법(CVD)’을 써서 나노 다이아몬드 구조물을 만든 다음에 그 탄성 실험을 해보았더니 나노 다이아몬드가 구부러지고 휜다는 것을 관측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여기에서 화학증착법(CVD)이란, 기체를 가열된 기판 위에 뿜어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함으로써 얇은 막(박막)이 형성하게 하는 공정으로. 반도체, 금속박막, 유기박막 등을 만들 때 보통 사용된다. 연구진은 이런 화학증착법에다 ‘반응성 이온 식각법’(RIE)이라는 공정을 써서, 지름 100~300나노미터 크기에 길쭉한 뿔기둥 모양을 해 이른바 ‘나노바늘’이라 불리는 인조 다이아몬드 구조물을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 다이아몬드 구조물의 탄성 특성을 실험했다. 길게 뾰족하게 뻗은 나노바늘 다이아몬드를 다른 다이아몬드로 서서히 짓누르자 나노 다이아몬드 구조물은 쉽게 관측될 정도로 구부러지는 모습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나노 다이아몬드의 인장 변형률(tensile strains)이 최대 9%에 달했으며, 이런 수치가 다이아몬드의 변형 한계치일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누르는 것을 그만두자 구부러졌던 나노 다이아몬드 구조물은 원상태로 복원됐다. 탄성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한계치를 넘어서 계속 큰 힘이 가해지면 나노 다이아몬드 구조물은 이내 부러졌다.
나노 다이아몬드 구조물을 다른 다이아몬드로 서서히 누르자 나노 다이아몬드 구조물은 쉽게 관측될 정도로 구부러지는 모습이 관찰됐다. 그러나 한계치를 넘어서 계속 큰 힘이 가해지면 나노 다이아몬드 구조물은 이내 부러졌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제공
연구진은
매사추세츠공대 보도자료에서, 보통 크기의 다이아몬드는 인장 변형의 한계치가 1%에도 훨씬 못 미치는데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9%나 되는) 상당한 정도의 탄성 변형을 보여준다는 점은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나노 다이아몬드는 1마이크로미터(1000나노미터)보다 작은 다이아몬드 입자를 통칭하는데, 보통 다이아몬드와 마찬가지로 단단하며 열과 마모에 강하고 독성이 없는 독특한 기계적, 광학적 특성들을 지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여러 분야에서 점차 쓰임새가 늘고 있으며, 약물 전달용 의학 재료 등으로 새롭게 응용하려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 나노 다이아몬드의 연구개발 동향:
나노융합산업협력기구 자료, https://www.nanoin.org/post/NNIN_014/5224
이런 가운데 딱딱한 줄로만 알았던 나노 다이아몬드가 상당한 탄성 변형의 특성도 지니고 있다는 새로운 발견이 제시되면서, ‘탄성변형 공학’을 통해서 다이아몬드의 광학, 광역학, 자기, 촉매 특성을 조절할 수 있다면 응용 가능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연구진은 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가 운영하는 뉴스와 비평 블로그 미디어인
<스펙트럼(Spectrum)>에서 “최대 탄성변형을 0부터 9%까지 실시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전에 없던 물질 특성을 연구개발하는 데 많은 잠재적 효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언스>의 논문 소개(우리말 번역)
작고 매끄럽고 구부러지는 다이아몬드: 당신이 다이아몬드를 변형하고자 한다면, 당신이 다이아몬드를 파손하게 될 것이다. 다이아몬드는 매우 높은 경도를 갖지만 탄성변형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다이아몬드의 유용성은 일부 응용 분야에 제한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진은 다이아몬드 재질의 나노바늘이 사실상 탄성변형 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비결은 작은 크기(300nm)에 있으며, 그리고 작은 크기이면서도 매우 매끄러운 표면을 지니며 결함이 없는 다이아몬드에 있었다. 변형은 다이아몬드의 이론적 한계치에 가깝게 나타났다. 이런 연구결과는 마이크로 전자공학과 약물 전달 분야에 응용 가능성을 열어준다.
논문 초록
다이아몬드는 상당한 경도와 내구성을 지니지만 다이아몬드를 어떻게든 변형하려고 시도하면 다이아몬드는 대개 부서지고 깨어진다(취성균열). 우리는 나노 크기(최대 300나노미터)의 단결정 및 다결정 다이아몬드 나노바늘 구조물이 완전히 원상태로 복원되는 상당한 정도의 탄성변형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해 보여준다. 단결정 다이아몬드의 경우에, 최대 인장변형률(최대 9%)은 이론적 탄성 한계치에 접근하며, 이에 상응하는 최대 인장 응력은 최대 89~98기가파스칼까지 도달했다. 체계적인 계산 시뮬레이션과 변형 전후의 구조 특징 분석을 종합한 결과, 우리는 고강도와 상당한 규모의 탄성 변형이 작은 체적의 다이아몬드 나노바늘 구조물에 있는 결함 없다는 점, 그리고 마이크로미터 규모의 더 큰 구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끄러운 표면을 지닌다는 점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 연구결과는 다이아몬드 나노 구조, 기하학, 탄성변형 및 물리특성을 최적 설계함으로써 새로운 응용 분야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