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기억상실’ 어린 쥐 대상 실험
기억 생성 때 활성 띤 기억세포들
자극해 재활성화 하자 기억 살아나
“유아 기억상실은 저장 문제 아닌
회상의 문제일 가능성 보여줘“
기억 생성 때 활성 띤 기억세포들
자극해 재활성화 하자 기억 살아나
“유아 기억상실은 저장 문제 아닌
회상의 문제일 가능성 보여줘“
기억의 처리 기능을 하는 해마 치아이랑 부위의 영상.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백질(채널로돕신)이 발현된 기억 세포들이 녹색으로 나타나 있다. 알츠하이머 질환모델 쥐의 뇌 영상. 출처: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이런 물음에 답하려는 동물실험 결과가 새로 발표됐다. 연구진은 유아기의 경험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신경세포들(뉴런)에 저장되지만 끄집어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쥐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캐나다 토론토대학 어린이병원의 신경과학자인 폴 프랭클랜드(Paul Frankland) 연구진은 갓난 어린 쥐와 성장한 어른 쥐를 대상으로 광유전학 같은 첨단기법들을 이용해 기억의 저장과 회상에 관한 실험을 벌이고서 얻은 새로운 발견을 생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쥐에서, 잃어버린 유아 기억의 회복’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실험에서 다뤄진 기억은 ‘공포’ 기억이다. 특정한 실험 상자에다 쥐를 넣고서 발에다 약한 전기 충격을 가해, 쥐가 그 실험 상자를 공포의 대상으로 기억하게 하는 방식이다. 유아 쥐와 어른 쥐는 직접 겪은 전기 충격의 공포를 어떻게 기억할까?
연구진은 먼저 유아기의 기억이 쉽게 망각되는 일반적인 현상을 쥐에서 다시 확인하고자 했다. 전기 충격을 경험한 유아 쥐와 어른 쥐를 며칠 뒤에 전기 충격이 있었던 그 상자에다 다시 넣었을 때, 몸이 ‘얼어붙는’ 공포 반응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관찰했다. 젊은 어른 쥐들은 공포 기억을 되살려 15일, 60일, 90일 뒤에도 그 상자에 다시 들어갔을 때에 얼어붙는 공포 반응을 보였으나, 유아 쥐들에서는 얼어붙는 공포 반응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90일 뒤에는 거의 망각 상태를 보여주었다. 그 기억은 어디로 간 걸까?
유아 쥐(Infant)는 공포 경험을 하고도 이내 망각한다. 실험에서 15일, 30일, 90일 뒤에 어른 쥐(Adult)는 공포 기억을 유지해 얼어붙는 공포 반응(Freezing)을 보였으나 유아 쥐들은 그 기억을 잃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과연 그 기억은 어디로 간 걸까? 출처: 폴 플랭클랜드 트위터 https://twitter.com/Franklandlab/status/1014896961659506688, 커런트 바이올로지
광유전학을 이용한 신경과학 실험의 모델동물 마우스. 출처: http://web.stanford.edu/group/dlab/optogenetics/
유전자 변형을 통해 실험용 쥐를 만듦으로써, 연구진은 이제 공포 기억을 생성할 때 활성을 띠었던 특정 신경세포들을 늘 식별하면서 그 세포들만을 선택적으로 자극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진은 이미 공포 기억을 잃어버려 공포 반응을 보이지 않는 어린 쥐의 뇌에서 공포 기억 세포로 식별된 그 세포들을 다시 빛으로 자극해 활성화한다면, 잃어버린 공포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벌였다.
실험 결과는 유년 기억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복해 있었던 것임을 보여주었다. 특정 파장의 빛을 쪼이자 공포 기억 세포들이 다시 활성화했으며, 어린 쥐들은 공포 상자의 기억을 떠올려 얼어붙는 공포 반응을 보여주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기억의 회상은 90일 뒤에도 다시 나타났다.
공포 기억을 잃어버린 유아 쥐의 뇌에서 공포 기억과 관련한 기억 세포들을 인위적으로 자극해 활성화하자(ON) 얼어붙는 공포 반응이 다시 나타났으며, 자극을 중단하자(OFF) 공포 반응도 사라졌다. 출처: 폴 프랭클랜드 연구진, 커런트 바이올로지
흥미로운 점은, 이번 실험에서 관찰 대상이 된 기억 세포들은 학습과 기억의 중추인 해마 차아이랑 부위에 있는 것들이었는데, 기억의 회상 과정에서 해마에서 멀리 떨어진 피질 부위에서도 기억 회상과 관련한 활성 세포들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기억 세포들이 해마 부위 외에 더 넓은 영역에 걸쳐 분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 폴 프랭클랜드 트위터 https://twitter.com/Franklandlab/status/1014896961659506688
알츠하이머로 소실된 기억, 복원하다 -쥐 실험 [사이언스온, 2016년 3월17일치]
http://scienceon.hani.co.kr/378874
동물을 대상으로 한 이런 연구결과들은 기억의 저장과 회상에 관해 새로운 인식을 던져주며 기억 상실에 대한 치료 연구에도 희망을 보여주지만, 동물실험 결과를 뇌 구조와 기능에서 크게 다른 인간에 적용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의견들도 있다. 현재로선 여러 실험연구들이 기억 생성, 저장, 회상의 기본 원리에 관한 기초적인 이해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논문 요약 (우리말 번역)
인간과 동물에서, 초기 유아기에 형성된 해마 의존성의 사건 관련 기억은 빠르게 잊힌다. 최근에 우리는 해마에서 일어나는 높은 수준의 신경발생이 유아기의 망각 속도 증가에 기여함을 밝혀낸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우리는 유아기에 형성된 이런 기억이 영구히 지워지는지(즉, 저장 실패) 또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접근할 수 없게 되는 것인지(즉, 회상 실패)를 묻는다. 이 연구를 위해, 우리는 유아 쥐에서 특정 상황에 놓인 공포 기억의 생성(fear encoding) 동안에 활성화 된 신경세포 조합(neuronal ensembles)에서 채널로돕신-2(ChR2)가 영구적으로 발현하도록 하는 광유전학 기법을 개발했다. 우리는 해마 치아이랑에서 채널로돕신 표지가 붙은 신경세포 조합을 다시 활성화할 때 성인기에 그 기억이 충분히 회복되는지를 살폈다. 우리는 표지된 치아이랑 신경세포들의 광유전학적 자극이 공포 기억이 생성되고 최대 3개월이 지난 뒤에도 ‘잃어버린’ 유아 기억을 회복시켰으며 기억 회복이 표지된 해마와 피질 신경세포 조합의 더 넓은 재활성화와 관련 있음을 발견했다.
[Current Biology, 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18)3069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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