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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오로라 같은, 오로라 아닌 밤하늘 빛의 향연”

등록 2018-08-21 15:29수정 2018-08-21 16:12

3월 “저위도 오로라 관측” 연구발표
새 연구에선 “명확히 다른 대기현상”
오로라 만드는 상층대기 ‘입자 강하’
스티브 빛 때에는 관측되지 않아
전에 몰랐던 전리층의 새 대기현상?
무엇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생성 메커니즘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층대기 밤하늘의 빛 ‘스티브’. 오로라 관측 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낮은 위도 지역에서 드물게 관측된다. 사진은 2018년 4월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버스 주에서 관측된 밤하늘의 빛, 스티브 . 출처: 미국지구물리학회(AGU)
무엇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생성 메커니즘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층대기 밤하늘의 빛 ‘스티브’. 오로라 관측 지대에서 멀리 떨어진 낮은 위도 지역에서 드물게 관측된다. 사진은 2018년 4월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버스 주에서 관측된 밤하늘의 빛, 스티브 . 출처: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오로라가 펼쳐지는 고위도 극지방에서 한참 떨어진 낮은 위도 지역의 밤하늘에서도 드물게 나타나는 거대한 빛의 띠가 지구과학자들한테 새로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른바 ‘스티브(STEVE)’라는 이름까지 얻으며 수십 년 동안 아마추어 사진 작가들 사이에서 기록되어 왔던 밤하늘의 자줏빛 띠가 그 관심 대상이다. 2016년부터는 사진작가를 비롯해 시민들의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와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자들이 협력해 이 밤하늘의 빛을 관측하고 분석해왔으며 이들은 지난 3월 낮은 위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오로라인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지는 못한 걸까? 물음은 아직 더 남은 모양이다. 오로라 현상은 태양풍으로 날아와 상층대기 자기권에 머물던 입자들이 전리층으로 대거 쏟아져 들어오는 ‘입자 강하’를 일으킴으로써 나타나는데, 그런 입자 강하 현상이 직접 관측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캐나다 캘거리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로스앤젤레스)의 지구물리학 연구진이 ‘스티브의 빛은 어디에서 유래할까’라는 물음을 다시 던지면서 2008년 3월 스티브를 포착한 당시의 여러 영상 자료들과 위성의 상층대기 입자 검출 데이터를 되짚어 검증해, 그 결과를 미국지구물리학회(AGU)의 과학저널 <지구물리학 연구 레터스>에 발표했다. 결론은 “스티브는 오로라와 분명히 다른” 대기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오로라는 상층대기의 자기권에 머물던 전자나 양성자가 전리층으로 유입되는 입자 강하를 일으킬 때 그 전자나 양성자에서 방출되는 녹색과 적색, 청색 등 빛으로 만들어지는데, 스티브의 태생은 이런 오로라와 다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연구결과와는 다른 해석과 주장이다. 당시 연구진은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지상 각지에서 밤하늘을 관측하며 인공위성으로 지구 대기의 입자 흐름을 관측하고 측정했다. 이들은 스티브가 관측될 때 상층대기 전리층에서도 “빠른 속도의 이온과 뜨거운 전자”의 흐름이 포착된 점을 들어, 스티브가 낮은 위도에서도 관측되는 새로운 유형의 오로라인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스티브”라는 이름은 애초에 이런 밤하늘 빛을 관측하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붙인 통칭으로, 과학 연구자들은 이런 이름의 유래를 존중해 이 현상에다 ’강한 열방출 속도증강(Strong Thermal Emission Velocity Enhancement)’의 영문 첫 글자를 따 ‘스티브(STEVE)’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번 연구진은 교차 검증할 수 있는 여러 관측 데이터를 남긴 과거의 특정 스티브 사건 하나를 집중 분석해, 오로라가 일어날 때와 같은 입자 강하 현상이 스티브가 관측될 때에도 일어나는지를 확인하고자 했다. 분석 대상은 폭이 남북 방향 수십 킬로미터, 길이가 동서 방향수천 킬로미터로 길게 펼쳐진 채 2008년 3월 캐나다에서 관측된 스티브의 밤하늘 빛이었다. 특히 이 때에는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환경위성(POES)이 마침 같은 지점을 지나며 관측한 입자 검출 데이터도 남긴 터이기에, 과연 스티브에서 대전 입자 강하 현상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구진은 영상과 데이터 비교 분석을 통해 스티브 현상이 나타나던 때에 상층대기에서 오로라가 일어날 때 나타나는 강한 ‘입자 강하’가 일어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다만 저에너지 전자의 흐름이 관측됐으나, 스티브와 같은 대기 현상을 일으키기에는 집적 에너지가 너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진은 “위성 데이터에서 (오로라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양성자와 고에너지 전자의 강하 현상을 관찰할 수 없었다”면서 “관측된 스티브 현상이 고도 800km에서 일어나는 입자 강하에 의해 직접 생성된 것은 아니라는 게 우리의 강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스티브는 전리층 안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대기 현상이거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대기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분석과 주장은 스티브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층대기의 대기 현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런 밤하늘 빛이 전리층 내의 새로운, 근본적으로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서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면서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풀어 쓴 논문 초록 (우리말 번역)

최근 과학계는 아마추어 오로라 사진작가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잘 기록해온 ‘스티브’(STEVE: Strong Thermal Emission Velocity Enhancement)라는 드문 대기 현상을 알게 됐다. 스티브는 밤하늘을 가로질러 생동감 있는 자줏빛과 흰빛의 아주 가는 띠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 논문에서 우리는 중요하고도 근본적인 물음을 다룬다. 즉 스티브는 오로라와 마찬가지로 ‘입자 강하’에 의해 일어나는가, 또는 전리층의 새로운 현상에 의해 생성되는가? 우리는 캐나다 지상에 있는 올-스카이 영상관측 네트워크와 미국해양대기청(NOAA) 극궤도 환경위성(POES)의 에너지 입자 검출기를 이용해, (2008년 3월의) 스티브 사건을 분석했다. 우리 결과는 이 스티브 사건이 오로라와 분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다. 거기에서는 입자 강하 현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그 밤하늘 빛(skyglow)은 전리층 내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근본적으로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 생성된 것일 수 있다.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https://doi.org/10.1029/2018GL078509]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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