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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팩트체크] 윤석열 “독, 원전 많은 프랑스서 전기 수입” 진실은?

등록 2022-02-08 09:29수정 2022-02-08 17:06

대선 TV토론 팩트체크 ⑤
양국 자료 살피면 프랑스가 독일 전력을 더 많이 수입
프, 수요급증때 천연가스 비중 늘려 전력도매가 더 비싸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사진)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2월3일 대선후보 방송 토론회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EU택소노미가 매우 중요한 의제인데 원자력 (포함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럽을 봐도 독일이 원전을 없앴다가 (원전을 많이 가동하는) 프랑스에서 (전력을) 수입하고 러시아에서 가스를 들여오고 그렇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20대 대선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기후·에너지 분야이다. 지난 3일 첫 TV토론회에서의 아르이(RE)100과 택소노미, 블루수소 등 개념이 화제가 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세계적 기후·에너지 정책 대응에 있어 대표적으로 다른 노선을 걷는 국가가 독일과 프랑스다. 지난해 말 출범한 독일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2022년까지 남은 원전 3기마저 폐쇄하고, 2030년까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도 중단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현재 40% 수준에서 8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프랑스는 원전 의존도가 현재 전체 발전의 70% 수준이며 줄인다 해도 50%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를 선택한 독일이 ‘원전’에 의지하는 프랑스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는 게 사실인지 자연스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경 맞대고 있는 유럽 전력 수입·수출 “사실”

7일 <한겨레>는 독일 싱크탱크 ‘아고라 에네르기벤데’에서 일하는 염광희 한국담당 선임연구원과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자문위원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와 독일의 자료를 확인해보니 윤 후보의 발언은 진실과 꽤 거리가 있었다. 독일은 9개 국가와 인접해 전력을 주고받는다. 국가 간 세세한 수출·수입을 구분하는 게 어려울 정도다. 프랑스와도 국경 여러 곳에 송전망이 있어 공급이 많은 곳에서 수요가 많은 곳으로 전력을 이동시킨다. 다만 프랑스를 상대로는, 전력을 수입하는 양보다 수출하는 양이 더 많았다.

그래프 왼쪽 중간 부분 숫자 0을 기준으로 선을 그을 경우 윗부분은 독일에서 프랑스로 수출한 전력량이고 아랫부분은 반대로 독일이 프랑스에서 수입한 양이다. 2015~2021년까지 독일의 수출량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독일 연방 네트워크청 홈페이지 갈무리
그래프 왼쪽 중간 부분 숫자 0을 기준으로 선을 그을 경우 윗부분은 독일에서 프랑스로 수출한 전력량이고 아랫부분은 반대로 독일이 프랑스에서 수입한 양이다. 2015~2021년까지 독일의 수출량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독일 연방 네트워크청 홈페이지 갈무리

독일, 2003년 이후 전력 순수출국가로 전환

독일연방네트워크청(Bundesnetzagentur) 누리집에서 독일과 프랑스 사이의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연도별 전력 수출-수입 상황을 확인해보면, 독일이 프랑스로 수출하는 전력량이 프랑스로부터 수입하는 전력량보다 높은 추이가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독일은 2015년 한 해 프랑스로부터 3.8TWh의 전력을 수입했고 13.4TWh를 프랑스로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8.3TWh를 수입한 대신 14.9TWh를 수출했다.

2019년, 2020년도 독일의 수출이 많았지만, 프랑스로부터의 수입량이 이전보다 늘었다는 특징이 있다. 염 선임연구원은 “2017년부터 독일 내 탈석탄 정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출량이 줄고, 프랑스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독일에서 프랑스로의 전력 수출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독일에너지수자원협회(BDEW) 자료를 보면, 지난해 독일은 총 약 71TWh의 전력을 주변 국가들에 수출하고 52TWh를 수입했다. 염 선임연구원은 “수출입양만 보면, 독일은 2000년대 들어 주변 국가들로부터 전력을 수입하는 것보다 수출하는 것이 더 많은 전력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며 “국내서 사용하는 전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수출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간 하얀색 선(0)을 기준으로 윗부분은 프랑스가 수입하는 에너지, 아랫부분은 프랑스가 수출하는 에너지를 가리킨다. 국가별로 다른 색으로 표시했는데, 최근 한 달 사이 독일과 벨기에(주황색)에서 프랑스로 수입된 양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송전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중간 하얀색 선(0)을 기준으로 윗부분은 프랑스가 수입하는 에너지, 아랫부분은 프랑스가 수출하는 에너지를 가리킨다. 국가별로 다른 색으로 표시했는데, 최근 한 달 사이 독일과 벨기에(주황색)에서 프랑스로 수입된 양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송전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프랑스, 겨울철 에너지 수입 늘어”

프랑스 송전공사(RTE) 누리집에서도 독일 전력이 프랑스로 수출되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주변 국가들과의 전력 수출입 현황을 보면 프랑스가 독일에서 수입한 양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자문위원은 “프랑스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기에와 독일을 묶어서 전력 수출입양을 표기하고 있다. 다만 두 지역 중 독일로부터 더 많이 수입을 하고 있다”라고 전제한 뒤 “프랑스는 보통 여름보다 전력 수요가 많은 겨울에 독일로부터 수입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 겨울엔 원전 가동이 중단된 특수 상황도 겹쳤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전력공사(EDF)는 지난해 12월 중순 시보 원전 1호기에서 원자로의 냉각재 상실 사고 발생 시 냉각재를 투입하는 계통 배관의 부식결함을 발견해 같은 기종 원전들까지 포함해 총 4기(약 6GW)를 보수 점검하느라 가동을 중단했다.

다만, 데이터 확인 기간을 같은 해 여름철로 변경하자, 날씨나 시간에 따라 양국의 수출입 현황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석 자문위원은 “여름철은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철과 같이 프랑스가 독일로부터 더 많은 전력을 수입하는 경향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여름철에 프랑스의 전력 수출이 많아보이는 것도 프랑스인들이 장기간 휴가를 가기 때문에 남는 전력을 싼 가격에 주변 국가들에 판매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핵심은 겨울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유럽국가들의 연간 전력 도매요금 평균가격을 보면 프랑스(FR)과 독일(DE) 중 프랑스의 가격이 더 비싸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자료
지난해 유럽국가들의 연간 전력 도매요금 평균가격을 보면 프랑스(FR)과 독일(DE) 중 프랑스의 가격이 더 비싸다.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자료

‘천연가스 의존’은 프랑스도…전력 도매가격 더 비싸

프랑스가 독일로부터 전력을 수입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자국의 에너지원 비중이 원전과 천연가스 중심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염 선임연구원은 “프랑스는 원전을 확대하면서 전기 난방기를 많이 보급했다. 때문에 매우 덥거나 매우 추울 때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 게다가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가장 비싼 전력원인 천연가스를 많이 가동해야 하는 프랑스의 전력 도매요금은 독일보다 비싸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독일로부터 전력을 수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에서는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경우 최대 전력 수요의 최대 15%까지 천연가스 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력 도매가격은 가장 비싼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발전소 가동 비중에 따라 달라진다.

독일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가는 동안 천연가스 의존도가 오를 수 있다. 유럽 천연가스 수요의 35%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 독일의 처지도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프랑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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