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온실가스 악화 땐 해수면 상승…50년 뒤 부산·인천 5조 손실

등록 2022-02-28 21:07수정 2022-03-01 08:11

[IPCC 6차 평가보고서 실무그룹2 보고서]

28일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 나와…지역·주제별
“탄소배출 두면 한반도 폭염사망 늘고 식량 준다”
지난해 7월20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폭우가 내려 잠긴 도로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저우/EPA 연합뉴스
지난해 7월20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폭우가 내려 잠긴 도로를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정저우/EPA 연합뉴스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폭염·태풍·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현상이 세계적으로 잦아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경고했다. 극단적 날씨는 온열질환부터 정신질환까지 촉발하며 인간의 목숨을 위협할 전망이다. 각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책의 근거로 자리매김한 다자간 기후변화 보고서의 요지로, 앞선 보고서가 7년 만에 갱신됐고, 그사이 지구가 처한 위험은 더 구체화되고 가까워졌다.

한국은 연안도시의 피해 가능성이 특히 부각됐다. 아시아는 대도시·섬나라, 개도국·선진국 등이 지리·사회적으로 모두 뒤섞여 기후변화의 피해 양상이 다양하며 대책도 다를 수밖에 없기에, 대응 과정에서의 불평등 심화를 더더욱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아이피시시)는 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AR6)의 실무그룹2 보고서(WG2)인 ‘기후변화의 영향·적응·취약성’에 관한 보고서를 55차 총회에서 승인했다고 28일 오후 8시(한국 시각) 밝혔다. 자연 변동성을 넘어서는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의 결과로 나타났으며 이는 다시 식량·안보·경제 등 인간의 시스템과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 보고서 전반에 걸쳐 지적되었다. 이러한 위협은 기후 외적인 요인과 상호작용하며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집중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회엔 195개국 대표단 400여명이 참여했다.

아이피시시는 2014년 펴낸 5차 보고서(AR5)에서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인간의 목숨과 사회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6차 보고서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지역별 피해 예측과 예측 신뢰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5차 보고서에서 경고한 ‘폭우·폭염·홍수·가뭄·물부족’은 6차 보고서에서 지구 평균기온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더 상승할 시 3억5천만명, 2도 상승 시 4억1000만명의 도시인구가 물 부족에 내몰린단 전망으로 구체화했다. 또 모성과 영유아의 건강, 정신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기후변화의 과학적 규명을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 설립한 국제협의체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포괄적이고 최신의 정보를 담고자 한다. IPCC 평가보고서(AR)는 1990년 처음 나온 뒤 5~7년 간격으로 발간, 각국 정부 기후변화 정책 수립을 위한 과학적 근거로 쓰이고 있다. 세부적으로 △기후변화 과학적 근거(실무그룹1) △기후변화 영향·적응·취약성(실무그룹2) △기후변화 완화(실무그룹3)를 주제로 한 실무그룹별 보고서와 이후 △종합보고서를 순차로 내놓는다. 2014년 5차 평가보고서(AR5)는 80여개국 과학자 800여명, 기여저자 및 검토전문가 각 1000여명이 참여해 3만편 넘는 과학논문을 평가해 만들어졌다. 지난해부터 6차 평가보고서(AR6)가 진행 중이며 2021년 8월 실무그룹1 보고서에 이어 28일 실무그룹2 보고서가 공개됐다. 종합보고서는 올 9월께 예정이다.

아이피시시는 1990년부터 5~6년 간격으로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기초’(WG1), ‘영향·적응·취약성’(WG2), ‘완화’(WG3) 등 3개 부문별 보고서와 특별보고서를 합쳐 종합보고서로 완성된다. 가장 포괄적이고 공신력 있는 기후변화 보고서로 자리매김하며,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등 기후위기 대응의 분기점 역할을 해왔다.

기후변화에 흔들리는 한반도 미래, 온열 사망자 4%↑ 쌀 생산량 3~7%↓

이번 보고서가 인용한 연구와 아이피시시가 제공하는 지역별 팩트시트를 확인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해 증가할 경우 한국의 온열 관련 사망자는 2050년 4%, 2090년에는 8%까지 추가 증가할 수 있다. 배출량을 급감축하면 사망자는 ‘2%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보고서는 복사열과 습도를 고려한 ‘습구흑구온도지수’(WBCT)를 다루고 있는데, 현재 한국 대부분은 WBGT 25°C 이하의 조건에 있다. 하지만 탄소 배출량을 급격히 줄이지 않으면 한국 거의 모든 지역이 ‘육체노동자에 어느 정도 위험이 있는’ WBGT 26~29°C에 처한다. 일부 지역은 30~33°C까지 오른다.

고온다습해진 기후가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면 해수면 상승은 우리 사회의 기반 시설을 위협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고 빙붕(큰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붕괴한다면 해수면은 이번 세기 안에 2m, 2150년에는 5m까지 높아질 수 있다.

부산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연간 피해액이 2070년엔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 2100년엔 74억달러(약 8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은 2070년 5억700만달러(약 6000억원), 2100년 13억달러(1조5500억원), 인천은 2070년 9억6200만달러(약1조1600억원), 2100년 24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담겼다.

농업, 어업, 제조업 등 산업 전반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열파 등의 영향으로 노동력과 생산량 모두 감소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히 감축해도 농업 부문 노동력은 3% 준다. 쌀 생산량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7%, 급격히 줄어들 경우에도 3%가 감소했다. 2030~2050년 어류 생산량은 2010~2030년 대비 49% 감소한다. 조개류가 특히 큰 타격을 입어, 2030~2050년 생산량은 2010~2030년 대비 98% 줄어든다는 예측이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태풍이 닥치면 제조업 공급망 피해 등으로 강타 15년 후에도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2.9%까지 감소한다.

아시아, 폭염·홍수·가뭄 심화…기후변화로 정신건강도 위협

지난해 5월13일 대만 북서부 타오위안에 있는 저수지(스먼)의 모습. 사진 속 보이는 저수지에 물이 매우 적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대만 19개 주요 저수지 중 17개 저수지의 물이 절반 미만이다. 신화/연합뉴스
지난해 5월13일 대만 북서부 타오위안에 있는 저수지(스먼)의 모습. 사진 속 보이는 저수지에 물이 매우 적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대만 19개 주요 저수지 중 17개 저수지의 물이 절반 미만이다. 신화/연합뉴스

전세계 기후변화 상황도 보고서에 담겨있다. 팩트시트 확인 결과, 아시아에서는 물 부족, 폭염, 홍수 등의 위험이 예상됐다. 과학자들은 이번 세기말 지구온난화로 인해 아시아 전역의 가뭄이 5~20% 증가할 수 있고 아무다리야 강, 인더스 강, 갠지스 강 유역 등지 식량생산량이 높은 지역도 세기 중반부터 심각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다. 또 기온 상승으로 인해 폭염 위험이 전역에 걸쳐 증가하고, 서·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선 가뭄이, 동남아 몬순 지역에서는 홍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극한 기상현상은 아시아 지역 주민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폭염, 홍수, 가뭄, 대기오염물질 등 위험이 증가하면서 수인성 질환과 영양실조, 정신질환,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부른 질병은 생명까지 위협한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더위 관련 사망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으며 전염병 관련 사망과 유아 사망률도 증가한다. 식량 자원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 불안, 갈등이 초래될 위험도 있다. 홍수와 가뭄의 증가, 무더위 등은 식량 이용 가능성과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남·동남아시아의 영양실조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취약계층부터 공격하는 기후변화…기후정의 바탕으로 대처해야

2014년 5차 보고서에 비해 이번 보고서에서는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불평등도 강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하거나 사회 서비스·자원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혹은 기후에 민감한 생계 수단을 가진 이들 즉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일수록 기후변화에 특히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중앙·동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개발도상국인 작은 섬나라, 북극 등이 그렇다. 사망률도 올라갔다. 2010년에서 2020년 사이 홍수, 가뭄, 폭풍으로 인한 사망률을 보면, ‘매우 취약한 지역’이 ‘매우 낮게 취약한 지역’에 비해 1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형평성과 기후정의 또한 지켜져야 한다고 세계 과학자들은 조언했다. 아이피시시는 실무그룹2 보고서의 요약본이자 각 정부에 전달될 ‘정책 입안자를 위한 보고서 요약본’을 함께 승인하며 “빈곤과 다른 부당함으로 일부 집단이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해지고 있다. 부유국들은 2020년까지 개발도상국에 매년 100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약속했지만 달성되지 않았다”며 기후기금의 필요성을 재강조했다. 그러면서 “형평성과 기후정의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아시아 부분의 주저자인 찬디 싱 인도 인간정주연구소(IIHS) 선임연구원은 “민관 거버넌스가 충분히 확립되어 있는가, 금융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고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경호처가 윤석열 수사 번번이 막는데…한덕수 ‘강 건너 불구경’ 1.

경호처가 윤석열 수사 번번이 막는데…한덕수 ‘강 건너 불구경’

‘계엄 모의’ 구속 노상원, 6년 전 술자리 성추행…불명예 퇴역 2.

‘계엄 모의’ 구속 노상원, 6년 전 술자리 성추행…불명예 퇴역

[단독] 동덕여대에 대자보 쓴 아빠 심정 “학교, 학생들 인격 무시” 3.

[단독] 동덕여대에 대자보 쓴 아빠 심정 “학교, 학생들 인격 무시”

공수처 넘어온 내란 수사…‘수취 거부’ 윤석열 직접 조사 속도전 4.

공수처 넘어온 내란 수사…‘수취 거부’ 윤석열 직접 조사 속도전

[속보] ‘롯데리아 계엄 모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구속 5.

[속보] ‘롯데리아 계엄 모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구속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