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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탄소감축만으로 안된다…기후변화 피해 최소화·복원력 회복 ‘절실’

등록 2022-03-01 04:59수정 2022-03-02 16:37

[IPCC 6차 평가보고서 실무그룹2 보고서]
“기후변화 거스를 수 없어 기후탄력적 개발 방안 필요”
생태계 보호 복원·불평등 해소 등 포괄적 접근 의미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의 논에 모종을 심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의 논에 모종을 심고 있다. EPA/연합뉴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아이피시시)가 5~7년마다 내는 평가보고서 중 실무그룹2(WG2)가 작성하는 ‘기후변화 영향·적응·취약성’ 보고서는 2014년 5차 보고서에서부터 강화해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2010년대 들어 빠르게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진단과 대응 계획의 구체화가 전세계 당면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5차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 즉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데에 전세계가 동의했고 그 결과 2015년 파리협정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모든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기로 했다.

이번 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복원력 회복 방안을 찾는 데까지 나아갔다. 우선 지역사회, 생태계, 기반시설 등에 대한 기후변화 피해 분석을 처음 시도했다. 세계 170개국의 기후변화 정책을 분석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발전 방안을 찾는 ‘적응’ 정책의 마련과 실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현재가 되어 탄소 감축 노력만으로 안된단 얘기다.

기후변화의 가장 흔한 얼굴인 온난화로 다양한 사회 변화는 예고되어있다. 이번 보고서도 각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10~23%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 평가받는 중국은 이번 세기말까지 최대 42%, 인도는 92%의 지디피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전망 아래 있다. 문제는 개별 국가의 차별적 피해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며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러시아의 행보를 볼 때, 한 국가의 기후위기 적응 정책, 특히 대응 실패는 그밖의 국가들을 식량안보·에너지 부족·생태계 붕괴 등 경제적 피해를 포함한 도미노식 혼란에 몰아넣게 된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과 발전을 포기할 수 없는 각국 정부가 나아갈 길은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라고 보고서는 제안한다. ‘기후탄력적 개발 경로’ 부분 총괄주저자인 아로말 레비(인도 인간정주연구소 소장)는 기후탄력적 개발의 의미를 묻는 <한겨레>에 “탄소배출량 감소뿐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을 위해 포괄적·통합적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생물다양성 유지·토지나 해양 등 자연 생태계의 보호와 복원·불평등 해소 등 생태와 공동체 파괴를 막는 활동도 포함된다. 아로말은 이어 “선진국이라도 취약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 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향후 10년 동안 (세계가)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좀 더 긍정적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각국의 정책 수립뿐 아니라 지난해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확정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파리협정 이행점검’ 논의의 기준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파리협정으로 모든 당사국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감축 노력을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를 실행하기로 했는데 그동안 자율적 협약이었으나, 내년부터는 점검을 받게 된다.

환경부와 기상청 등 관련 정부 부처는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한 아시아·한국 지역 평가를 참고해 올해 3월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에 맞춰 2023년 3월까지 수립하기로 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과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대책 관련한 세부시행계획을 수립,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주에 걸친 마지막 온라인 회의날인 27일 올레크 아니시모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수문학연구소 연구원이 아이피시시 러시아 대표단 자격으로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190여개 국가 정부 대표단이 참여한 비공개회의였지만 수백명의 참석자가 그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발언에 앞서 우크라이나의 대표단 쪽에서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은 화석연료라는 뿌리가 같다. 그리고 그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를 가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세계가 기후 회복의 미래 건설에 있어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소개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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