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들로 구성된 모임 ‘빅팀스’(victims) 소속 피해자들이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에스케이(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가습기살균제 피해 공론화 11년 만에 나오는 피해 구제 조정안을 두고 피해자들이 반발하며 단식·삭발 투쟁 등을 예고했다. 이들은 협의 과정서 요구해온 미래 치료권 보장과 사망자 지원 확대 등을 조정안에 반영하라고 촉구하며 항의농성에 돌입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연합인 ‘빅팀스’(victims)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에스케이(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히며 조정안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조순미 빅팀스 투쟁본부 위원장은 “이번이 피해 구제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최종안 발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오늘 기자회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정안 수정을 위해 단식농성도 전개한다는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인 박수진 ‘가습기살균제 4차 피해정보 공유모임 대표’는 22일 삭발시위를 하기로 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 종류와 제조 기업, 피해 양상, 중증도 등이 달라 약 30개(환경산업기술원 누리집 등록 기준) 단체로 활동해 왔다. 빅팀스는 이 중 11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개인 210명)로 구성된 모임이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과 피해자가 지원책을 논의하는 사적 조정기구로 지난해 10월 출범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는 피해등급과 연령에 따라 지원금을 세분화한 2차 조정안을 이달 초 마련했고, 이달 내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조정위에는 현재 전체 30개 피해자 단체 중 13~14곳이 참여해 9개 제조·판매 기업과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들 피해자들은 현재의 안으로는 적정한 피해 보상과 미래치료권을 얻기 어렵다고 말한다. 조순미 위원장은 “현 조정안은 2020년 이전 개별 합의자가 합의한 금액의 38% 수준에 불과하다”며 “향후 치료에 대한 보장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수진 대표는 더불어 미성년자 치료비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제품 판매 중단 시기를 감안할 때 조정안 상의 1~10살 피해자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시점으로 보상비용이 수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피해층만큼 문제 제기의 층위도 다양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들은 사망자 지원금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배우자를 잃은 김태윤 ‘가습기살균제 3단계 피해자 및 유가족과 함께’ 대표는 “사망자는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온갖 질병을 얻고 사망에 이른다”며 “이런 사망자가 고도 장애를 입으신 피해자의 배상금(지원금)을 밑도는 금액을 지급받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태아 사망자 보상도 쟁점이다. 민수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단체 '희망솔루션’ 대표는 “뱃속에서 애지중지 키우던 아기들이 세상에 나와 빛도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며 “태아 사망도 사망자와 같은 보상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조정안을 보면, 피해등급을 받은 생존자들에게는 요양급여·요양생활수당·장해급여 등을 포함한 지원금을 지급한다. 현재안대로라면, 피해등급과 연령별로 최대 4~5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지만, 실제로는 평균 1억원 안팎의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정안은 조정대상자 7027명 중 50% 이상이 동의해야 효력을 갖는다. 동의율이 절반을 밑돌 경우 대상자 모두가 조정안에서 합의한 지원금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동의율이 절반을 넘을 경우, 현 정부가 관여한 가운데의 기업과의 협의는 끝나게 된다. 이 때문에 단체 소속 피해자들은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조정위 사무국 집계를 보면, 조정 과정에 참여 의사를 밝힌 단체 회원은 400여명이다.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조정대상자는 6600여명이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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