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북극곰뿐만 아니라 나와 당신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어렵고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알아가야 할지 모르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한겨레> 기후변화팀 기자들이 기후변화의 기초부터 안내하는 <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지난해 7월 뫼즈강 범람으로 큰 홍수 피해가 발생한 벨기에 리에주에서 시민들이 고무 보트를 타고 대피하고 있습니다. 당시 독일, 벨기에 등자에선 7월 14~15일 24시간동안 평소 한달여 기간의 강수량에 해당하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2021년 세계는 극한의 폭염과 폭우, 초대형 산불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리에주/AP 연합뉴스
A. 높아진 대기 온도는 오존 농도를 상승시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답니다.
기후변화와 감기의 관련성? 언뜻 보면 상상이 가질 않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모든 것은 복잡한 네트워크와 인과율, 상호작용으로 이어져 있어요.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아마존에 사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허리케인을 몰고 온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어요. 기후예측 모델에 넣는 아주 작은 변수가 나중에는 엄청난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곤, 로렌츠는 이 말을 생각한 거예요. 지구 생물권의 각종 구성 요소들(인간, 생물, 대기, 인간이 내놓은 인공물질, 하물며 꽃가루까지!)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영향을 증폭하기도 하고, 변형하기도 하고, 상쇄하기도 하죠.
‘보이지 않는 오존’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기후변화와 오존>이라는 보고서를 펴냈어요. 국내외 연구문헌을 종합해 기후변화와 오존의 관계를 정리한 거예요.
오존이라고 들어보셨어요?
과학책에서 ‘오존층’이라는 말, 들어 본 내용이 살짝 생각날 거예요. 한때 우리 지구 남극에 구멍이 ‘뻥’ 뚫린 적이 있었어요. 외계인이 지구 위에서 몰래 감시하다가, 이 구멍으로 푹 빠져서 인간들에게 발각됐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오존주의보는 시간당 대기중 오존의 농도가 0.12ppm일 때 발령됩니다. 노약자는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연합뉴스
오존층은 지구나 화성, 금성 같은 행성의 대기권에 있는 공기층인데, 상대적으로 높은 함량의 오존을 포함하고 있어요. 이 공기층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량을 줄여줘 생물이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줘요. 만약 오존층이 없었다면 인간이 진화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을 정도죠.
한때 냉장고 냉매나 스프레이에 ‘프레온가스’를 썼던 적이 있어요. 1970년대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프레온가스가 남극의 오존층을 얇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파울 크뤼천은 ‘인류세’라는 개념을 퍼뜨려 더욱 유명해진 학자죠.)
세계는 경악했죠. (이러다, 우리 숯불구이 되는 거 아니냐?) 각국은 부랴부랴 1987년 몬트리올의정서를 통해 프레온가스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에 이르러요. 덕분에 남극 오존층 구멍은 다시 두꺼워지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는~
10년간 2만명이 추가 사망했다면…
아이고, 이야기가 너무 많이 샜네요. 어쨌든 오존은 지구 높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성분이에요. 그런데, 이것이 지표면에 있을 때는 어떻게 되느냐? 반대로 우리를 아프게 한다는 게 문제예요.
지표면에서 오존은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져요. 질소산화물(NOx)이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자외선을 만나 ‘광화학 반응’으로 오존이 생성되죠. 주로 햇빛이 강하고 일사량이 많은 낮에 오존 농도가 높게 올라가죠.
따라서, 기후변화와 밀접한 상관성을 갖게 되는 거죠. 온난화에 따라 한낮의 기온이 높아지는 날이 많아지면, 오존 농도가 같이 상승하는 거예요.
한국은 봄철(4~6월)에 오존이 최고 농도를 보이고, 여름철(7~8월)에는 장마와 비 때문에 농도가 살짝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요. 겨울철(11~2월)에는 가장 낮아지죠. 이번 봄철에 비는 안 오고 햇볕이 따가운 날이 많아 오존 농도는 훨씬 높았어요. 이렇게 과거 패턴을 벗어난 이상기후는 이례적으로 높은 오존 농도의 배경이 됩니다.
그래픽_스프레드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오존은 호흡기 질환에 영향을 미쳐요. 흔히 감기로 불리는 급성 인후염이나 기관지염, 나아가선 폐렴을 유발하죠. 특히, 천식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게 실제 연구로 확인됐어요. 최근 홍콩에서 시행된 연구를 보면, 오존 농도 증가와 천식 환자의 입원율 증가 사이에 유의미한 연관성이 나타났죠.
한국의 질병관리청도 2010년에서 2019년까지 10년간 오존의 단기 노출(30ppb 초과 노출)에 의한 초과 사망자 수가 총 2만1085명이라고 밝혔어요. 또한 늘어나는 오존 농도에 비례해 2010년 1248명에서 2019년 2890명으로 두 배나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고 보죠.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2022)에 나온 내용이에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존은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광화학 반응 때문에 생성된다고 했죠?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주로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공장의 굴뚝에서 나와요. 이것들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재료가 되는 걸로 유명하죠.
미세먼지는 보입니다. 마스크로 어느 정도 예방도 가능해요. 하지만 오존은 보이질 않아요. 마스크를 써도 소용없어요. 방법은 딱 하나. 실내에서 머물러라!
그래픽_ 스프레드팀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꽃가루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저는 얼마 전에 병원을 갔어요.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두 번이나 음성이 떴죠. 그래서 알레르기 검사를 해봤더니,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나왔어요. 봄철이면 항상 코가 막히고 머리가 아픈 원인이 그거였죠.
기후변화는 다양한 기전을 통해 꽃가루 알레르기에 영향을 준답니다. 대기 온도 상승과 이산화탄소 증가는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죠. 이에 따라 알레르기 원인 항원으로 작용하는 꽃가루의 생성을 증가시키고,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이 늘어나요.
미국에서는 온실가스가 지금처럼 배출된다면 21세기 말까지 꽃가루 방출 시작일이 최대 40일 빨라지고 방출 기간도 19일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어요. 연간 꽃가루 방출량이 40%까지 증가할 것이라니,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도 폭증하겠죠?
국내 연구를 보면, 서울 지역에서 전체적으로 꽃가루 농도가 상승하고 있었어요. 이와 비례해 알레르기 비염 증상 지수도 변화하고 있었죠.
‘에취, 에취~’
당신의 기침은 독립 사건이 아니에요. 그 뒤에 꽃가루와 꽃과 대기와 이산화탄소의 복잡한 작용이 숨어있는 거죠. 기후변화가 우리 모르게 우리 몸을 움직이고 있답니다.
기후변화 ‘쫌’ 아는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