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10월 도시가스 요금 인상 수위를 기획재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31일 서울 시내 주택단지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국제 천연가스 가격 고공행진과 원·달러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도시가스 요금이 지난달에 이어 또 인상될 전망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비싸게 수입해와 국내에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떠안게 된 미수금이 올해 6월 기준 누적 5조원에 이르자 정부가 내부적으로 요금 인상폭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0월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기획재정부와 인상 수위을 논의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은 발전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단가인 ‘원료비(기준원료비+정산단가)’와 도·소매 공급업자의 공급비용과 투자보수를 합한 ‘도·소매 공급비’로 구성된다. 이 중 정부는 지난해 말 ‘정산단가’를 올해 세 차례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산단가가 지난 5월 메가줄(MJ)당 0원에서 1.23원으로, 7월 1.23원에서 1.9원으로 인상됐다. 오는 10월에는 1.9원에서 2.3원으로 인상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정산단가 인상 때 기준원료비도 메가줄당 0.44원을 인상했다.
산업부는 오는 10월 예정된 ‘정산단가’ 인상 때에도 연료비에 연동되는 ‘기준원료비’를 함께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산단가에 더해 기준원료비도 인상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산업부 관계자는 “그런 입장”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0월에 (도시가스 요금을) 올릴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기재부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아직 인상 폭을) 숫자로 이야기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기준원료비 인상 입장인 산업부와 거센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서 물가 관리를 해야 하는 기재부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다음 달 말까지 도시가스 요금 인상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의 누적 미수금 5조원 중 지난해 미수금은 1조8천억원 규모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오는 10월에 정산단가를 올리고, 내년 4월까지 유지하면 미수금 1조8천억은 회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남은 미수금 3조2천억여원도 여전히 쌓여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천연가스 가격과 환율 급등의 여파를 정산단가 인상만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액화천연가스 현물 수입가격은 톤당 1034.75달러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107.7%나 올라 역대 최고치인 올해 1월(1138.14달러) 수준에 근접했다. 이번 달에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더 크게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월에는 전기요금도 오를 예정이어서 가스요금과 전기요금 동시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연료비를 kWh(킬로와트시)당 4.9원씩 인상하기로 한 바 있다. 오는 10월 도시가스 정산단가(기준연료비 제외)와 전기요금 기준연료비가 계획대로 인상되면 4인 가구 기준으로 최소 각각 약800원, 약1500원씩, 도합 2300여원 오를 것으로 전망돼 가계의 물가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