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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4대강 녹조 번성할수록 간질환·파킨슨병 발병률 높아져”

등록 2022-09-12 14:55수정 2022-09-13 12:57

인터뷰|녹조 전문가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녹조와 간질환 상관관계, 4대강 사업 이후 더 강화
신경질환 연관성 조사중…녹조 문제, 종합 접근해야”
지난달 6일 경북 구미시 해평취수장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이 녹조 알갱이를 뜨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지난달 6일 경북 구미시 해평취수장에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이 녹조 알갱이를 뜨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4대강 녹조가 번성할수록 비알코올성 간질환은 물론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녹조와 공중보건 문제를 연구하는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환경보건학)는 지난 8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녹조는 물과 농작물 등을 통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며 “녹조 문제는 환경과 보건, 동물까지 포함해 원헬스(One Health)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낙동강 유역 수돗물에서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가 녹조 문제를 건강 문제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9년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이 교수 연구팀의 논문 ‘유해 조류 발생과 간질환: 한국 4대강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를 보면, 한강을 제외한 4대강 인근 지역에 남조류가 늘었고, 해당 지역에서 비알코올성 간질환 발병률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녹조는 강이나 호수에서 남조류가 과도하게 성장해 물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간질환 발병률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통해 연도별·행정구역별로 정리했고, 이를 4대강 공사 전(2005~2012년)과 4대강 공사 뒤(2013~2016년)의 녹조 지표인 클로로필-에이(a) 수치와 비교 분석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는 한강을 뺀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남조류 지표와 간질환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는데,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증가하면서 상관관계가 급격히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피코시아닌(남조류 특유의 색소)이나 마이크로시스틴 수치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없어 클로로필-에이 수치를 사용한 것은 한계”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교수는 2015년 연구에서 미국 내 호수에서 피코시아닌 농도를 인공위성으로 측정해 남조류 발생 면적이 1% 증가하면 비알코올성 간 질환 사망률이 0.3% 증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경우 해마다 440명이 더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하이오주만 살펴본 2020년 논문을 보면, 녹조가 발생한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지역에서 간암 발병률이 더 높았다.

한국의 남조류 농도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운동신경세포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 발병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이 교수 연구팀의 논문도 현재 심사 중이다. 특히 남조류 농도는 파킨슨병에 가장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행정구역별로 표시된 녹조 지표인 클로로필-에이 농도(위 지도)와 간질환 발생률(아래 지도)을 비교 분석했다. 농도와 발생률이 높을수록 짙게 표시했는데, 두 지역이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유해 조류 발생과 간질환: 한국 4대강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환경과학 및 건강 저널, 파트 C 독성 및 발암>(2019)
이지영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행정구역별로 표시된 녹조 지표인 클로로필-에이 농도(위 지도)와 간질환 발생률(아래 지도)을 비교 분석했다. 농도와 발생률이 높을수록 짙게 표시했는데, 두 지역이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유해 조류 발생과 간질환: 한국 4대강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환경과학 및 건강 저널, 파트 C 독성 및 발암>(2019)
이 교수는 지난 7월 게재한 논문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해 남조류가 간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순수한 마이크로시스틴보다 같은 농도의 남조류 용해물을 쥐에게 먹였을 때 간암 발병률이 높았다. 이 교수는 “남조류에 마이크로시스틴 외에 다른 유해한 물질이 더 있기 때문으로 본다”며 “사람도 마찬가지로 순수한 마이크로시스틴 형태가 아닌 (다른 독성물질을 포함한) 남조류에 노출되기 때문에 더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녹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피부나 눈, 코가 자극되고 호흡 불편, 설사, 복통 등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고농도로 노출돼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에 쌓이면 간 수치가 올라가고, 간경화, 간암 등이 생길 수 있다”며 “마이크로시스틴은 생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미국, 세르비아 등에서는 조류 번성 강도와 간질환 사이에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이지영 교수 제공
이지영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이지영 교수 제공
이 교수는 녹조의 대표적인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말고도 베타 메틸아미노 엘 알라닌(BMAA)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이 물질은 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물이 호수에서 녹조를 먹어 아나톡신에 갑자기 노출되면 급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독성물질은 물뿐 아니라 농작물에도 축적될 수 있다. 고농도의 녹조가 있는 곳에서 수상활동 등을 통해 에어로졸(액체 상태의 작은 입자) 형태로 많이 흡입하면 그 역시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난 7월 말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이승준 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과)에게 의뢰해 낙동강 수돗물을 분석한 결과를 언급하며 철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당시 대구 매곡 정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 0.281㎍/ℓ가 검출됐는데, 이 교수는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의 아동 허용치인 0.3㎍/ℓ에 근접한 수치인 만큼, 더 자세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정수된 물에서 0.24㎍/ℓ 이상의 수치가 나오면 반드시 환경보호청에 보고하고, 매일 원수와 정수를 더 자세히 모니터링하게 돼 있다”고 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된 검출 방법을 두고서는 “환경단체가 사용한 정밀효소면역측정법(ELISA)은 빠르고 민감하다. 한국 환경부가 채택하고 있는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는 정확하다”며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미국처럼 두 가지 다 사용해 서로 보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검사 방법의 정확성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 조사 결과를 반박하고 있다.

이 교수는 “녹조 독성물질을 측정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정부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학계와 더 소통하면서 긴밀히 협력해 녹조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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