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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EU 탄소국경세 도입 이르면 2026년…한국 기업 어쩌나

등록 2022-12-14 20:15수정 2022-12-14 20:52

국내 철강업계 비상…“국제적 추세 맞춰 재생에너지 비중 늘려야”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4고로(용광로)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4고로(용광로)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철강, 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상품을 수입할 때 탄소배출 부담금 성격의 관세를 이르면 2026년부터 부과하는 방안에 유럽연합(EU)이 합의했다. 탈탄소 구조조정에 앞선 역내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탄소 국경세’다. 한국 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국내 배출권거래제를 개선하는 등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유럽의회는 13일(현지시각) 오전까지 이어진 밤샘 협상 끝에 철, 철강제품, 시멘트, 화학비료, 알루미늄, 전기, 수소를 수입할 때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이날 합의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16~17일께 탄소 국경세 부과 기준이 될 배출권거래제(ETS) 개편을 위한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어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정하게 된다.

유럽연합이 이날 합의한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연합 밖에서 철강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보고하고 배출량이 유럽연합의 기준을 초과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추가로 구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제도는 2023년 10월부터 시험 운영에 들어갈 전망이다. 시험 운영 기간에는 기업들에 수입 제품의 탄소배출량에 대한 보고 의무만 부과된다. 실제로 세금이 부과되는 시기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3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2026년부터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제도가 시행되면 관련 품목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도 배출권 구입이나 탄소배출량 산정 등으로 인해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국내 배출권거래제에서 배출권 가격은 유럽연합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어서, 이를 점진적으로 올려야 업계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다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정부가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보급을 더 용이하게 하고, 저탄소 철강제품을 보다 낮은 가격에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화석연료 의존이 한국 기업의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기적인 대응책은 국제적 추세에 발맞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혜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탄소발자국 측정·보고·검증(MRV)이 제도의 핵심인데, 중소기업은 관련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날 정부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현황을 점검하는 첫 범부처 회의를 열었다. 방 실장은 “중소·중견 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의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국내 탄소배출량 검증 인력·기관 등 관련 인프라를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말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김윤주 기자, 신기섭 선임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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