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 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공사가 지난해 33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한국가스공사는 장부상으로는 2조원대 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미수금이 9조원에 가까워 부채비율이 500%에 이르렀다.
한전은 지난해 결산 결과 매출액 71조2719억원, 영업비용 103조8753억원으로 영업손실 32조6034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 영업손실 규모는 종전 최대치였던 2021년 5조8465억원의 5.6배에 달한다.
한전의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 원인으로 연료가격 급등이 꼽힌다.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 조정 등으로 매출액이 10조5983억원 증가했으나, 연료가격 급등 등의 이유로 영업비용이 37조3552억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의 전기판매 수익은 세 차례(4·7·10월)에 걸쳐 판매단가가 11.5% 오르고,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4.4%에서 75.3%로 늘면서 전년보다 8조8904억원 증가한 66조199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전기 판매를 위해 한전 자회사에 들어간 발전 연료비와 민간발전사에 지불한 전력 구입비는 각각 15조1761억원, 20조2981억원이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전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발전사 전력 구입비는 총 76조5861억원으로, 2021년(41조1119억원)보다 비용이 약 2배 늘었다.
한전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가격 급등과 이에 따라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2배 이상 상승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엘엔지 가격은 톤당 734.8원에서 1564.8원으로, 유연탄은 톤당 139.1달러에서 359.0달러로 모두 갑절 이상 올랐다. 또 평균 계통한계가격도 킬로와트시(㎾h)당 196.7원으로 2021년(94.3원)에 견줘 2배 올랐다.
한전은 “재정 건전화 계획에 따라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시기 조정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20조원의 재무개선을 목표로 전력그룹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국민 부담을 고려하면서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조정과 관련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도 이날 지난해 매출 51조7천억원, 영업이익 2조463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장부상으로는 흑자로 나타난 것은, 민수용 가스를 원가보다 낮게 공급하면서 ‘미수금’이 손실로 인식되지 않은 탓이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이 지난해 8조6천억원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주주배당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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