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적자가 불어나며 가스요금 인상을 추진 중인 한국가스공사가 정작 ‘장부상 이익’ 때문에 대규모 주주 배당을 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가스공사는 빚내 적자를 보전하고 국민은 요금 인상을 감내하는데 공사의 최대주주인 정부만 배를 불리는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일 증권가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1조8585억원, 1조852억원이다. 1년 전에 견줘 각각 50%, 13% 늘어난 규모다.
이런 경영 실적 전망치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 가스공사가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재무 악화로 큰 폭의 가스요금 인상을 단행 중이서다. 가스공사는 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서 국내 각 지역의 도시가스 사업자들과 발전회사에 가스를 공급하는 도매시장의 독점 사업자다. 그러나 원재료인 가스를 비싸게 사서 국내엔 이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까닭에 대규모 손실을 떠안고 있다.
그런데 가스공사가 재무제표상 이익을 내는 건 ‘미수금’을 활용한 독특한 회계 처리 방법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를 100억원에 구매해 50억원에 판다면, 적자분인 50억원을 미수금 자산(기타 자산)으로 분류해 놓고 나중에 가스요금 인상을 통해 이를 회수하는 구조다. 공사가 가스를 비싸게 사와도 실제 구매액보다 적은 금액이 비용으로 반영돼 결과적으로 장부상 이익이 커지는 ‘착시 효과’가 생긴다. 미수금 제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공공요금 동결로 공사가 가스를 밑지고 팔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주택용(민수용) 기준 2020년 말 1941억원에서 2021년 말 1조7656억원, 지난해 말에는 9조원 수준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코로나19 당시 일반 가계가 사용하는 가스요금에 국제 천연가스 가격 변동분을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 적용을 유예했으며, 지난해에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도 덩달아 급등했던 여파다.
문제는 정작 가스공사의 회계 장부엔 조 단위 순이익이 반영되며 거액의 주주 배당을 하게 생겼다는 점이다. 가스공사는 2010년 이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2013년, 2016년, 2017년, 2020년을 제외한 매해 장부상 순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23.5∼40.8%를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공사 지분 26%와 20%를 보유한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수백억원대 배당금(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 40% 기준)을 받아 갈 수 있는 셈이다. 공기업 배당은 매년 2월 기획재정부 배당 협의체 논의 및 결정을 거쳐 3∼4월 중 지급된다.
가스공사는 빚 내 배당해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1∼3분기 본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 투자비 등을 뺀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6조원에 이르는 등 현금이 말라붙은 상태여서다. 가뜩이나 지난해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로 법인세 2724억원을 추징당하고, 최근 정부가 결정한 차상위 계층 난방비 할인 부담까지 직접 떠안으며 자금 사정이 엎친 데 덮친 꼴이다. 공사 관계자는 “세무조사 결과의 적법성에 관한 심사를 청구하고, 가스요금 추가 지원의 경우 손실분의 미수금 반영 여부 등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난방비 지원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정부는 정작 뒷짐을 지고 공사만 부담을 안는 모양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스공사의 이익 유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배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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