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가 지난 2월28일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신공항·케이블카 건설 중단 등을 촉구했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원회 제공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철회하라’는 4·14 기후정의 파업 조직위원회의 첫 번째 대정부 요구안이 기후 운동 진영 내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에너지 기본권 보장을 위해 가정용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과 기후위기 극복과 공기업 적자 해소를 위해 가정용 요금도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기후 운동 내부의 논쟁은 이달 말 예정된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앞두고 진행된다는 점에서 관심이 더욱 쏠린다.
4·14 기후정의 파업 조직위는 지난달 28일 세종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들의 필수적 전기·가스요금 인상 철회’를 비롯한 6대 핵심 요구안을 발표했다. 조직위원회는 오는 4월14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정부에 기후정의를 촉구하는 대규모 기후행동인 ‘414 기후정의파업’을 열기 위해 꾸려진 조직으로 16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에너지는 상품이 아니라 기본권”이라며 “추위와 폭염을 막고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적자는 착한 적자이며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 3월 말 산업용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인상하되 가정용 요금은 인상하지 말라는 운동으로 전개될 수 있는 요구다.
이런 요구안이 발표되자, 충남환경운동연합 등은 최근 조직위에서 탈퇴했다. 조순형 충남환경운동연합 탈석탄팀장은 <한겨레>에 “첫 번째 요구안이 충남환경운동연합이 그동안 주장했던 방향과 맞지 않아 조직위를 탈퇴했다”며 “기후위기 극복은 산업에 전가할 게 아니다. 가정용 에너지 요금도 인상하고, 취약계층 문제는 에너지복지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 요구안을 두고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 한재각 공동집행위원장과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번 4·14 조직위의 요구는 필수적인 전기·가스 사용은 보편적인 권리로 인정하고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는 접근”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적 수요에 대한 가정용 요금은 누구든 충분히 지불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썼다. 그는 <한겨레>에 “현실적으로는 에너지 바우처를 통해 사후적으로 보장하면 (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예산에 따라 (지원이) 줄어들기도 한다. 또한 사각지대 문제도 있다”고 했다. 또한 한전 등의 공기업 적자 문제는 산업용에 더 부담을 시키고, 국가재정을 투입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 정책위원은 페이스북에 “일률적으로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고소득층, 에너지 다소비층에 대한 특혜와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겨레>에 진보진영이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교통을 이야기하듯 값싼 에너지를 이야기한다며, 이는 기후위기 시대에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재 국가 보조를 통해 원가 이하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는데, 기후위기 시대에 ‘화석연료 지원금’을 일상적으로 전 국민에게 주는 것은 맞지 않다는 취지다. 그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합치면 거의 50조인 상황에서 이를 세금으로 감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4·14 기후정의파업 조직위는 오는 7일 내부 토론회, 9일에는 공개 토론회를 열고 ‘필수적인 전기·가스요금 인상 철회’ 요구안과 관련된 요금 문제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