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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오염수 마실 수 있다, 없다” 공방만…그새 방류는 다가왔다

등록 2023-06-14 10:00수정 2023-06-16 15:38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소금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소금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위해 시운전을 12일 시작했다.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는데도 오염수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정부와 여당은 ‘괴담’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도를 지나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수산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사법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어민 등에게 피해를 준다면’이라고 했지만 수사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이다.

게다가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꼼꼼히 따져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12~1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오염수 마실 수 있다” “마실 수 없다”는 공방을 되풀이했다. 정부와 여당이 오염수 처리 과정의 안전성을 강조한다며 ‘마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세운 뒤 이를 둘러싼 논란만 계속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소금 사재기’ 조짐이 보일 정도로 국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간다.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초청간담회에서 ‘방사능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초청간담회에서 ‘방사능 공포 괴담과 후쿠시마’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실 수 있다” 앞세운 정부와 여당

지난 5월15일 방사선 입자물리학자인 웨이드 앨리슨(82)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초청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지금 내 앞에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ℓ(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앨리슨 교수의 발언은 나흘 뒤 국민의힘 간담회에서 강도가 더 세졌다. 그는 5월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티에프(TF)’ 간담회에서 “(1리터보다) 10배 정도 물도 더 마실 수 있다”며 오염수 안전을 거듭 옹호했다. 그는 “물을 마신다고 해도 (방사성 물질 반감기인) 2주 정도 지나면 (방사선 수치가) 완화가 될 것”이라며 “제가 아직 후쿠시마 (오염수) 물을 마시지 못한 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하는데 앨리슨 교수를 앞세운 셈이다.

1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2차 전국 행동의날 전국 어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2차 전국 행동의날 전국 어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보름 지나서야 “교수 개인 의견”

해당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보름이 지난 6월1일 “희석 전 오염수는 식수로 적합하지 않다”며 “교수 개인의 의견으로 연구원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리 계획에 따르면 희석해 방류할 오염수의 삼중수소 방사능 농도는 1500㏃/L 이하로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 1만Bq/L보다 낮으나, 희석 전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평균 62만㏃/L로 상시 음용하는 식수로 적합하지 않다”고 그제야 ‘과학적’인 설명을 내놨다.

삼중수소는 방사성 물질 중 하나로 정화 처리로 걸러지지 않는다. 안전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 시설이 있는 다른 나라 원전도 삼중수소를 포함한 물을 바다에 방류하지만, 건강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중수소가 수산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와 유기결합삼중수소로 전환되면 내부 피폭 위험성을 키운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은 “음용 적합하지 않아”…국무총리는 “괜찮다”

‘마실 수 있다 대 없다’로 구축된 프레임은 모든 논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지난 3일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누리집 공개 게시판에 “나는 처리된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서 마시겠다”는 글을 올렸다. “과학으로 판단할 사안을 주관적 느낌으로 왜곡하지 말라”는 과학자의 소신이었지만 결국 ‘마실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부각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2~13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야당 의원들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오염수 마실 수 있냐”고 거듭 공격했고, 한 총리는 “완전히 과학적으로 처리가 된 것이라면, 세계보건기구 음용 기준에 맞는다면, 마실 수 있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야당은 “일본 총리냐”고 공격하고, 여당은 “괴담 선동 중단하라”고 맞받으며 날선 언어만 오갔다.

정작 일본 정부는 오염수에 대해 음용, 생활용수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12일 일본 환경단체와 일반 시민, 전문가 등이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제출한 서면 의견에 대한 경제산업성의 답변서를 보면 “알프스 처리수의 삼중수소 규제 기준을 준수할 때까지 (물로) 희석하면 이를 마셨다고 해도 방사선에 의한 건강상 영향은 없다”면서도 “처리수에 대해 음용이나 생활용수로 활용함으로써 적극적으로 피폭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경남 통영시 영운항에서 3월31일에 열린 ‘제12회 수산인의 날(4월1일)’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남 통영시 영운항에서 3월31일에 열린 ‘제12회 수산인의 날(4월1일)’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우려는 그대로…국민만 불안

국외는 어떨까. 지난 1년 동안 오염수의 안전성을 독자 검증했던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패널들은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성능을 제대로 검증하기에 자료가 턱없이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피오 티코두아두아 피지 내무부 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각)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을 코앞에 두고 “일본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말한다면, 왜 일본에 두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일본이 오염수 처리 관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다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해양방류를 선택한 뒤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모순을 꼬집은 것이다.

어민들과 제주 해녀들은 생계에 끼칠 타격을 걱정하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소금 사재기’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전인 2021년 8월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붕괴되지 않아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고 발언을 해 벌어졌던 논란도 다시 회자하고 있기도 하다.

13일 제주시에서 농어민과 해녀 등 1천여명의 참여로 열린 제주범도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와 국민의힘에 ‘돌직구’를 던졌다.

“일본 내부에서조차 신뢰를 받지 못하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안전성이 타국에서 신뢰받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전 세계적 상황과 달리 신뢰를 보내는 기이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13일 열린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제주범도민대회’에 참가한 제주 해녀들. 허호준 기자
13일 열린 ‘일본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제주범도민대회’에 참가한 제주 해녀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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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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