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용산 주한미군 사령부 앞에서 열린 ‘반환기지 오염치유 거부 주한미군 규탄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주한미군의 환경오염 행태를 상징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김종일 협동사무처장은 “한국에 돌려준 미군 기지의 오염을 제거할 비용은 모두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합의의 진실은] 미국은 “19개 기지 넘겼다” 한국은 “15개만 합의했다”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한국정부에 반환했다. 하지만, 돌려받은 미군기지의 환경오염과 그 치유 여부를 둘러싸고 한-미간 협상이 국민적 관심사다. 주한 미군기지의 반환을 둘러싼 환경오염 문제를 중심으로 몇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미국이 한국과의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협상에서 이뤄진 합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두 나라 사이에 지금까지 공식 발표된 것과 다른 내용의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인가.
미국이 지난달 열린 제9차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 뒤 한국 정부가 발표한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협상 합의 내용(자료1 참조)과 다른 태도를 취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이 합의를 무시하는 것이라면 강력히 항의하고 정식으로 문제를 삼아야 하고, 만약 미국의 이런 태도가 공개되지 않은 다른 합의에 따른 것이라면 그 내용을 국민 앞에 털어놓으라는 요구다.
정부3개부처 “미국이 오염치유 완료한 15개 미군기지 반환 합의”
환경·국방·외교부는 7월14일 한-미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협상이 끝난 직후 합동 브리핑을 열어, 이날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오염 치유를 완료했다고 통보해 온 15개 기지의 반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튿날 미국으로부터 이들 15개 기지를 인수하면서, 전날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4개 기지의 관리책임도 함께 넘겨 받았다. 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문제가 되자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7월24일 언론 브리핑에서 “환경오염 치유 문제가 합의되지 않은 기지들은 경비 업무를 지원하는 것일 뿐 정식으로 반환절차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오염치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반환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도 이들 4개 기지 가운데 조사결과 환경오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평택의 CPX-A1 훈련장을 제외한 의정부의 캠프 카일, 파주의 캠프 게리 오웬, 영등포의 캠프 그레이 등 3개 기지의 반환을 위해서는 한-미 두 나라 사이에 더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가 “경비를 해주기 위해 열쇠만 받은 것”이라고 설명하는 이들 기지에 대한 미국 쪽의 인식은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7월26일 미국 쪽이 환경부에 보내온 전자우편을 보면, 미국 쪽은 이들 기지 가운데 하나인 의정부의 캠프 카일을 ‘한국 정부에 반환된 이전의 미군 시설(former US installation)’로 표현하고 있다.(자료2 참조)
‘오염기지’ 한국은 “경비만 해줄뿐” 미국은 “반환 완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열린우리당)이 최근 입수해 공개한 이 전자우편은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소파 환경분과위원회 두 나라 관계자들 사이의 업무협의 과정에 오간 것이다. 따라서 환경오염 치유협상의 합의에 대한 미국 쪽의 인식을 가장 정확히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7월14일 정부의 협상결과 브리핑 내용이 전부이고 모두 맞다면, 캠프 카일을 이미 반환된 기지로 여기는 미국의 태도는 제9차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에서의 양국 합의를 아랑곳하지 않는 횡포다. 미국 쪽 소파 환경분과위원회는 심지어 같은 전자우편에서 캠프 카일의 반환이 6월15일자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의 서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을 수신인으로 해 보낸 이 서한은 “반환예정 19개 미군기지의 열쇠와 부동산 이전 서류를 7월15일 한국에 반환하겠으며, 이날 정오를 기해 이들 기지가 반환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내용이다.(자료3 참조)
한국 쪽 환경오염 치유협상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 서한을 미국 쪽의 최종 제안으로 인식하고 협상에 나섰고, 협상 결과는 한국이 미국 쪽의 이 제안을 다 받아주지는 않은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미국 쪽 소파 환경분과위원회가 한국 쪽 파트너에 보낸 문제의 전자우편은 미국이 롤리스 서한의 내용을 확정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그것에 준해 기지 반환을 진행할 계획임을 나타내 준다. 이는 미국이 두 나라 사이에 진행되는 환경오염 치유협상 자체를 아예 무의미한 것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 쪽의 이런 태도와 관련해 “미국이 캠프 카일 등이 반환됐다고 하는 것은 지난 14일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과 다르다”며 “대응책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미국은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에 들어갈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신이 금방 한 약속까지 내팽개치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그 정도까지 ‘막무가내 국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두 나라 사이에 공개가 안 된 또다른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협상 뒤 발표한 합의 내용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의문을 해결할 실마리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한-미 두 나라는 7월 협상에서 이례적으로 공동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았다. 대신 협상 결과를 한국은 언론에, 미국은 주한미군 사령관의 외부 연설 등과 같은 적절한 기회를 빌려 밝히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협상 직후 바로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었다. 하지만 미국 쪽은 협상이 끝난 지 한 달이 가까워 오도록 협상 결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의 서한을 마치 한-미 합의에 우선하기라도 하는 듯 내세우는 것은 또다른 합의에 대한 의혹을 더욱 부채질한다. 만약 또다른 합의가 있었다면 그것은 환경오염 치유협상 주무부처인 환경부를 배제한 채 두 나라 국방부 사이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추정하는 것은 미국 쪽의 19개 기지 반환계획 통보가 공식 협상창구인 소파 환경분과위원회가 아니라 두 나라 국방부 사이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한 국방부가 그런 미국 국방부의 통보대로 공식 협상에서 반환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4개 기지를 실제로 추가 인수해 주었기 때문이다.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통보한 19개 기지는, 환경·국방·외교부가 미국과 반환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15개 기지와 국방부가 추가 인수한 4개 기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협상 결과와 상관 없이 한국이 미국의 일방적 통보를 ‘거의 수용’했으며, 국방부가 추가 인수한 4개 기지를 모두 반환된 것으로 간주하는 미국 쪽 시각에서 보면 ‘100% 수용’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국방부가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의 일방적 통보 서한에 어떻게 대응했느냐다. 국방부의 ‘이면 합의’ 의혹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이 자신의 파트너에게 보냈을 답신 내용이 공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의원은 “지난달 열린 제9차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 이후 진행 상황을 보면 롤리스 서한의 내용대로 이행되고 있으며, 미국은 이 서한을 근거로 19개 기지의 반환이 이미 완료돼 협상이 끝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정부는 미국의 주장이 맞는지, 아니면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정부 협상결과 브리핑 보도자료 일부
환경·국방·외교부는 7월14일 한-미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협상이 끝난 직후 합동 브리핑을 열어, 이날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국이 오염 치유를 완료했다고 통보해 온 15개 기지의 반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튿날 미국으로부터 이들 15개 기지를 인수하면서, 전날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4개 기지의 관리책임도 함께 넘겨 받았다. 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문제가 되자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7월24일 언론 브리핑에서 “환경오염 치유 문제가 합의되지 않은 기지들은 경비 업무를 지원하는 것일 뿐 정식으로 반환절차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오염치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반환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도 이들 4개 기지 가운데 조사결과 환경오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평택의 CPX-A1 훈련장을 제외한 의정부의 캠프 카일, 파주의 캠프 게리 오웬, 영등포의 캠프 그레이 등 3개 기지의 반환을 위해서는 한-미 두 나라 사이에 더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가 “경비를 해주기 위해 열쇠만 받은 것”이라고 설명하는 이들 기지에 대한 미국 쪽의 인식은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7월26일 미국 쪽이 환경부에 보내온 전자우편을 보면, 미국 쪽은 이들 기지 가운데 하나인 의정부의 캠프 카일을 ‘한국 정부에 반환된 이전의 미군 시설(former US installation)’로 표현하고 있다.(자료2 참조)
우원식 의원이 공개한 소파 환경분과위 미국 쪽 관계자가 한국 쪽 관계자에 보낸 전자우편 내용 일부
‘오염기지’ 한국은 “경비만 해줄뿐” 미국은 “반환 완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의원(열린우리당)이 최근 입수해 공개한 이 전자우편은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소파 환경분과위원회 두 나라 관계자들 사이의 업무협의 과정에 오간 것이다. 따라서 환경오염 치유협상의 합의에 대한 미국 쪽의 인식을 가장 정확히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7월14일 정부의 협상결과 브리핑 내용이 전부이고 모두 맞다면, 캠프 카일을 이미 반환된 기지로 여기는 미국의 태도는 제9차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에서의 양국 합의를 아랑곳하지 않는 횡포다. 미국 쪽 소파 환경분과위원회는 심지어 같은 전자우편에서 캠프 카일의 반환이 6월15일자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의 서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을 수신인으로 해 보낸 이 서한은 “반환예정 19개 미군기지의 열쇠와 부동산 이전 서류를 7월15일 한국에 반환하겠으며, 이날 정오를 기해 이들 기지가 반환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내용이다.(자료3 참조)
우원식 의원이 정리해 공개한 리처드 롤리스 미국방부 부차관보 서한 내용
한국 쪽 환경오염 치유협상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이 서한을 미국 쪽의 최종 제안으로 인식하고 협상에 나섰고, 협상 결과는 한국이 미국 쪽의 이 제안을 다 받아주지는 않은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미국 쪽 소파 환경분과위원회가 한국 쪽 파트너에 보낸 문제의 전자우편은 미국이 롤리스 서한의 내용을 확정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그것에 준해 기지 반환을 진행할 계획임을 나타내 준다. 이는 미국이 두 나라 사이에 진행되는 환경오염 치유협상 자체를 아예 무의미한 것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 쪽의 이런 태도와 관련해 “미국이 캠프 카일 등이 반환됐다고 하는 것은 지난 14일 협상에서 합의된 내용과 다르다”며 “대응책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미국은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에 들어갈 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신이 금방 한 약속까지 내팽개치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이 그 정도까지 ‘막무가내 국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두 나라 사이에 공개가 안 된 또다른 합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협상 뒤 발표한 합의 내용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의문을 해결할 실마리를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한-미 두 나라는 7월 협상에서 이례적으로 공동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았다. 대신 협상 결과를 한국은 언론에, 미국은 주한미군 사령관의 외부 연설 등과 같은 적절한 기회를 빌려 밝히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협상 직후 바로 관계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었다. 하지만 미국 쪽은 협상이 끝난 지 한 달이 가까워 오도록 협상 결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의 서한을 마치 한-미 합의에 우선하기라도 하는 듯 내세우는 것은 또다른 합의에 대한 의혹을 더욱 부채질한다. 만약 또다른 합의가 있었다면 그것은 환경오염 치유협상 주무부처인 환경부를 배제한 채 두 나라 국방부 사이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추정하는 것은 미국 쪽의 19개 기지 반환계획 통보가 공식 협상창구인 소파 환경분과위원회가 아니라 두 나라 국방부 사이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한 국방부가 그런 미국 국방부의 통보대로 공식 협상에서 반환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4개 기지를 실제로 추가 인수해 주었기 때문이다.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한국에 반환하겠다고 통보한 19개 기지는, 환경·국방·외교부가 미국과 반환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15개 기지와 국방부가 추가 인수한 4개 기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협상 결과와 상관 없이 한국이 미국의 일방적 통보를 ‘거의 수용’했으며, 국방부가 추가 인수한 4개 기지를 모두 반환된 것으로 간주하는 미국 쪽 시각에서 보면 ‘100% 수용’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국방부가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의 일방적 통보 서한에 어떻게 대응했느냐다. 국방부의 ‘이면 합의’ 의혹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이 자신의 파트너에게 보냈을 답신 내용이 공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의원은 “지난달 열린 제9차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 이후 진행 상황을 보면 롤리스 서한의 내용대로 이행되고 있으며, 미국은 이 서한을 근거로 19개 기지의 반환이 이미 완료돼 협상이 끝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정부는 미국의 주장이 맞는지, 아니면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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