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 정상에서 동해안 쪽으로 3.5㎞ 지점 도로 위에 쏟아진 거대한 바위들. 300~500톤 가량의 암석이 계곡 쪽에서 밀려내려와 인제~양양 간 44번 국도 300m를 무너뜨리는 바람에 위쪽에 임시로 새 길을 냈다. 한·일 전문가들이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바위들을 살펴보고 있다. 인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일 전문가 수해현장 입체진단
제1부 다시 찾은 강원 수해현장
1일 강우량보다 ‘시우량<시간당 강우량>’ 예측하라
제1부 다시 찾은 강원 수해현장
1일 강우량보다 ‘시우량<시간당 강우량>’ 예측하라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 강원지역 수해현장 답사에 나선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인제와 양양의 경계인 한계령 정상에서 동해안 쪽으로 3.5㎞ 지점 도로 위에 쏟아진 거대한 바위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백t 규모의 바위들을 마치 장난감 옮겨놓듯 계곡에서 도로 위로 올려놓은 자연의 힘 앞에서 할 말을 잊은 것이다. 일본 국토교통성 토목연구소의 구리하라 준이치(45) 수석연구원은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도 이런 집채만한 바위들이 급류에 밀려 도로 위로 올라온 적은 없다”며 “지난 7월 강원도를 덮친 폭우의 위력을 알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도로변 산비탈의 경사가 너무 가파르고 지표의 흙마저 거의 쓸려내려가 암반이 노출된 이런 산악지형에서는 대형 산사태를 피할 수 없으므로 재해를 예측하고 즉시 대피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날, 사방댐이 운명 갈랐다
인제읍 두 마을 ‘어두원리’는 살고-‘덕산리’는 참극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어두원리와 덕산리는 수해 예방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좋은 사례다. 인제군은 지난해 2억600만원을 들여 어두원리 마을 뒤쪽 계곡에 사방댐의 하나인 ‘버트레스 댐’을 건설했다. 너비 38m, 높이 6.의 이 댐은 홍수와 산사태로 떠내려오는 나무(유목)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인제군의 예상은 적중해 7월 집중호우에도 어두원리는 전혀 피해를 보지 않았다. 군은 1986년부터 20곳에 사방댐을 만들었는데 이들 지역에서는 이번 수해 때 거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구리하라 준이치 연구원은 “사방댐을 적절한 위치에 잘 설치했다”며 “그러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이 댐을 통과한 흙과 돌을 막기 위한 콘크리트 댐을 하나 더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제군청 유용현 산림녹지과장도 “사방댐은 하나로는 제구실을 다 못하고 2개 이상이 세트로 건설돼야 한다”며 “예산이 확보되면 하류에 콘크리트 댐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덕산리는 마을 뒤 계곡에서 산사태와 토석 유출이 발생해 주민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화를 입었다. 마을 중앙에는 너비 3m 정도의 개울이 있었으나, 유목과 토석이 개울에 차고 넘쳐 민가들을 덮쳤다. 평소 물이 졸졸 흐르던 조그만 개울이어서 주민들은 전혀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 인제군은 이곳 계곡의 너비가 적정치인 30m에 훨씬 못미치는 에 불과해 사방댐을 설치하지 않았으나, 이번 수해 뒤 이곳 상류 계곡이 10배 가량 넓어짐에 따라 사방댐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하시노키 도시히로 대리는 “만약 일본에 똑같은 두 마을이 있었다면 먼저 덕산리에 사방댐을 건설했을 것”이라며 “마을을 지나가는 개울의 너비가 3m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토석류가 발생하면 큰 피해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일본에서는 사방댐을 먼저 만들고, 만약 그리 하지 않으면 하천 정비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덕산리 마을 터는 하천이 범람해 생긴 ‘불안정한’ 퇴적지”라며 “지반이 집을 지을 정도는 되지만 토석류에 의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도 과거에 이런 지역에서 피해가 많이 발생해 사방댐을 만들어 대비했다고 밝혔다. 인제/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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