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제1공약으로 내세울 ‘내륙운하’의 청사진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17일 부산 을숙도공원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물류혁신 위한 대안” - “무모한 환경파괴”
‘국토를 두 개의 섬으로 가르는 무모한 환경파괴’(환경정의 지난달 19일 발표 성명서)인가, ‘대한민국이 다시 웅비할 기회’(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20일 블로그에 올린 글)를 만드는 일인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최근 경부운하 건설을 차기 대통령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이 전 시장과 환경운동 진영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배가 다니게 하려면 강 바닥을 일정한 깊이로 긁어내 수로를 만들고, 곳곳에 댐을 설치해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두 강이 하천이 아니라 여러 개의 댐으로 구분된 긴 인공 호수로 바뀌는 것이다.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여울이 없어지고 물 흐름이 느려지는 것은 자정작용 약화와 부영양화에 의한 수질 악화로 이어진다. 이는 전 국민 절반 이상이 먹는 상수원의 수질 악화를 의미한다. 한반도가 솟아 오른 이후로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두 강이 이어지는 데 따른 생태계 교란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종류의 환경 훼손은 우리 국토가 한번도 경험하지 않은 것이다.
환경단체 “수질악화·생태계 교란, 공약 싹부터 잘라야”
이명박쪽 “도로보다 친환경적…낙동강 물 되레 맑아져”
환경운동 진영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난 계획을 공약으로 삼지 말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런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쪽은 “국민소득 3만, 4만달러 시대로 가는 발목을 잡는 물류 혁신을 위해 누가 차기 정권을 잡든 해야 할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운하는 도로나 철도보다 친환경적이며, 특히 낙동강 수질은 한강 물과 섞이는 희석효과로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부운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을 고려하면, 이런 논란은 얼핏 공허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환경운동 진영이 미리부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공약화됐을 때의 위험 때문이다. 차기 대선일까지는 1년3개월이나 남아 있어 불확실성이 높지만, 야권의 유력한 예비후보의 한 사람인 이 전 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전례를 보면 대통령 공약이라고 반드시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소한 사업의 찬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국력의 낭비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환경단체를 특히 안심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이 전 시장 특유의 저돌성이다. 경부운하를 공약으로 내건 상태에서 당선될 경우, 당선 자체를 운하사업에 대한 국민적 동의로 간주해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환경운동 진영이 공약화 단계부터 서둘러 ‘초동 진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백두대간에 구멍을 뚫어 강물을 지나가게 하겠다는 것은 우리 민족이 지켜온 가치체계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으로, 결국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초기부터 대응하지 않으면 나중에 막아내더라도 힘겨운 싸움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환경단체가 반대한다고 이 전 시장이 경부운하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이 전 시장은 지난달 경부운하 구간 현장답사 길에 들른 경북 상주에서 한 대중강연에서 “많은 반대자가 있겠지만, 역사는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며 경부운하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조해진 이 전 시장 언론공보특보는 경부운하 공약화 포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내륙운하 건설은 이 전 시장이 이미 10년 전인 1996년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처음 제안한 뒤 계속 다듬어온 계획”이라며 “당내 경선 시점이 될지 본선 시점이 될지는 모르지만 공약으로 내놓는 것은 확실하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래저래 이 전 시장과 환경운동 진영의 충돌이 피하기 어려워지면서, 경부운하는 새만금을 잇는 뜨거운 환경 논란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이명박쪽 “도로보다 친환경적…낙동강 물 되레 맑아져”
환경운동 진영이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난 계획을 공약으로 삼지 말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런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쪽은 “국민소득 3만, 4만달러 시대로 가는 발목을 잡는 물류 혁신을 위해 누가 차기 정권을 잡든 해야 할 사업”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운하는 도로나 철도보다 친환경적이며, 특히 낙동강 수질은 한강 물과 섞이는 희석효과로 오히려 개선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부운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 거쳐야 할 과정을 고려하면, 이런 논란은 얼핏 공허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환경운동 진영이 미리부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공약화됐을 때의 위험 때문이다. 차기 대선일까지는 1년3개월이나 남아 있어 불확실성이 높지만, 야권의 유력한 예비후보의 한 사람인 이 전 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전례를 보면 대통령 공약이라고 반드시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소한 사업의 찬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국력의 낭비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환경단체를 특히 안심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이 전 시장 특유의 저돌성이다. 경부운하를 공약으로 내건 상태에서 당선될 경우, 당선 자체를 운하사업에 대한 국민적 동의로 간주해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환경운동 진영이 공약화 단계부터 서둘러 ‘초동 진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명박 경부운하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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