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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③ 현장 관계자들과 함께 한 좌담회

등록 2006-09-01 19:01수정 2006-09-19 16:05

지난 30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인제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한·일 전문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20명이 참석해 올여름 수해의 원인과 예방 대책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 인제/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지난 30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인제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한·일 전문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20명이 참석해 올여름 수해의 원인과 예방 대책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 인제/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일 전문가 수해현장 입체진단
제1부 다시 찾은 강원 수해현장
“복구에만 재정 수조원”

일시:2006년 8월30일 오후 2시

장소:강원도 인제군청 회의실

사회=이승호 상지대 교수

30일 강원도 인제군청 회의실에서 열린 현장 좌담회에는 <한겨레> 진단팀의 한·일 전문가를 4명을 비롯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관계자 20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뿜었다. 점점 거대해지는 자연재해의 복구와 예방에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참석자들의 원인 분석이나 대안 제시도 날카로웠다. 자연재해 없는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사회=엄청난 재해를 만났는데 많은 분들이 바쁘게 일을 해서 100% 가까운 복구를 하게 됐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한다. 좌담회에서는 △현장 관계자들이 겪은 수해의 원인을 찾아보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항구복구 대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유용현 인제군 산림녹지과장=장마로 산림이 물을 머금고 있는데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땅밀림이 시작됐다. 토심이 50㎝ 내지 1m로 1시간에 모든 산사태가 벌어졌다. 관내 20곳의 사방댐이 있는 곳에서는 피해가 거의 없었다. 이번 기회에 소방방재청에서 사방댐을 많히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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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걸 강원도 산림정책관=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미 때와 달리 이번에는 계곡이 쓸리면서 교량·농경지 피해가 컸다. 치산녹화를 하면서 헐벗은 산의 녹화에만 급급해 수방을 위한 수종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 최근 수방을 고려해 활엽수를 54%로 늘이고 침엽수는 46%로 줄이고 있다. 임도나 평창지역의 고랭지 채소밭도 원인이다. 이번 재난을 교훈으로 항구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

김용하 동부지방산림청장=가장 큰 게 기상 요인이다. 산사태가 많이 난 곳은 연속강우량이 200㎜, 시간당 강우량인 시우량 30㎜, 1일 최대강우량 150㎜ 이상 조건을 다 넘었다. 평창·인제에 산사태 집중됐는데, 경사 26도 이상이 60%고, 화강암지대다. 뿌리가 얕은 천근성 수종인 낙엽송이 많은 것도 험준한 지형과 물려 상승작용을 했다. 예방을 위한 사방을 한 지역과 피해 복구된 지역도 피해가 적거나 없었다.

산림녹화에만 급급해 뿌리깊은 나무 못심어

구리하라 준이치 연구원=지난 3일간 현장을 둘러본 결과 산사태의 원인은 한-일 간에 거의 차이가 없다. 원인은 지형과 집중호우다.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본 산사태 사망자는 거의 노인층이다. 자연재해 사망자 80%가 산사태로 나고, 이 가운데 80%는 노인이다. 강우량이 많아지고 집중호우화 되고 있다.

하시노키 도시히로 연구원=1999년 화강암 지대인 히로시마에서 큰 토석류가 발생해 30명이 사망했다. 그때 토석류의 원인으로 꼽힌 것이 지질과 국지성 호우였다. 30년 전에도 똑같은 원인으로 인해 재해가 일어났다. 이걸 보면 강원도의 큰 재해는 몇십년 후 또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토석류로 인한 재해를 우연이나 불운이 아니라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

유병옥 한국도로공사 교통기술원 수석연구원=고속도로 피해 유형도 토석류다. 2002년 루사 때 피해가 처음 발생했고, 2005년에는 진주-대전간 고속도로, 올해는 88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의 피해가 심했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과거의 토석류 발생한 흔적 있는 곳이 다시 발생했다. 국도는 중앙분리대가 없어 토석류가 반대편으로 넘어가거나 배수구를 막아 도로가 끊어지는 일이 많았는데, 고속도로에서는 토석류가 중앙분리대를 따라가기 때문에 피해가 수 ㎞에 이르는 등 범위가 커졌다.

집중호우 최근들어 급증 사방댐 설치 늘려야

정용호 산림과학원 임지보전과장=강우 패턴·표고·식생·위치 등 여러 인자를 분석해 산사태 위험지도를 제작했다. 어느 지역 산사태 날 가능성이 있는지 표시할 수 있다. 76개 기상관측소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사이 최대 1일 강우량과 최대 시우량이 절반 이상 지역에서 갱신되는 등 집중호우가 급증했다. 최대 1일 강수량, 최대 시우량의 극값이 최근 10년간 1.5배 가량 증가했다. 30년 전에 비해 4.6배 늘었다. 강수량과 강우강도가 커지고 있다. 심근성과 천근성이냐에 따른 수종의 차이도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산사태가 발생하면 나무와 토석이 같이 쓸려 내려온다. 유목과 토석류 피해를 어떻게 저지하느냐가 관건인데, 최근 연간 200개의 사방댐을 설치하는 것으로는 역부족이다. 목표를 현재의 3배로 늘려야 한다. 간벌목의 완전제거는 불필요하고 또 불가능하다. 간벌목은 태풍 루사 때도 모양조차 흩어지지 않고 정리된 그대로 있었다.

구리하라=간벌목을 산에 방치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사태가 나도 간벌목을 원인으로 돌리지도 않는다.

사회=원인은 충분히 짚었으니 구체적인 대책을 얘기하자.

유용현=산사태에는 반드시 유목이 발생하고 교각 사이에 걸려 댐 역할을 한다. 교각 사이가 좁은 다리는 사전에 개량해야 한다. 앞으로 건설되는 다리는 말할 것도 없다.

안중걸=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피해 이후 개량복구를 해왔다. 산림·도로·교량 모두 산간 계곡형, 자연형으로 복구해야 한다. 일반복구보다 1.3~1.4배 더 든다. 새마을 사업을 할 때는 다리 등을 작게 빨리하려고만 했다. 이젠 안된다.

계곡에 집짓기 안돼 있는 집은 이주시켜야

정용호=치산녹화를 완성해 푸른 국토가 됐으나 나무 수령이 30년 이하가 70%다. 뿌리 발달이 불량하다. 뿌리가 강하면 산사태 방지할 수 있다. 인명피해 주기 전에 저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산골짜기에서 평지부로 연결되는 선상지의 경작을 금지하고 계곡부에 집 짓는 것도 신규허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있는 집은 관계 당국이 이주시켜야 한다.

사회=이런 조처를 위해서는 새로운 기준 마련이 시급하겠다. 조사와 연구도 필요하다.

김용하=재정 부족으로 예방이 겉돈다. 수해 복구에는 수조원이 들어간다. 예방에 투자를 못하고 있다. 우리도 예산부서에 요구를 해야 한다. 예산집행의 효율성도 문제다. 양양 어성전은 루사·매미 때 피해를 입었다. 하천 주변 농지를 매입하고 경작을 금지시켰다. 하천 폭도 넓혔다. 그러나 산간오지, 독가촌 등은 길 닦고 하천 정비 등 수십억원이 들어간다. 예산 낭비다. 이주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방재청·건설교통부가 연구해야 한다.

유용현=고랭지 농민 대책을 마련 중이다. 가시오가피 등 단기 소득수종으로 식재를 유도해 토사유출을 방지하고 소득증대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구리하라=일본에 사방댐이 6만개 가까이 있으나 재해는 없어지지 않았다. 우선순위 정하는게 시급하다. 이를 위해 위험지도를 만들고 있다. 재산피해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도 예산은 많지 않아 인명 피해 최소화에 치중하고 있다.

일본선 산사태 TV 예보 인명피해 최소화 치중

하시노키=일본에서는 텔레비전에서 일기예보 때 산사태 예보를 한다. 언론이 같이 협조해 인적 피해 최소화에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조화돼야 한다. 예산이 적다는 것은 토론 대상이 아니다.

박경부 한국방재협회장=일기예보에 산사태도 포함된다는 점이 감명적이다.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이 많다. 이 부분은 바로 여러분 손에 달렸다. 오늘의 자리는 시작이지만 방재선진국으로 가는 통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참석자들 한마디

30일 좌담회에는 20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발언의 기회가 넉넉하지 못했다. 점점 거대해지는 자연재해의 예방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먼 길을 찾아왔음에도 발언기회가 적었던 참석자들의 주장을 요약해 싣는다.

김현식 북부지방산림청장=표고가 높은 설악산 등에 구름이 걸리면서 강우량 많았고, 급경사지역 피해가 컸다. 횡성은 700㎜, 인제는 500㎜ 미만으로 강우량은 횡성이 많았으나 시우량은 적었다. 과거에는 능선이 무너졌데. 이번에는 절개지, 임도변을 제외하면 능선에서는 없었다. 조림수종은 영향이 없다고 본다. 인제 한계리에서는 토석류가 극심했는데, 물이 없는 계곡이 본류와 합쳐지는 지점에서 250m로 넓어졌다. 주변 민가 시설에 큰 피해 입혔을 가능성이 있다.

김철수 평창군 산림계장=이번 수해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몰고온 것은 산사태다. 평창에서는 천둥과 낙뢰가 큰 영향을 미쳤다. 봉평이 진부보다 비가 많이 왔는데, 낙뢰가 많았던 진부에 산사태가 훨씬 많이 발생했고 피해가 컸다. 이번 산사태 뒤 고랭지 채소밭이 비난을 받고 있는데 생계가 막막해진 농민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이원식 건교부 강릉국도유지사무소장=이번에 우리 관내 국도 유실피해가 가장 큰데, 주요 유형은 하천변 물길이 치는 수충부가 거의 다 유실됐다. 또 하천이 범람하면서 옹벽 위로 넘쳐 노견이 유실됐고, 도로를 가로지르는 횡배수관이 막혀 도로가 끊겼다. 특히 평창 지역은 고랭지 채소 재배를 위해 개간한 밭에서 모래가 내려와 피해가 났다. 교량 위가 막히고 배수관로도 막히니까 바로 도로가 절단됐다.

이정형 강릉국도유지사무소 양양출장소장=한계령 국도구간은 대부분 암반층인데, 얼었다 녹았다를 여러 번 하면서 발생한 균열 부분에서 이번 폭우로 슬라이딩이 일어나 산 정상에서부터 흘러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계령 대부분이 이런 산사태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1981년 도로 완성 이후 25년이 지났는데 개량이 되질 않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최원곤 한국도로공사 대관령지사장=평창군 봉평 등에는 펜션이 많다. 만들 때 배수구조를 안 만든다. 신경써야 한다. 고랭지 채소밭도 개간 많고 객토사업을 많이 하는데, 소규모 비에도 하류로 쓸려가 하천의 하상을 높인다. 비가 많이 오면 범람해 피해를 주게 된다. 사방댐을 만들어도 누가 설치하고, 누가 유지관리할지도 문제다.

이상진 평창군 재난관리과장=산사태가 낮에 났는데 밤에 났다면 큰 인명피해를 가져왔을 것이다. 마을별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장소를 지정해야 한다. 골짜기의 농지가 하천을 점유해 산사태가 나면 피해가 난다. 하천 폭도 확대해야 한다. 대관령은 비만 오면 흙탕물이 배수로를 막는다. 도로 측구를 치우라는 민원이 잦다.

박상국 소방방재청 재해경감팀장=재해대책으로 여러분의 고생이 심했다. 정책을 바꿀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방재청도 피해 원인을 공감하고 있다. 정부도 여러가지 요구와 필요를 감안해 ‘신국가방재시스템기획단’을 만들었다. 연말까지 혁신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다.

김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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