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초록빛을 띠고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가로수 아래로 22일 오후 두툼한 옷을 입은 시민들이 걷고 있다. 단풍이 들려면 정상적인 온도·습도와 충분한 일조량이 필요한데, 늦더위와 가뭄에 이은 갑작스런 한파로 가로수들이 가을색을 띠지도 못한 채 겨울을 맞았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호남평야 곡창지대에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또 여름이 한달 가까이 늘어나는가 하면 봄에 벚꽃 구경을 하기 어려운 지역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동규 교수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23일 환경부와 기상청 공동 주최로 제주도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이 교수팀이 1980년 이후 대기와 지표면의 다양한 기상 정보를 분석해 추이를 예측한 결과를 보면, 지구 온난화로 25년 뒤인 2030년부터 2049년까지 20년간 한반도의 기후는 연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섭씨 1.5도 상승하고, 연평균 강수량은 80㎜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런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는 호남 지역에서 두드러져, 호남평야에서도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이 교수팀은 전망했다. 이 교수는 “호남의 강수량 감소 폭이 커진 핵심 원인은 아직 정확히 판단할 수 없어, 해석 작업 중”이라며 “온난화의 영향으로 강수대가 북쪽으로 이동한 게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잘 대응하고 관리하면 농작물 생산에 피해를 주지는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구 온난화는 한반도의 계절에도 영향을 끼쳐, 봄은 지금보다 5일 일찍 시작되고 기간이 11일 줄어드는 대신, 여름은 시작일이 지금보다 16일이나 일러지고 기간은 24일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은 기간의 큰 변화가 없으나, 겨울은 시작일이 10일 늦어지고 기간도 15일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아울러 봄꽃이 피는 시기도 크게 앞당겨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벚꽃 구경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경희대 생태정보실 정재은 연구원팀이 장기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컴퓨터 모델을 이용해 작성한 2100년까지의 전국 벚꽃 개화예상일 분포도를 보면, 현재 3월 말 남해안에서 먼저 개화하는 벚꽃이 60년 뒤 경남 밀양에서는 2월 말부터 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100년 뒤 더욱 확대되면서 개화시기가 평균 한 달쯤 당겨져, 영남·전남 지방 대부분과 경북과 동해안 등에서도 3월 초 이전에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가장 먼저 벚꽃이 피는 경남 진해와 부산 등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이 너무 따뜻해 꽃이 아예 피지 않거나 일시에 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진해 벚꽃축제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셈이다.
또 연구팀은 지금처럼 4월에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하는 고산지대에 국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수 기자, 제주/조홍섭 환경전문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