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환경

천주교 주교회의 4대강사업 반대

등록 2010-03-12 19:18수정 2010-03-12 21:00

“환경손상 치명적”…사회현안 직접 언급 이례적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제주교구장)는 ‘4대강 사업’이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가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한국 가톨릭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인 주교회의의 이런 발표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주교회의는 12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자연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두 22명의 주교로 구성된 주교회의는 지난 8~11일 춘계 정기총회를 열어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

주교회의는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 합의도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면서까지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경솔한 개발의 폐해를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주교회의는 이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성찰과 회개를 촉구하며 정부 당국자들과 국민 모두가 미래의 세대에게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는 교회 안팎의 공동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국내 주교 전체의 모임으로,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대 이후 주교회의가 사회 현안에 대해 직접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기총회 결과를 발표한 강우일 주교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쪽 실무진과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쪽 의견을 모두 들었지만, 정부 쪽 설명이 너무도 미흡했다”며 “왜 이렇게 서둘러 사업을 진행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모든 주교들의 공통된 우려였다”고 말했다.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신자들에게 그 결과를 전할 방침이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각 교구와 본당에 생명위원회를 설치해 4대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교회의는 오는 9월 4대강 개발과 환경 문제를 내용으로 한 백서도 낼 계획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한국 가톨릭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장 강우일 제주교구장)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2010년 춘계 주교회의’를 열고 4대강 사업에 대한 사실상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주교회의는 12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와 같이 밝혔다. 다음은 이날 회견에서 공개된 주교단의 4대강과 생명에 관한 의견서 전문이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 22)

 1960년대 이후 이 나라 정부는 단기간의 경제개발 효과를 얻어내기 위하여 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겨냥하며 적극적인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였고, 1973년에는 낙태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도입하였습니다. 사실상 어머니 뱃속의 아기 생명에 대한 무차별적인 제거 수술을 허용한 것입니다. 그 이후 가톨릭교회는 거의 해마다 이런 반생명적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시정을 촉구하여 왔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아동이 급감하고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이 나라의 발전은 말할 나위도 없고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습니다. 생명이 사라지면서 어둔 죽음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한 사람들 중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죽음의 어둠에 억눌리고 악몽에 시달리던 의료인들이 스스로의 과오를 고백하며 많은 저항과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더 이상 죽음의 문화를 확산시키지 않겠다는 각오로 용기 있게 호소하고 나선 것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주고 새로운 희망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반생명적인 문화가 무겁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이 사회가 참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명을 선택하여야 합니다. 가장 약하고 스스로 방어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어머니 뱃속의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인간의 생명은 잉태된 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회임된 태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므로 그 자신이 이를 인식하고 있든지 또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지에 관계없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함이 헌법 아래에서 국민 일반이 지니는 건전한 도의적 감정과 합치되는 바이다.’ (1985. 6. 11, 84도, 33권 2집, 협497<500>) 라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생명을 발전의 수단으로 삼고 파괴하는 행위는 자연환경에 대해서도 똑같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연 생명이 파괴되면 그 자연을 호흡하고 섭취하며 살아가는 인간 생명도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춘계 총회에 모인 한국 천주교의 모든 주교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 실무진의 설명을 들어보았지만,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인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하여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의 폐해가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지워질 때, 이 시대의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회칙 ‘진리안의 사랑’에서 “환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주신 선물로서, 이를 사용하는 우리는 가난한 이들과 미래 세대와 인류 전체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 자연환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원료 이상으로 소중한 창조주의 놀라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자연에는 그것을 무분별하게 착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기준을 알려주는 ‘공식’이 담겨 있습니다.”(48항) 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무분별한 개발로 단기간에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다가 창조주께서 몇 만 년을 두고 가꾸어 오신 소중한 작품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자신을 포함한 사회 전체의 성찰과 회개를 촉구하며, 정부 당국자들과 국민 모두가 우리 자신과 미래의 세대에게 책임있고 양심적인 길을 택할 수 있기를 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일찍부터 우리에게 가르치셨습니다.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놓는다. …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후손이 잘 되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 (신명 30, 15.19)

 

 2010년 3월 12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지금 당장 기후 행동”
한겨레와 함께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