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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영산강 보에 썩은 물 가두는격…처리시설 태부족

등록 2010-03-12 08:54

오염 부르는 ‘총인’ 정화시설 정부예산 적어
농경지·도시 오염원 유입땐 오염 ‘설상가상’
지난 5일 오후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하수처리장에서 방류수가 영산강으로 콸콸 흘러 나가고 있었다. 광주천에서 하루 평균 52만t의 처리된 하수가 영산강으로 흘러들지만, 부영양화 물질의 3분의 2는 전혀 걸러지지 않고 있다.

“썩은 물을 보에 가두면 뭐하겠습니까?”

광주시 수질보존과 담당자는 하수처리장‘총인처리시설’사업비 마련의 고충을 토로하며 이렇게 되물었다. 총인처리시설은 오수 중 총인을 거르기 위해 기존 시설에 화학적 처리시설을 보강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발표하면서 하수배출 방류수 수질기준을 강화해 4대강 보가 준공되는 2012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운하건설론자’들도 4대강에 건설될 보에 물이 고인 상태에서 하수처리장의 인이 유입될 경우 녹조류 성장으로 물이 시퍼렇게 썩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공학자들도 깜짝 놀랄만큼 ‘급박하게’ 하수배출 방류수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전국의 각급 자치단체에 총인처리시설이 추가돼야 2012년까지 4대강의 90% 이상을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3ppm 이하의 2등급 물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다. 대전시는 721억원(2개소)의 사업비 중 360억원을, 대구시는 2210억원(6개소)의 사업비 중 1105억원을 각각 확보해야 한다. 대전·대구는 상수원 지역에 위치한 하수처리장이어서 총인처리시설 사업비의 15%를 수계관리기금에서 지원받을 수 있지만, 광주시는 상수원 지역이 아니어서 이마저 불가능하다. 대전시 수질보존과 한명호 담당은 “상수원 수계관리기금에서 일부 지원을 받더라도 하수도특별회계에도 재원이 없는 상황이라 재원 마련이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5000억원을 투입해 2011년까지 전국 하수처리장 192곳 3800억원, 폐수처리장 55곳 1200억원 등 5000억원을 들여 총인처리시설을 보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굴착기 등 중장비들이 지난 5일 광주시 남구 승촌동 영산강 승촌보 건설현장에서 강바닥에 드러난 암반을 제거하려고 구멍을 뚫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나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굴착기 등 중장비들이 지난 5일 광주시 남구 승촌동 영산강 승촌보 건설현장에서 강바닥에 드러난 암반을 제거하려고 구멍을 뚫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나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막대한 돈을 쏟아붇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정부는 4대강의 수질을 개선한다고 홍보하면서도 정작 총인처리시설 투자에는 무관심하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사업 마스터플랜을 보면, 전체 사업비 16조9500억원 중 수질개선 사업비는 2.9%인 5000억원에 불과하다.(표 참조) 4대강 전체 사업비가 22조 2002억원으로 늘면서 수질개선사업비도 3조 8837억원(18%)으로 비중이 높아졌지만, 이는 환경부의 모든 사업이 포함된 예산이어서 고스란히 4대강 수질 개선에 사용될지 불분명하다.


조선대 이성기(환경공학과) 교수는 “하수처리장 한 곳의 총인처리시설 사업비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전국 393곳 하수처리장 1곳당 평균 14억원에 불과한 정부의 예산은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며 “전국 4대강 유역에 수조원이 들어가는 총인처리시설을 추가하지 못할 경우 이를 전제로 한 정부의 수질개선 주장은 거짓말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4대강사업추진본부 관계자는 “자치단체들이 총인처리시설 보강 설치비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지만 사업비를 모두 국비로 지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수처리장의 총인처리시설을 확보하더라도 영산강 수질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12월 광주와 나주에 승촌보와 죽산보가 건설돼 유량이 적은 영산강의 물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부영양화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영산강 상류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건설된 담양·장성댐 등 4개의 댐들 때문에 수계 자체의 수량도 적은 편이다. 또 영산강 유역의 농경지와 도시지역 등의 비점오염원이 유입될 경우 부영양화를 부추길 수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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