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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영국은행 철회한 석탄 투자…삼성·한전,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등록 2020-10-29 11:50수정 2022-01-03 13:45

‘탈석탄’ 선언 삼성물산·KB국민은행·한국전력
기존 석탄발전 투자는 그대로 유지해 논란
외국서 투자 철회한 베트남 석탄발전 뛰어들어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해당 기업 투자 배제” 경고
투자 철회 기업 손해 보상법안 등 유인책 필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8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물산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불참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지난 8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물산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불참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하고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가겠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케이비(KB)국민은행과 삼성물산은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를 하지 않기로 선언했지만, 기존에 투자하기로 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철회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 기업들은 이미 투자하기로 한 석탄발전사업에서도 발을 뺀 사례가 많다. 삼성물산과 국민은행의 탈석탄 선언을 두고 환경단체에서 ‘반쪽자리’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27일 국민은행은 한국 금융사로는 최초로 신규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한달 뒤인 지난 27일 삼성물산도 비금융사로는 처음으로 같은 선언을 했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이 나온 당일 한국전력도 신규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디비손해보험에서 탈석탄 선언을 했으나 이들 기업들은 석탄발전 사업에 참여한 적 없는 기업이다. 반면 국민은행과 삼성물산은 2022년과 2023년 가동예정인 강릉 안인 1·2호기 사업(발전량 각 1040MW)에 투자했다. 이 사업의 공정률은 50% 수준에 머물러있다. 삼성물산과 한국전력은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발전 사업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국민은행과 삼성물산, 한국전력의 선언은 강릉과 베트남에서의 기존 투자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어서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은 강릉, 삼성물산은 강릉과 베트남 붕앙2, 한국전력은 현재 진행 중인 4건의 해외 사업 중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베트남 붕앙2 사업 등 2건은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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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전 “신뢰 때문에”…영국·홍콩은 왜 투자 철회?

한·중·일뿐 아니라 전세계 70여개 국가가 탄소 중립을 선언한 것처럼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석탄발전의 수요나 수익성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사양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기업 운영의 기본이다.

삼성물산의 오세철 부사장은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베트남 사업 철회가 불가한 이유를 이렇게 들었다. “(붕앙2 석탄발전소) 사업이 오랫동안 진행된 과정에서 국가 간, 국가기관 간, 사업개발자, 투자자, 시공자 간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협의해온 사항이라 시공사인 저희로서 이 시점에서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할 수 없다.” 한전 역시 28일 “상대국 정부와 사업 파트너들과의 관계, 국내기업 동반 진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18년 3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케이비(KB)국민은행 앞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강릉 안인 석탄발전소 사업에 대한 금융조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3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케이비(KB)국민은행 앞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강릉 안인 석탄발전소 사업에 대한 금융조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들은 외국에서는 이미 참여하기로 한 석탄발전 사업에서 투자를 철회한 경우가 많다고 반박했다. 한국전력과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하는 베트남 붕앙2 발전의 경우 애초 이 프로젝트의 주요 주주인 홍콩 중화전력공사와 설비납품사인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 대출기관인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이 참여하기로 했다가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철회한 적 있다.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해 지연되던 사업은 한전이 중화전력공사가 보유한 지분 40%를 매입하고, 한국수출입은행이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대신 대출과 보증을 하며 13년 만에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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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대출계약 아직…“투자 철회 시간 있다”

1천조원대 기금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는 지난 2017년 석탄발전 투자 등을 이유로 한국전력을 투자 금지기업으로 지정했다. 전체 매출액의 30% 이상이 석탄인 경우 투자를 철회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노르웨이 의회는 스위스 글렉코어, 독일 에너지기업(RWE) 등 석탄 관련 기업들이 화석연료에 투자했던 120억달러(13조6천억원)에 대한 투자 철회를 요청하는 노르웨이 재무부의 제안을 통과시켰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금융기관과 대출 계약을 아직 하지도 않아서 철회할 시간이 있다. 해외 진출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이 사업을 해야만 한다면 가스나 재생에너지발전 사업으로 바꿔서 진행할 수도 있다. 베트남 롱안 1·2호기 사업이 석탄에서 가스로 전환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배경에서 삼성물산의 선언 직후인 28일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 “기존에 진행하던 석탄사업에 대한 완전한 중단과 철수를 선언할 것을 촉구한다”며 “강릉에 건설 중인 초대형 석탄발전소가 가동된다면 연간 1천만t의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과 생태계 붕괴로 기후위기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베트남 붕앙2 사업도 본격적으로 착공되지 않은 만큼 이제라도 출구전략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앞에서 시민단체 청소년기후행동과 정치하는엄마들의 회원들이 한전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전력공사 서초지사 앞에서 시민단체 청소년기후행동과 정치하는엄마들의 회원들이 한전의 베트남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전세계 투자은행, 보험, 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2010년 이후 석탄발전 투자 철회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홍콩 상하이은행(HSBC), 일본 다이치 생명, 프랑스 소시에떼 제너럴, 독일 도이치방크 등이 선언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 700조원대의 자산을 운용하며 10조원가량을 석탄발전 관련해 투자한 한국의 국민연금은 아직 선언을 하지 않아 국내외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물산·두산중공업·한국전력에 석탄발전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북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스웨덴의 ‘노르디아’ 대표 에릭 페더슨은 28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미래의 투자 흐름에서 많은 부분이 배제되지 않으려면 기업들은 기후위기를 수반하는 자산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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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철회 기업 손해 보상·지원 법안 필요

석탄발전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기업이 투자를 철회할 경우 입을 수 있는 기업과 노동자들의 손해를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석탄발전 사업 투자에 참여했다가 국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는 기업, 노동자, 지역을 지원하는 ‘에너지전환지원법’을 지난 13일 대표 발의했다. 독일의 석탄발전 제로 정책 역시 발전사업자에게 보상을 주며 에너지 전환을 유도하고 있는 것을 참고했다. 그렇더라도 기후변화 대응에 걸맞은 석탄 퇴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하고,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위험비용과 사회에서 흡수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의 비율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 것인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보상받은 석탄발전 사업자의 경우 재생에너지 등으로 그 보상금의 용처를 고정해두었다.

같은 당 김성환·이소영 의원 등 21명은 지난 7월 한국전력,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사업 범위에 국외 석탄발전 수행 또는 자금지원을 제외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일명 ‘국외 석탄발전 투자금지법’으로 불린다. 다만 이 법은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활동을 막을 경우 투자자 국가 소송 제도(ISDS)의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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