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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태풍에 해양생물까지…기후변화, 원전 안전 신화 흔드나

등록 2021-04-08 16:11수정 2021-12-29 14:50

한울 1·2호기 해양생물 ‘살파’에 두 차례 정지
따뜻한 바다서 부유하는 살파
“개체수 늘면 원전 위협 변수 커져”
해양생물 ‘살파’. 김지현 군산대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 박사 제공
해양생물 ‘살파’. 김지현 군산대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 박사 제공

지난 6일 한울 원전 1·2호기가 해양생물 ‘살파’의 유입으로 발전을 멈췄다. 지난달 22일에 이어 15일 만이다. 지난해 가을 태풍에 원전 6기가 멈춰섰는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양·대기 상황이 달라지면 원전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2일 살파가 대량으로 원전 취수구로 유입되면서 한울 1호기 터빈이 멈추고 한울 2호기는 터빈·원자로 모두 정지했다. 한울 1·2호기는 29일 원안위의 안전성 확인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가동을 재개했으나, 6일 또 다시 살파가 취수구로 유입돼 발전을 멈춘 상태다. 취수구는 원전 안으로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통로로, 이곳을 통해 끌어온 바닷물은 냉각수가 돼 원전 발전계통의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원전 취수구에 유입된 살파는 독도 주변과 남해에서 주로 서식하는 대형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투명하고 관 모양인 젤라틴 몸체를 가지고 둥둥 떠다녀 간혹 해파리로 오해받는다. 크기는 손가락 하나 수준부터 15㎝까지 다양하며 기차 모양으로 띠를 이뤄 다닐 때도 있다.

해양생물 유입으로 원전 가동이 멈춘 것은 과거에도 종종 있던 일이다. 8일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의 최근 사고·고장발생 현황을 보면, 1978년 이후 살파, 해파리, 새우떼, 큰 가시고기 떼 등 해양생물에 의해 원전 발전이 중단된 것은 모두 19건이다. 4건은 한울 1·2호기가 동시에 멈춘 지난달 22일과 6일 발생했고 나머지 15건은 모두 2006년 이전이다. 다만 2006년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해양생물 유입이 최근 들어 다시 발생했다는 점과, 이번처럼 보름 사이 두 번이나 발전을 정지시킨 경우가 흔치 않다는 점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기후변화로 원전 주변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살파가 더 쉽게 나타나는 것은 맞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판단하려면 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지난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원인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수온 상승으로 해파리나 살파 같은 개체가 늘어나면 원전에 해양생물이 유입될 확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제주수산연구소 담당자는 “살파는 따뜻한 물에서 서식하는 생물 종이다. 그러다보니 수온이 오르면 살파로 인한 어업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살파는 대만난류 등 따뜻한 해류가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올 때 주기적으로 유입된다. 정량적인 평가 없이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섣불리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연근해의 해양수온은 1991~2020년이 1981~2010년 0.3도 높고 동아시아 해역의 해양수온은 1991~2020년이 1981~2010년보다 0.2도 높다. 또 우리나라 주변 수온은 2000년대(2001∼2010년)에 비해 2010년대(2011∼2020년)에 0.8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 한울 1·2호기가 해양생물 유입에 대응하기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다른 원전은 냉각수를 빨아들이는 통로를 호기 당 하나씩 두고 있는데 한울 1·2호기만 이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럴 경우) 이번처럼 해양생물이 유입됐을 때 발전이 멈추는 호기가 그만큼 많아진다. 그만큼 대응에 불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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