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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총리 4명 갈려도 변치않는 영국의 탄소중립…한국도 가능할까?

등록 2021-04-28 15:09수정 2021-12-29 13:56

[기후뉴스 읽기]
27일 국무회의서 탄소중립위원회 설치·운영안 의결
세계 처음 탄소중립 법제화한 영국 위원회가 모델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정부는 정부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정부는 정부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2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을 의결했다. 청와대는 “탄소중립위원회는 다음달 중 출범할 예정이며, 가칭 탄소중립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법률상 위원회로 격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순배출량 0)을 이루겠다고 선언했고, 한달 뒤에는 “온실가스 감축 실행 계획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지 않겠다”며 민·관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탄소중립 선언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위원회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녹색성장위원회, 문재인 정부가 만든 국가기후환경회의와 미세먼지특별위원회 등 환경 관련 각종 위원회를 통합해 구성된다. 국무총리와 함께 위원회를 이끌 공동위원장으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내정됐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사회 각계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국가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주요 정책·계획을 수립하고 그 이행에 관한 사항을 점검·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기후변화 △에너지혁신 △경제산업 △녹색생활 △공정전환 △과학기술 △국제협력 △국민참여 등 8개 분과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분과위원회 아래에는 따로 전문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다. 전체위원회 밑에 총괄기획위원회를 설치해 8개 분과 업무를 조정한다. 의견 수렴을 위한 국민정책참여단, 산업계·시민단체·지방자치단체 등과의 소통창구도 따로 둔다.

기획재정부·교육부 등 15개부 장관(법무·국방·통일부 제외), 방송통신위원회·금융위원회 위원장, 국무조정실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민간위원까지 최대 100명에 이르는 큰 조직이다. 위원회 설립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정부 18개 부처 장관을 포함해 90여명이나 포함한다. 녹색성장위원회에서 가졌던 심의·의결 기능도 있어 매우 큰 조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무조정실이 작성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 조직도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 ‘탄소중립’ 법제화한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탄소중립위원회가 참고한 모델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고 최초로 법으로 정한 영국에 있다. 2008년 만들어진 영국의 기후변화법(UK Climate Change Act)은 ‘1990년과 비교해 2050년까지 8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자’는 장기적 목표를 정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경로를 탐색하는 디딤돌이다. 영국은 2015년 파리협약 이후 법적 목표를 80% 감축에서 탄소중립으로 끌어올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화상 기후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지구의 날'에 맞춰 열린 이번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정상들은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개별 국가의 노력은 물론 국제적 차원의 공조 및 협력 의지를 다짐했다.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화상 기후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도로 '지구의 날'에 맞춰 열린 이번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국 정상들은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개별 국가의 노력은 물론 국제적 차원의 공조 및 협력 의지를 다짐했다. 연합뉴스

이런 기후변화법에 따라 영국 기후변화위원회(Climate Change Committee·CCC)가 생겨났다. 영국 사회가 2050 탄소중립이라는 법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5년 마다 어떤 과제를 해야 하는지 성과와 과제 등을 과학적·현실적으로 따져서 영국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를 정부가 수행하도록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법적 지위는 자문기구이지만 의회는 위원회 결정을 토대로 정부에 정책을 요구하고 정부는 이를 책임감있게 정책으로 실현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기존 목표를 1년 만인 지난해 말 68%까지 감축으로 상향했다. 반년 만인 지난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는 2035년까지 78% 감축하기로 목표를 다시 상향했다. 이 모든 것이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권고에서 시작됐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홈페이지와 주한영국대사관 설명을 종합하면,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독립기구로 ‘적응’과 ‘기후변화’ 두 개의 위원회가 있다. 위원들은 정치적 입김과 상관없이 오로지 능력으로만 선출한다는 것이 영국 쪽 설명이다. 경제학, 기후과학, 정치학, 국토·교통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다. 적응위원회 의장이 기후변화위원회에도 참여해 두 위원회 간 협력을 유지한다. 사무국은 기업 담당과 소통 분야가 중심에 있다. 한해 예산은 370만파운드(57억원) 정도다. 정책 추진 근거가 되는 연구를 한다. 현재 의장은 1993~97년 영국 환경부 장관이었던 로드 데본이다.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양이원영·이소영 의원실과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한 ‘영국 기후변화대응 방안과 탄소중립 이행방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영국 런던정경대학교 그랜텀 연구소의 알리나 아베첸코바 박사는 “위원회가 생긴 뒤 그동안 5번의 선거, 4번의 총리 교체가 있었지만 탈탄소 방향이 흔들린 적은 없었다. 단순한 자문기구를 넘어서 초당적 감시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경영분야 위원 레베카 히튼 박사는 “영국의 경우 (이미) 목표 설정이 분명해서 지금은 정부의 탈탄소 진행 과정을 면밀히 감시하는 역할이 더 중요하다. (소통을 위해) 위원회의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과학적 근거도 확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 구조. 주한영국대사관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위원만 90여명, 부처 중심 운영 우려”

한국 탄소중립위원회의 갈 길은 아직 불투명하다. 기대만큼 우려도 있다. 위원회 설립 과정을 지켜본 또다른 관계자는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보다 외형상으로는 뒤지지 않지만 문제는 운영 방식이다. 사무국 운영이 부처 중심으로 운영되지 않고 국민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도록 개방적·역동적이어야 하는데, 사무기구 운영을 국무조정실에서 하기 때문에 정부안을 사후에 추인하는 역할에 머무를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 역사상 최초로 ‘저탄소’를 법제화하며 신설된 녹색성장위원회가 ‘저탄소’를 이야기하면서도 이명박 정부의 반환경적 정책을 추인하는 기구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받았던 것처럼, 탄소중립위원회도 각 부처가 만든 안을 조율하고 승인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탄소중립위원회의 독립적·효율적 운영이 가능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영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가 있다. 독립성이 보장된 영국 사회에서는 기후변화위원회가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도 그 권고를 정부가 수용해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한국의 탄소중립위원회에 심의·의결 기능이 있지만 국회나 정부로부터 어떻게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아직 의구심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위원회는 15명 안팎의 위원이 깊이 고민하고 권고를 하는데, 한국은 90여명의 위원이 논의를 한다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큰 조직이 효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조직의 형식과 내용이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또다른 고비도 넘어야 한다. 청와대가 밝힌대로 탄소중립위원회가 법적 지위를 가지려면 이 위원회 설치 근거가 되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탄소중립위원회 기능과 역할에 대해 법으로 명시해 두어야 다음 정부가 들어서도 정책 방향이 흔들림없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기후변화법을 통해 탄소중립을 언제까지 달성하려 하는지, 그 길을 가기 위해 어떤 경로를 밟아야 하는지, 그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어떤 연구나 조사가 필요한지 등을 정한다.

지난 2월25일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유럽연합 대사(가운데)가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탄소중립이행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25일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유럽연합 대사(가운데)가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탄소중립이행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안호영·한정애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기후정의 관점을 추가한 탄소중립기본법을 발의했다. 2월 말에는 국회 공청회도 열렸다. 정부·여당은 탄소중립위원회 출범 시기에 맞춰 다음달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는 2050년 탄소중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여야의원 252명의 초당적 찬성으로 채택한 바 있다.

알리나 박사는 “법과 위원회가 있다고 해서 기후변화 대응 리더십이 대체되지 않는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 등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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