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정상토론세션에서 회의 개시 및 식순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밤 피포지(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서울선언문’을 채택한 뒤 폐막했다. 정부는 서울 정상회의에 이어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 의사를 밝히는 등 기후선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기후가교국’ 역할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반면 선진국 수준의 기후대응을 촉구해 온 기후운동단체 등은 “대대적인 홍보에 비해 알맹이는 없는 행사였다”며 박한 평가를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폐막식에서 “기후선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공동의 문안을 도출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서울선언문은 총 1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서울 정상회의(30~31일)와 녹색미래 주간(24~29일) 동안 진행한 주요 논의를 선언문에 담았다. △파리기후협정 목표 실현을 위한 협력 강화 △경제 재건 등 녹색 회복이 공정한 전환을 담도록 노력 △향상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제출 등 에너지 전환 촉진 △녹색 기술 향상 △개발도상국을 위한 체계적 투자 △제로웨이스트 사회로의 전환 촉진 등 기후위기 대응 관련한 주요 내용이 두루 담겼다.
특히 서울선언문에는 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 해결 논의를 강화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제 정상들은 “해양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 결속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한다. 해양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해양의 추가적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산업 개편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석탄화력발전, 내연기관차 관련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노동자와 집단“을 위한 ‘공정한 전환’(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 “금융재원 지원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등 70여명이 참여한 회의인 만큼 서울선언문은 말그대로 ‘선언적’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구체적 실천 계획 등을 담기에는 각국의 기후대응 수준과 경제적 이해관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경우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치를 올해 10월 이후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피포지 기간 중 ‘깜짝 발표’ 등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서울선언문은 ‘파리협정에 따라 국가들이 이미 제출한 야심찬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환영한다. 여타 국가들도 가능한 조속히 향상된 목표를 제출하고 발표할 것을 독려한다’고 돼있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별위원장은 “한국 정부 스스로도 셀프 요구를 한 셈”이라고 했다. 환경운동연합도 “개최국부터가 1.5℃ 목표 달성을 위한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선언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의 감축을 독려한 정부를 가리켜 ‘자강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선언문에는 ‘시장’이라는 단어가 3차례 나왔다. “시장 기반의 실질적 해결책 확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식량안보 위기에 대한 시장 기반 해결책” “개발도상국을 위해 체계적으로 개발된 시장 기반 해결 방안에 투자” 등이다. 피포지 회의가 ‘녹색 성장’을 공유하는 정부·기업·시민사회 협의체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노동자 재교육·재취업 등 공정한 전환 과정에는 금융 지원이 아닌 정부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 금융 지원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혔어야 한다. 정부 역할은 빠져있고 시장 금융이 지나치게 강조돼 있다”고 말했다.
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시민들의 생존에 필수적 영역인 농업과 먹을 거리 분야에서까지 시장 기반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사실상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환을 포기하는 일종의 기후침묵을 선언한 것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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