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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세계는 왜 그레타 툰베리를 좋아하고 또 싫어할까

등록 2021-06-03 04:59수정 2021-12-28 16:48

[최우리의 별헤는 지구]
툰베리의 눈물과 웃음이 담긴
영화 <아이엠그레타> 개봉
‘멋지다’ vs ‘나댄다’ 중 당신의 선택은?
영화 &lt;아이엠그레타&gt; 갈무리.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영화 <아이엠그레타> 갈무리.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경찰분들이 ‘저도 툰베리 알아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시위하러 나온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는 것같아 고마웠어요.”

지난달 31일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부근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장윤석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는 종종 ‘그레타 툰베리’ 덕분에 시민들과 소통할 기회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운동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아이콘입니다. 2018년 8월 스웨덴 의회 앞에 종이 손 피켓을 들고 스웨덴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작지만 큰 행동을 시작으로 전세계 기후변화 운동을 이끌고 있습니다.

악플 보고 자지러지게 웃지만, 두 어깨가 무거운 툰베리

3일 개막하는 서울환경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아이엠그레타>는 그의 2018년 이후 일상을 매우 가까이서 담아낸 다큐멘터리입니다. 그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는 이 영화말고도 많지만, 이 영화는 툰베리의 집 안에서의 모습도 엿볼 수 있어 조금 새로웠습니다.

영화 속 툰베리는 연설문 단어 한 자 한 자를 꼼꼼하게 챙기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시위 군중과 함께 하기 위해 제때 밥 먹는 것도 거부할 정도로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긴급 회의가 열릴까봐 미래 계획을 세우기 불안하다고 말하는 모습이나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으로 가는 바다 위에서 “집에 가고 싶다. 책임감으로 어깨가 너무 무겁다. 온종일 이 생각에 매여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아내는 자신의 삶의 무게를 버거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연설을 부탁받아 “궁전이나 성같은 화려한 곳에 갈 때면 롤플레잉 게임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혼자 도서관에서 춤을 추고 악플을 하나 하나 읽으며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에서는 매번 화가 나 있던 투사로서의 툰베리가 아닌 10대 소녀의 발랄한 모습에 매우 새로워보이기도 하지요.

영화는 9일 서울환경영화제가 끝난 뒤 17일 전국 30~50개 극장에서도 연이어 상영을 합니다. 미국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훌루(Hulu)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툰베리 팬과 안티팬은 왜 나뉘는 걸까

툰베리는 영화 속에서 그와 동료들을 가리켜 “우리는 지구를 지키고 있어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이라고 자신의 활동 이유를 말합니다. 10대 이미지를 소비하는 어른들을 향해 “이목을 끄는 것에만 관심있다. 시늉만 한다. 실제로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기후위기 해결책이 티백을 찻잎으로 바꾸고 주에 한 번 채식하는 거면 위기라고도 말 안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영화 &lt;아이엠그레타&gt; 갈무리.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영화 <아이엠그레타> 갈무리.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툰베리를 좋아하는 이들은 주로 그가 ‘멋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세계 정상들과 ‘맞짱’뜨는 모습이 용감해보이고 지구를 걱정하는 마음이 진실돼보이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를 보며 ‘(친환경적으로 살지 않는) 위선자, 언론이 띄워주는 공주’ 등으로 비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는 한 30대 남성은 “스웨덴이라는 부자 나라의 툰베리는 환경 피해를 입은 당사자도 아닌데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니 공감이 되지 않는다”라고 저평가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영화를 함께 본 <한겨레> 기후변화팀의 김민제 기자는 “툰베리의 등장은 기후위기 문제에 공감하고 이를 운동으로 끌고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일이고, 기후위기 문제를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이들에게는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일로 만들어 다른 행동을 요구하니 ‘눈엣가시’처럼 거슬릴 것”이라고 양면을 분석했습니다.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소통분과위원이기도 한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갈등해결학 박사)은 팬과 안티팬이 나뉘는 이유가 결국 소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 사회로 좁혀 본다면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이 한국 사회의 주류가 인정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 원장은 “젊은 스타가 등장할 때는 항상 그를 시기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보다는 이념이나 이해관계가 달라서 안티가 되는 경우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 유럽은 정부가 앞장서서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알렸는데, 한국은 아직도 정부가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같은 메시지를 준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고 툰베리에 대한 찬·반 양론도 이런 인식 차이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툰베리를 배척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기후변화 뉴스가 인기 없는 이유도 찾아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책 ‘기후변화의 심리학’을 보면 “기후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기후변화가 유발하는 불안과 그것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기후변화는 분명 위협이지만, “우리의 뇌가 단기적 이익들을 포기하도록 이끌만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를 영구히 뒷전으로 미뤄둔다”는 것이지요.

대학을 졸업해 다니는 직장을 다니는 한 40대 여성은 “탈플라스틱 운동은 당장의 효능감을 주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라고 하는 건 시민들이 변화를 바로 체감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안 되는 것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언론이 많은 기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시위로만 인식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관심은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책 ‘기후변화의 심리학’은 기후변화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북극곰, 허리케인, 빙하, 불타는 숲 등 전통적 ‘환경’ 이미지를 강조할수록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고용, 경제 문제와 멀어진다고도 설명합니다. 강 원장도 “외국에서 기후운동은 누구도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기후운동을 환경운동으로 좁혀 인식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인식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툰베리의 주장을 과거에 있었던 환경 운동으로만 생각하고 말 것인지, 아니면 그가 강조하듯 고용, 경제, 노동 등 모든 삶의 문제까지 닿는다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툰베리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문해력’과의 싸움…툰베리, 자신의 다큐가 교육 목적으로 활용되길 원해

기후변화 문제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사실 관심을 갖다가도 과학적 상식을 이해하기부터 어려워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아서인지 2009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은 ‘기후문해력’ 안내서(Climate Literacy)를 펴냈습니다. ‘기후가 자신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한다면 기후변화를 보편적으로 이해할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리 지식인이라도 ‘기후 문맹’이라고 하지요.

영화 &lt;아이엠그레타&gt; 갈무리.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영화 <아이엠그레타> 갈무리.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그레타 툰베리도 자신을 향한 악플을 보면서 ‘기후문맹’과의 소통 장벽을 뛰어넘기 위한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영화 <아이엠그레타> 배급사인 영화사 진진은 <한겨레>에 영국 런던의 배급사와 계약을 할 때 특이한 조건이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2일 진진 쪽은 “(해외 배급사 쪽은) 이 영화를 학교나 기타 공동체에서 상영할 경우 에듀멘터리(교육적 다큐멘터리)로서 기후운동이 소개되길 원했다. 교육적 목적으로 비극장 상영을 원할 때 사전에 그 내용이 적절한지 해외 배급사에게 보고해달라는 조건이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에 ‘한국의 툰베리’들인 청소년기후행동은 영화사와 ‘기후문해력’을 높이는 교육적 수단으로 이 영화를 활용할 방안에 대해 협의 중입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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