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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혼란스러운 백신 예약, 해명까지 먹통

등록 2021-07-15 19:49수정 2021-07-16 02:40

[현장에서]
1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먹호통’을 허해달라고 할까요?”

지난 14일 55~59살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재개를 담은 정부의 후속대책 브리핑이 있던 날, 함께 코로나19를 취재하고 있는 다른 언론사 기자가 카카오톡 대화방에 던진 푸념 섞인 농담이다. 홍길동의 ‘호부호형’에 빗대어 “먹통을 먹통으로 부르게 해달라”는, 반쯤 진심이 섞인 농담이었다. (▶관련 기사 : 50대 사전예약 대란 사과하더니…재개하자 또 ‘먹통’)

지난 12일 55~59살 연령층의 예방접종 사전예약이 하루만에 중단된 뒤 정부가 내놓은 해명들을 요약하면 다음 문장과 같다. ‘백신 물량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예방접종 사전예약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당시 정부가 공급 일정이 확정된 185만명분까지만 예약을 받았는데, 이런 사실은 예약이 중단되기 전까지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예약시스템 누리집도 여러 시간 동안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급기야 코로나19 예방접종 예약시스템 담당자는 복잡한 개념 설명을 동원하며 기자들이 쓴 ‘먹통’이라는 표현을 부정하고 나섰다. ‘네트워크 장애’와 ‘서버 장애’는 다른 개념이고, 그 시간대에 접속했던 모두가 예약에 실패한 것이 아니니 ‘먹통’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이 담당자는 이어 “당시 접속을 시도한 사람은 80만명이지만 1시간을 기다려보니 예상했던 수준인 70만건보다 현저하게 적었다”며 “그 시간대에 실제 예약은 2∼3만명만 이뤄졌다”고 말했다. 당시 접속한 사람들이 실제로는 예약 의사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의 말처럼 호기심에 접속해 본 일반 시민이나 공직자들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 창을 띄워놓고 중복으로 집계된 50대도 있었을 것이고, 부모의 예약을 돕기 위해 나선 자식들도 있었을 것이다. 자정 넘어 야근을 마치고 새벽 2시까지 씨름했지만 끝내 예약하지 못했다며 <한겨레>에 안타까움을 호소한 56살 남성도 있었다.

예방접종을 둘러싼 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30살 미만 의료기관·약국 종사자, 경찰관·소방관 등이 화이자 백신을 예약할 때도 추진단은 20만명만 한정해서 예약을 받는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 추진단 관계자들은 “예약률이 이렇게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변명은 이번에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됐다. 지난 4월말에는, 5월 중하순까지 화이자 1차 백신 접종을 중단할 계획을 미리 밝히지 않아 시민들이 불안에 빠졌던 일이 있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일원화 시점이 오락가락했던 잔여백신 정책으로 시민과 접종 현장이 혼란에 빠졌던 일도 있었다.

주별 백신 도입 계획이 다소 불확실하고 국외 제약사와 맺은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접종 일정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백신이 부족하지도, 먹통도 아니”라는 정부의 반복된 설명은 이제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정부가 학습 능력이 없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정책이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상상할 능력이 없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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