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만285명 발생한 27일 서울 송파구청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코로나19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석달여 만에 10만명을 넘고 중환자·사망자 증가세도 뚜렷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개인이 방역을 생활화할 때 재유행을 극복할 수 있다’며 또다시 자율방역을 강조했다. 대신 정부는 취약집단 보호 등 ‘맞춤형 방역’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지만 지금의 대책만으론 그마저도 쉽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급속도로 늘어나는 확진자를 당장 줄이기 어렵다면, 중증·사망 위험을 억제할 수 있는 먹는 치료제 활용을 늘리고 병상과 의료자원이 ‘실제로’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시급히 파악해야 한다는 의료현장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질병청장 “국민 방역 참여로 재유행 억제 기대”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부처별 일상방역 생활화 추진 방안’으로 △모든 공무원 여름휴가(7.27~8월말)에서 복귀할 때 신속항원검사 권고 △증상 있는 노동자 휴가사용·재택근무 활성화 △학원 원격수업·단체활동 자제 권고 △대형유통업계 방문객·종사자 방역 및 안전한 취식 위한 자율적 관리방안 주문 등을 발표했다. 대부분 권고 사항이라 실천 여부는 기업, 각 기관, 개인 의지에 달렸다. 정부는 시민들의 자발적 방역수칙 준수로 재유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중대본 브리핑에서 “당분간 확진자 증가 양상이 유지될 것”이라며 “코로나에 대한 위험성, 예방법까지 잘 알고 있는 국민이 일상방역 생활화에 적극 참여하면 확진자 증가 속도를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적 의무에 기반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선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못박았다.
이는 13일과 20일 내놓은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방안’ 실현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로, 정부 주도 방역이 아닌 개인 스스로 실천하는 자발적 거리두기를 재차 강조한 셈이다. 정부는 이러한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이 자율방역을 더 선호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이 21~25일 만 18살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자율방역 공감 수준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를 보면, 방역 관련 어느 주장에 더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주도 방역정책 강화’(38.5%)보다 ‘국민참여형 자율방역 유지하고 정부는 고위험군 방역에 집중’(58.5%)을 선택한 이들이 많았다.
문제는 고위험군 보호…“낮은 치료제 처방률 개선 시급”
문제는 이미 시작된 재유행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 등 ‘인명 피해’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0시 기준, 자가호흡이 어려운 위중증 환자는 177명으로 일주일 전 96명에서 1.8배가량 증가했다. 일주일 단위 하루 평균 사망자 수도 10일 기준 10.4명에서 27일 22.1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고위험군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특히 중증·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먹는 치료제 처방률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방지환 서울시 보라매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항바이러스제를 감염 초기에 투여하면 중증이나 사망으로 가는 위험을 줄일 수 있는데 처방률이 낮은 문제를 시급히 손봐야 한다”며 “의료진이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려면 (동시에 복용해선 안 되는) 병용 금지 약물이 많고, 처방 절차 자체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병상 등 의료자원 현황 점검도 시급하다는 의견이 있다. 신준호 전남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정부 발표 병상 수와 다르게) 이전 유행에서 확진자들이 실제 진료·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거나, 치료가 원활하지 않았다”며 “치료제를 어느 정도나 확보했고, 몇명에게 투여가 가능한지, 중환자 가운데 중증도를 따져 그런 약제를 공급할 때 얼마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지역사회에 공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거리두기는 자율적으로 한다 해도 (필수적인) 방역물품 현황 점검이 필요하다”며 “(전남지역) 각 학교 산하기관 보유물품을 점검해보니 마스크나 체온측정기, 칸막이 같은 방역물품을 다 써버린 곳도 많았다”고 전했다.
근본적으로 이번 재유행 고비를 넘기 위해선 자율방역으론 한계가 뚜렷하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적절한 지원이나 제도 없이 ‘자율’과 ‘방역’은 함께 가기 어렵고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감염력이 세지 않거나 (인명) 피해가 크지 않다면 자율방역이 가능할지 몰라도, 코로나19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아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아플 때 걱정 없이 쉴 수 있어야 자발적 거리두기가 가능하지만,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소득과 관계없이 격리·입원 통지서를 받은 확진자에게 주던 생활지원비를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만 지급하도록 했다. 질병으로 일하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소득 일부를 보전하는 제도인 상병수당도 이제 시범사업 단계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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