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3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는 공단 채권 담당 직원이 46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사건을 비롯해 그동안 건보공단 내에서 수차례 횡령 사건이 있었음에도 지급 관리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여야 질타가 쏟아졌다.
이날 강원도 원주 건보공단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의자는 4월27일 1000원을 횡령해본 뒤 점점 대범해졌다”이라면서 “4월부터 (범행이 이어진) 9월까지 어떠한 시스템도 제동 걸지 못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으니 (피의자가) 계획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채권압류 등으로 지급이 보류된 건강보험비(진료비)를 관리하던 최아무개 팀장은 올해 4월27일부터 9월21일까지 7차례에 걸쳐 모두 46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렸다. 횡령이 발각되기 직전인 지난달 21일 한꺼번에 41억여원을 이체한 뒤 휴가를 내고 필리핀으로 출국해 잠적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과거 수차례 횡령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건보공단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던 점도 지적됐다. 최 의원은 “2010년 2억원의 횡령 금액이 발생했고, 2010년 이후 횡령사건이 5건 발생했다”면서 “2010년 2억원 횡령사건의 회수금액은 75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22일 최 팀장이 횡령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다음날인 23일 444만원의 급여를 정상 지급한 대목에서도 과거와 비슷한 부실한 시스템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신현영 민주당 의원실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10년 이후 발생한 횡령사건 5건(이번 사건 제외) 모두 비위 직원의 횡령 적발 이후에도 몇 달간 급여가 지급됐으며, 세 명에게는 퇴직금이 지급됐다. 특히 2010년 3200만원을 유용한 한 직원의 경우, 그 사실이 2012년 2월에야 적발된 데다 같은 해 6월 해임처분이 내려지기까지 총 6회에 걸쳐 1947만원의 급여가 지급됐다. 퇴직금 1396만원도 지급됐다.
여야 의원들은 건강보험비 지급을 맡는 직원들의 권한이 분산돼 있지 않은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은 “피의자가 가장 나쁘지만, 공단 시스템상 허점도 (피의자가) 범행을 결심하는 데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지급 절차와 권한에 문제가 있다”면서 “(지급 보류된 돈 등을 요양기관에) 지급 결정을 팀장이 하고, 혼자 등록, 수정, 승인, 결재까지 하는 시스템이다. 사업 부서는 지급 부서를 전혀 점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은 횡령사고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강 이사장은 “우리 공단을 믿고 신뢰해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강 이사장은 재발 방지를 위해 지급 결정 담당자 승인 권한 분산 등 사고 관련 절차를 개선했다며 “현금 지급 업무 전반을 점검해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건보공단 간부가 불법촬영 혐의로 입건된 사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 건보공단 간부는 사내 체력단련장에서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입건됐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피해자 보호를 제공하고, 내부 감사를 통한 징계에 해술함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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