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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료·건강

또 집단 행동 꺼낸 의사협회…“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달라”

등록 2023-05-02 17:04수정 2023-05-02 17:52

의협 등 “간호법 거부권 안 하면 17일 총파업”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 대표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 대표자들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주축으로 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가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17일부터 집단 진료 거부에 들어가기로 했다. 의협이 진료 거부에 나서는 건 정부가 의대 신입생 정원 증원을 추진한 2020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의사단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책이나 법이 추진될 때마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비판이 인다.

박명하 의협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2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특혜를 주고 힘없고 소수인 다른 직역들을 피눈물 나게 하는 악법”이라며 “의협 비대위와 보건복지의료인들은 이 법안을 막기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우선 3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국회 앞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퇴출을 위한 규탄대회’를 연다. 의료연대 소속 13개 단체 회원들이 반일 연차휴가를 내고 집회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날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방사선사협회 등 의사가 아닌 보건의료인 단체가 주로 참여할 예정이다. 11일에는 의협 소속 개원의들이 주축이 된 규탄대회가 열린다. 이들 역시 오전이나 오후 휴진 뒤 집회에 참여한다.

의협은 윤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달 17일부터 의료연대 소속 모든 단체가 나서 집단 진료 거부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7일엔 전공의뿐 아니라 상급종합병원 교수도 집단행동에 동참할 것이라는 게 의협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17일 모든 지역에서 ‘전일 파업’을 준비할 것이다. 17일 하루에 끝내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며 집단 진료 거부를 여러 날 지속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집단 진료 거부가 상급종합병원 등으로 번질지는 미지수다. 2020년 집단행동 당시 구심점이었던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 반응이 미지근하기 때문이다.

간호법을 막겠다는 취지의 집단행동은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어렵다. 의협은 간호법이 시행되면 간호사가 의사 없이 의료기관을 열어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만 병·의원을 열 수 있다. 간호법에 규정된 간호사 업무 범위는 의료법과 같아 새 업무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다. 의협이 집단 진료 거부까지 나설 만한 명분이 없다는 의미다. 정형준 한국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현재 간호법은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거나 의료기관 진료방식에 변화를 줄 만한 내용이 아니다”라며 “이를 반대한다는 구실로 진료를 거부하는 건 의사로서 국민 신뢰를 상실할 만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상 대통령은 법률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지 15일 안에 이를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거부권 행사)해야 한다. 간호법 제정안이 4일 이송될 예정이어서 윤 대통령은 9일이나 16일 국무회의에서 공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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