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고속철도 수서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상경 뒤 서울 강남 일대 대형 종합병원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 등 이용객들이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의과대학 신입생 정원 확대 논의가 구체화하는 가운데, 당장 내년부터 정원을 1500명 더 늘린다 하더라도 2035년 국내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3분의 2 수준에 그칠 거란 전망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 요청으로 산출한 ‘의사인력 추계’를 13일 보면 2006년부터 18년째 연 3058명으로 묶인 의대 정원을 2024년부터 1500명 더 늘려 연 4558명씩 뽑을 경우 2035년 환자를 진료하는 활동 의사 수(한의사 제외)는 인구 1천명당 2.99명이다. 캐나다·독일·일본 등 오이시디 31개 회원국의 2011∼2021년 연평균 인구 1천명당 의사 수 증가율(0.054명)을 2035년까지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 국가 평균 의사 수는 4.45명으로 예측됐다. 즉,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1500명 더 늘려도 2035년 의사 수는 오이시디 평균 대비 67.2% 수준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2.18명이었으며, 오이시디 31개 회원국 평균은 3.74명(추정치)이었다.
예정처는 최근 10년간 활동 의사 지속률(기존에 진료를 보던 의사가 다음해에도 남아 있을 확률)이 2035년까지 유지되고, 의사 국가시험(국시) 합격자 수가 6년 전 의대 신입생 수와 동일하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의대 증원(0~1500명) 규모에 따라 인구 1천명당 의사 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폈다고 설명했다. 전체 인구는 2020년 5183만6천명에서 2035년 5086만9천명까지 감소(2021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중위값)하는 것으로 보았다.
의사를 양성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한데다 주요 선진국이 그간 의대 졸업생을 늘린 까닭에 의대 정원을 당장 확대해도 의사 수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정처는 “의대 6년(예과 2년+본과 4년) 과정을 거쳐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의사 면허를 받을 수 있으므로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려도 2030년이 지나서야 의사 수에 영향을 미친다”며 “의원실 요청에 따라 추계 기간은 2035년까지로 한정해, 정원 확대 효과는 그 이후 장기 시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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