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66번 환자가 다녀간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감염이 잇따르자 정부가 클럽 등 유흥시설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8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음식점과 술집 등이 밀집한 골목이 비교적 한산하다. 연합뉴스
20∼30대 젊은층의 절반 이상은 코로나19에 감염되느냐 마냐가 ‘운’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세대보다 많게는 2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난 ‘운명론적 사고’는 이들이 클럽 등 다중시설을 더 많이 이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서울연구원과 함께 지난달 30일~지난 1일 ‘서울시민 인식조사’(813명 대상)를 실시해 11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내가 감염되냐 마냐는 어느 정도 운이다’라고 답한 이가 20대는 53.9%, 30대는 62.4%에 이르렀다. 반면 40대는 42.8%, 50대는 43.8%, 60대는 38.3%로, 감염을 위생수칙 준수나 기저질환 여부의 결과가 아니라 운으로 여기는 이가 젊은 층에서 훨씬 많았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과 서울연구원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서울시 거주 만 18살 이상 813명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서울시민 인식조사 결과. 유명순 교수 연구팀 제공
이런 차이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얼마나 자신하느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 “내 건강상태가 좋다”는 응답은 20대가 69.7%로 가장 높았고, 30대(57%)가 그 다음으로 많았다. 반면 50대는 44.5%, 60대는 41.1%로 상대적으로 자신의 건강에 자신감이 낮았다. 코로나19 치명률(11일 0시 기준)이 80대 25%, 70대 10.8%인 데 견줘, 20∼30대는 1%를 한참 밑도는 점도 ‘감염은 운’이라는 생각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는 중에도 20~30대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시설 이용에 크게 거리낌이 없었다. ‘다중시설 이용을 얼마나 자제하느냐’는 질문에 서울 거주 20대는 24.3%, 30대는 35.6%만이 항상 자제한다고 답해, 절반 안팎이 자제했다고 답한 다른 연령층(40대 45.4%, 50대 47.9%, 60대 54.7%)과 차이를 보였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확신 시 받을 비난과 피해의 두려움은 젊은 층이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명순 교수팀이 지난달 10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4차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에서 ‘확진 시 비난·피해를 받을까 두렵다’고 한 20대는 65.4%로, 전체 평균(60.2%)보다 높았다. 유 교수는 “다중시설 이용 가능성이 큰 젊은 층에서 2차 유행 불씨가 살아날 조짐이 이태원 클럽 사태로 확인된 셈”이라며 “20∼30대 특성에 맞춰 차별화된 위기 소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